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마지막)
그들은 마지막 울타리 문을 지나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햇빛 아래로 펼쳐진 마을은 푸른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었고, 커다란 보리수와 단풍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언덕 위에는 붉은 종탑을 가진 흰색 교회가 있었다. 또한 목사관은 보라색 라일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우체국은 재스민 향기로 가득했으며, 큰 참나무 아래에는 정원사의 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의 모든 것이 밝게 빛났으며,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이 곳곳에 있었다. 해변에는 작은 배들이 부두를 따라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미드썸머 전날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마을에는 아무런 사람도 없었다. 물건을 사기 위해 들어간 상점에서 아이에게 마실 물을 부탁할 요령이었지만, 상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엄마, 목이 너무 말라요.” 아이가 불평했다.
그들은 우체국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거기도 문이 잠겨 있었다.
“엄마, 너무 배가 고파요.”
여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평일인데 왜 모두 문을 닫았는지, 그리고 왜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정원사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도 문은 닫혀 있었고, 다만 큰 개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엄마, 너무 피곤해요.” 아이가 말했다.
모녀는 집에서 집으로 걸어갔지만, 가는 곳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아이는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작은 발이 너무 지쳐서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여인은 작고 어여쁜 아이가 비스듬히 기울어 걷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그만 지치고 말았다. 그리고 길가에 앉아서,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아이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그때, 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비둘기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둘기는 하늘나라의 기쁨을 노래했고, 세상 땅 위의 영원한 슬픔과 고통에 대해 노래였다. 여인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흰 레이스가 달린 모자에 둘러싸인 작은 얼굴은 마치 곱게 핀 흰 백합의 꽃잎처럼 보였다. 젊은 엄마는 지금 자신의 팔 안에 천국을 보듬고 있는 듯 느껴졌다.
그러나 아이는 깨어나 물을 달라고 칭얼거렸다.
여인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제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 아이가 불평했다.
“그 끔찍한 길을 다시? 결코 그럴 순 없단다. 아가야! 차라리 저 바닷물 속으로 뛰어드는 게 나을 거야.” 젊은 엄마가 대답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서, 멀리 언덕 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린 자작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나무들이 조금씩 어디론가 향해 움직이는 게 아닌가. 그제야 그녀는 사람들이 미드썸머 전야 축제에 장식으로 사용할 자작나무의 푸른 어린잎을 꺾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인은 그곳을 향해 걸었다. 거기서 마실 물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가는 길에 그녀는 흰 대문과 초록 울타리에 둘러싸인 작은 집을 보았다. 문은 친절하게 어서 들어오라는 듯 열려 있었다. 모녀는 대문을 지나 정원에 들어서니, 작약꽃과 컬럼바인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그녀는 문득 집의 모든 창문은 닫힌 채, 흰색 커튼이 내려져 있음을 눈치챘다. 그러나 다락방의 창문 하나는 활짝 열려 있었는데, 흰색 커튼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 풍경은 마치 하얀색 손이 흰 손수건을 흔들며 떠나가는 이를 배웅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녀는 집 현관으로 다가갔다. 높게 자린 풀 속에는 흰 장미로 장식된 화관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신부가 머리에 쓰기에는 너무 큰 화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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