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The Blind Leading the Blind
작가: 피터 브뤼헐 (Pieter Bruegel the Elder)
연도: 1568년 작품
여기 브뤼셀 근처 마을을 지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눈이 먼 사람들이다. 여섯 명의 맹인이 서로 연결된 지팡이를 붙잡거나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어 마치 한 몸처럼 짧은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앞에서 선 두 사람이 도랑에 빠져 막 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뒤를 따르는 사람 또한 조금 후면 같이 넘어질 운명에 처한 순간이다.
“그냥 두어라. 그들은 맹인이 되어 맹인을 인도하는 자들이다. 만일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지리라.” [마태복음 15장 14절]
“예수께서 또 비유로 말씀하시되, 맹인이 맹인을 인도할 수 있느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아니하겠느냐?” [누가복음 6장 39절]
이 그림은 성경 속 비유를 그림으로 옮겨 놓은 작품이다. 눈이 먼 자들이 또다른 눈 먼 자들을 이끄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저 이끌려가는 맹인이 내 모습일까?
혹은 이끄는 맹인이 내 모습일까?
우리네 긴 인생을 살면서, 저런 지도자 한번 못 만나 본 사람이 없다. 반대로, 나는 절대 저런 지도자는 아니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