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느낌의 사람일까?
여태껏 나는 내 생각이 중요했고 내 느낌이 중요했고 나와 다른 생각이나 느낌은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로 무시해왔다.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식구들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고 이렇게 쉽게 하는 얘기를 대체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내가 옳고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입으로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심정일 때가 많았다.
어느 날 저녁 책을 보고 있는데 아들이 핸드폰 속의 빨간 사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떠오르는 단어를 말하라고 했다. 내가 백설공주? 하니 아들이 고개를 끄떡이고 그냥 가길래 너는? 했더니 난 스티브 잡스라고 했다. 읽던 책을 계속 읽다가 갑자기 쟤가 뭘 하는 거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니 mbti 구분하는 것 중에 직관형(N)과 감각형(S)을 구분하는 질문이었다. 남편과 딸에게 물어보니 빨갛다. 와 동그랗다 라는 대답을 내놨다. 우리가 서로의 답을 교환했을 때 서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 후로 나는 계속해서 우리 식구들의 서로 다른 면을 찾기 시작했고 그러는 과정 중에 우리가 같은 것을 보면서도 얼마나 다른 것을 보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다르게 인식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여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이 왜 대체 저런 다른 결론에 이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떠올리고 다른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같은 것을 봤다고 해도 얼마든지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가 있었던 거였다.
나는 항상 남편의 설명이 너무 장황하다고 생각해서 남편의 말을 자르고 결론만 말하라고 할 때가 많았다. 다 알겠는데 왜 저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보탤까? 했고 반대로 내가 말을 하면 남편이 너무 뻔한 걸 못 알아듣고 질문해대면 속으로는 나를 놀리나? 하기 싫어서 사보타쥐하고 있는 건가? 할 때도 많았다. 남편은 억울하고 나는 분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럴 때 내가 왜 뻔한 걸 묻냐고 하면 남편은 뻔하지 않다. 만에 하나 아닐 수도 있지 않냐?라고 했고 나는 왜 만의 하나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딴지를 거냐고 식식거렸다. 내가 식식거리면서도 속으로 분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실, 만의 하나의 경우가 종종 벌어졌고 그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함부로 큰소리치고 화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남편이 답답하고 남편은 내가 실수가 잦다고 생각할 거다. 직관형 사고를 하는 사람은 생각이 날아간다. 점프점프하다 보면 정말 다른 곳에 와 있기도 하고 또 직관형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뛰어나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뛰어난 상상력을 동원해서 기발한 걱정거리도 많이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같이 걱정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러 가면 광고가 나오는 동안 나는 불이 나거나 하면 어디로 도망 나갈지에 대한 계획을 항상 세워둔다. 그 얘기를 하니 우리 딸은 기겁을 한다. 자기는 한 번도 그런 생각 한 적이 없단다.
mbti가 재밌어서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여러 개 찾아봤다. 같은 유형의 사람들 3-4명이 나와서 본인들의 유형에 대해서 설명하는 영상들인데 신기한 게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분명 눈코 입은 다르게 생겼는데 딱 보면 다 똑같이 보일 정도로 닮았다는 느낌이었다. 내 유형의 사람들 동영상을 몇 개 찾아보니 아~ 다른 사람이 나를 보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오랜 궁금증이 하나 풀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