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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Apr 29. 2021

주민등록증을 분실했어요.

며칠 전 관공서에 들러 일을 볼 때 주민증을 사용했다. 또 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지갑에 넣지 않고 잠깐 주머니에 넣었었는데 일을 마치고 나올 때는 그 사실을 잊어먹었다. 게다가 그 날은 갑자기 기온이 올라서 여름 날씨처럼 더운 날이었다. 차에 타기 전에 윗옷을 벗어서 뒷자리에 놓고 에어컨을 틀었다. 그리고 중간에 내려서 밥도 사 먹었다. 이틀쯤 후에 은행 볼 일이 있어서 주민증을 찾아보니 없었다. 온 사방 군데를 다 찾다가 기억을 되살려보니 더운 날씨에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윗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는 와중에 바닥을 떨어졌을 가능성이 제일 많았다.


얼마 전 보이스피싱을 당한 지인이 생각났다. 아들처럼 카톡으로 대화를 하면서 주민번호 은행 비밀번호 공인증서 비밀번호를 물어왔었고 정신 차려보니 벌써 계좌에 들어있던 돈은 사라진 후였다고 한다. 평소 아들이 사용하던 문자 습관이나 말투가 똑같아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무슨 기술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 언니는 자신의 주민번호가 노출됐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워서 법원에 주민번호 변경 신청을 했다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의 주민번호 핸드폰 번호는 전 세계 악당들이 이미 다 공유하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 주민증을 누군가 주워서 가지고 있을 생각을 하니 나도 만만치 않은 불안감이 생겼다.


얼마 전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주민증을 습득한 후에 그 사람 이름으로 핸드폰을 개통하고 개통한 핸드폰과 주민증으로 시중 은행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고 그 후에 오픈뱅킹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그 사람의 모든 계좌에 접근해서 다 털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즉 주민증을 분실하는 작은 실수로 은행과 증권회사 등에 자기 이름으로 개설한 모든 계좌에 있던 모든 돈을 잃었다는 뜻이다. 주민증을 분실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이 기사 내용이 떠오르면서 간담이 서늘해졌다.


인터넷을 뒤져서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아봤는데 정확하게 속 시원하게 딱 알려주는 사이트가 없어서 답답했다. 한참을 뒤져서 알아낸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1. 정부 24 앱에 로그인해서 분실신고를 한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은행에 갈 일이 생기면서 분실사실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지만 많은 경우는 분실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어서 분실신고를 하지 못하는 사이에 범죄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실신고를 했다면 신고 이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2. 정부 24 앱에서 분실 주민증 습득 조회를 한다.

분실신고를 해놓고 며칠 기다리는 동안 더 찾아볼 수도 있다. 내 경우는 밖에서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많지만 집안이나 차 안에서 발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찾아보고 난 뒤에 재발급 신청을 해도 괜찮다. 혹은 누군가 주민증을 주워서 우체통에 넣는다면 해당 주민센터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내 연락처가 등록이 된 경우에는 주민센터에서 찾아가라는 연락을 준다고 한다. 실제로 찾으러 가서 보면 찾아가지 않은 주민증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나는 혹시 내 주민증이 돌아온다면 많이 안심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차피 주민번호 등 정보가 유출되었기 때문에 재발급 신청을 했다. 이 때 원한다면, 분실신고를 철회할 수도 있다. 집이나 차 안에서 발견돼서 정보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았다면 굳이 재발급할 필요가 없다

 

3. 정부 24 앱에서 주민증 재발급 신청을 한다.

사진이 필요하기는 한데 직접 찍어서 올려도 되고(사진 규정만 잘 지키면 된다) 내 경우에는 가지고 있던 증명사진을 스캔해서 업로드했다. 직접 해보면 간단하다. 새로운 주민증이 완성되는데 3주 정도 걸린다는 안내가 있기는 했는데 언제든 내가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완성되면 찾으러 가는데 그때 주민증에 있는 사진이 본인과 많이 다른 경우 직원이 교부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가능하면 사진은 최근 것으로 업로드하는 게 낫겠다. 나는 운전면허증이 있어서 주민증 대신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신분증(여권 등)이 없는 경우는 신청하면 임시 주민증을 발급해 준다.


