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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공이 가마를 지은 이야기

진묵 김상곤이 한풍루에 가마를 지었습니다








한풍루에 가마를 짓다



이 문장이 내 블로그 네임이었다. 


나는 한풍루 님이라고 불린다.


처음 한풍루로 346에 가마를 짓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다지 호응을 해주지 않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처리를 마친 후

4년 만에 드디어 착공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2016년 9월 3일에


가마를 말리는 첫 불을 땠다.


도공들은 이를 '헛 불'이라고 부른다.


가마 안에 기물을 넣지 않고

불을 때기 때문이다.


기소 외에는

오로지 질 좋은 흙과 지푸라기만으로

지은 벽돌이기에


공칸과 봉통까지 일곱 개의 칸을 갖고 있는 가마는

숨을 크게 내쉬고 있었다.








숨을 쉬는 흙가마를 충분히 

말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무주 반딧불축제 때 '헛 불' 행사를 하게 되는 바람에


지은 지 일주일 만에 

뜨거운 화염 속에서 자기 자신의 내부를

모조리 태워내야 했다.



나중에 나온 파편을 보니 1000도 까지도 올라갔겠다.


대체적으로 800도 정도로 유지하면서 때었다.








진묵은 칸칸으로 옮겨가면서 불을 때었고


불이 가마 속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서


흡족해 했다.







흙벽돌과 망댕이를 

아주 좋은 흙을 섞어서 만들었고


그 벽돌과 망댕이로 지은 가마였다.








기염을 토하는 더위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마는 그렇게 머리를 올리게 되었고


도공은 본 불을 땔 때도 비워두는

공칸까지 불을 때서

가마가 숨을 쉬면서 잘 마르고 익게 하였고

청소를 마쳤다.







여름 동안 만들었던 그릇들을 내놓고

풍루는 음식을 담았다.


백자 그릇이라 돌가루가 들어가서

튼튼하고 단단해서 

설거지 하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라인이 아름다워서

담음새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 날은 나초를 바닥에 깔고

위에 볶은 양배추와, 파프리카 그리고 올리브를

올린 후 간을 다시 맞춰 

프로슈토를 곁들였다.


달걀을 프라이해서 가운에 넣고

노른자를 콕콕 찍어 먹었다.






그 더운 여름,


냉장고에 늘 떨어지지 않게 두었던 것이

열무김치였다.


그는 국이 없으면 밥을 잘 못 먹으나

열무김치를 국물과 함께 내면

식욕을 잃지 않고 

매끼 식사를 잘 했다.







굽이 없는 둥근 원형 접시는

플레이트로 쓰기에 적당하다.


요리점용으로 만들어져서 

지름이 42cm가 되니 

웬만하여서는 집에서 음식을 담게 되지 않았다.







항상 애정하고 맛보다는 추억이 

앞서는 분식 주전부리,


국물떡볶이를 얼큰하게 만들고


집 앞 분식집에서 튀김과 순대를 사 왔다.


그 분식집의 유일한 단점은

떡볶이가 맛이 없다는 점이라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만든다.






1인분이 조금 넘는 떡볶이,


오목한 그릇에 담으니

적당하니 작지도 크지도 않다.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에


아내인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도공들이 나중에라도 

전통의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국의 전통 오름 가마인

"망댕이 가마"를 짓는 전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서 정리를 해 놓는 것이었고







과일이나 채소 그리고

콩국 등 여름을 버틸 수 있는 

먹거리를 잘 준비해 두는 것뿐이었다.







설.

화.

백.

자.







겉은 '갓 내린 눈'의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느낌을 표현하였고


안은 '소복하게 쌓인 눈'에서 나오는

푸르스름한 기운을 간직한

설화 빛깔을 재현했다.




소바그릇과 오목찬기17




교맥 다완, 소바 다완이라고 불리는

찻사발과 같은 형태의 소바 그릇을 

찾는 이가 많았다.


일본에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에서 만들었던

다완이 한국에 알려진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다완을 만들기 위해 

전통가마를 짓는 도공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밥, 국그릇과 같은 설화 라인이

오목 그릇으로 완성이 되었고


음식을 담는 일은 

내 몫으로 남았다가


이제는 '그분들'의 즐거움과 행복이

되었다.





그렇게 9월은 또 조용하게

물 흐르듯이 지나가 버렸다.









어떤 날은 입맛이 없어서

주먹밥을 만들었다.


양파를 잘게 썰어서 

버터에 달달 볶아서 

캐러멜라이징을 하여 

양파 특유의 달콤하고 진한 맛을 끌어올렸다.


밥과 파프리카, 토마토 등을

 피시소스와 돌복숭아 청으로 간을 하여

 잘 볶았다.







볶음밥을 식힌 후

랩을 깔고 훈제연어를 올리고


밥을 동그랗게 놓은 다음

랩을 손으로 감싸서 모양을 잡았다.


그리고 요구르트와 레몬을 섞고

레몬 제스트를 듬뿍 얹은 후


훈제연어 위에 부어주었다.





바닥에 깔은 베이스 소스는

생크림과 오징어 먹물을 섞어서


살짝 끓여서 식히고 

부어주었다.






어린잎 채소를 듬뿍 올리니

사라진 입맛은 그대로 두고서라도


눈으로 먹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한 달이 지나가고


한 해가 서서히 후반기로 돌아서고 있다.






음식 담는 한풍루


그릇 만드는 진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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