2부
오후가 되었다. 여인은 팔에 바구니를 걸치고,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그녀는 한 번도 마을로 나가 본 적이 없었지만, 해가 지는 섬의 반대편에 마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한 농부가 말하길, 여섯 개의 농장 울타리 문을 통과하면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길을 나섰다. 처음 만난 길은 돌멩이와 나무뿌리가 뒤엉킨 좁은 오솔길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안고 걸었다. 의사는 딸아이가 왼쪽 발을 무리해서 사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자칫 잘못되면 너무 연약한 발이 휘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여인은 그 사랑의 무게에 짓눌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걸음을 옮겼다. 숲속은 무더웠고, 진주 같은 땀방울이 얼굴에 흘러내렸다.
“엄마, 목말라요…” 작은 딸아기가 애처롭게 말했다.
“아가야. 조금만 참아보렴. 마을에 도착하면 마실 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아이의 작고 메마른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아이는 목마름을 잊었다.
그렇지만 햇볕은 여전히 따갑게 내리쬐었고, 바람 한 점이 없는 숲속의 더운 공기는 움직임이 없었다.
“이제 조금 걸어보자.” 젊은 엄마는 딸을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나 딸아이의 약한 발은 여전히 휘청거렸고,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너무 피곤해요. 엄마…” 아이가 투덜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딸아이는 땅 위에 핀 장미빛의 작고 아름다운 종 모양의 꽃을 발견했다. 그 꽃에선 아몬드 향기가 났다. 이런 종류의 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아이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딸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자, 젊은 엄마는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고 길을 계속 걸었다. 그렇게 첫 번째 울타리 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여인은 문을 빠져나온 뒤, 걸쇠를 걸어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그때,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삐가 풀린 말이 길 한가운데로 달려와 소리치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의 울음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숲의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많은 말들이 나타났다. 도대체 그 많은 말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땅은 우르르 울렸고, 나뭇가지는 삐걱거렸으며, 돌은 서로 부딪히며 튕겨 나갔다. 엄마와 아이는 고삐가 풀려 어디로 달려갈지 모를 말들 사이 한가운데 서 있게 되었다.
아이는 자신의 얼굴을 엄마의 가슴 깊이 묻었다. 그 작은 심장은 불안한 시계처럼 뛰었다.
“무서워요, 엄마!” 아이가 속삭였다.
“오, 세상에나! 주님, 저희를 버리지 마소서!” 여인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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