4. www.msafer.go.kr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면 1. 내 이름으로 개통된 핸드폰이 몇 개인지 그게 어느 통신회사인지 알려준다. 2. 모든 통신회사 중에서 개통을 허락하지 않을 회사를 선택해서 신청할 수 있다. 당연히 모든 회사를 선택했다. 3. 누군가 개통을 시도할 때 내가 입력한 메일 주소로 알려준다. 분실된 주민증으로 입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피해는 핸드폰 개통일 것 같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못하는 게 없고 뭐 좀 해보려고 하면 핸드폰으로 본인 확인을 하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서비스인 것 같아서 남편도 신청해놨다. 내가 핸드폰을 개통해야 한다면 그때 가서 해당 회사만 잠깐 개통 허락을 하면 되고, 평소에는 어떤 통신회사에서도  내 이름으로 개통할 수 없다면 주민증 분실과는 상관없이 안심이 될 것 같다.


5. www.allcredit.co.kr (신용정보조회중지 서비스 신청)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30일 동안 신용카드를 발급하거나 신규대출을 할 때 무조건 하게 되는 신용정보조회를 막음으로써 카드 발급이나 신규대출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6.www.credit4u.or.kr (신용정보 열람)

내 신용정보와 보험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이 곳에서 내 이름으로 발급된 모든 신용카드와 대출금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같다면 피해사실이 없으니 안심할 수 있다.

 

7. 이용하고 있는 은행 앱에 들어가서 오픈뱅킹에 가입

내 이름으로 개설된 모든 은행과 증권회사의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같다면 안심할 수 있다. 내가 미리 오픈뱅킹에 가입하면 다른 오픈뱅킹에 가입이 안 되는 줄 알고 가입했으나 확인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한 곳에서 다 확인할 수 있는 게 오픈뱅킹인데 무제한으로 가입이 된다는 점은 잘 못된 것 같다.


8. 개인정보 노출 사실 전파 신청서

가까운 은행에 가서 신청할 수 있는데 신청하면 금융정보공유망에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에 등록이 되고 누군가 내  주민증으로 은행업무를 보려고 시도할 때 은행원이 더욱 신중하게 체크하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예전에 은행에 가서 주민증을 제출하면 별다른 확인 없이 복사해두는 것을 봤기 때문에 내가 분실신고를 해도 확인하기가 어렵지 않겠나 걱정이 되어서 이 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직접 은행에 가서 확인하니 요즘은 신분증 스캐너가 따로 있어서 신분증을 집어넣으면 복사도 하고 동시에 진위여부도 확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전 기사에서도 은행원이 주민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통장이 발급돼서 문제가 된 경우를 봤기 때문에 어쩌면 시설이 낙후된 오래된 은행에서는 지금도 신분증 스캐너보다는 복사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청해놓으면 조금 더 안심이 될 것 같다.

 

9. 혹시 주민증을 분실 한쪽이 아니라 주민증을 확인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전화로 1392에 연결해 주민번호와 발급일자를 입력하면 진위를 확인해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특히 핸드폰 개통 업무를 하는 분들은 번거롭더라도 이 서비스를 꼭 이용했으면 좋겠다. 내가 개통할 때 이렇게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다.


다 쓰고 보니 9가지나 된다. 많다. 하지만 일단 저렇게 조치를 해놓으면 안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실신고를 빨리 해야 한다는 것과 외부에서 분실되어 혹시 주민센터로 돌아온다고 해도 발급일자를 새로 받는 편이 안전하다는 점이다. 나는 비교적 빨리 분실신고를 했고 확인해보니 그동안 일어난 피해사실이 없어서 안심하고 새로운 주민증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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