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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Nov 22. 2024

프로젝트 관리.. 그러다 세상 걱정을 하고 있다.

[천상잡부] 빨리 늙는 법

 프로젝트 관리를 하다 보면, 인생 맘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자주 깨닫게 된다. 찰떡같이 알아먹어 준다면 그런 귀인이 없을 텐데, 하여튼 베이비들 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이해도 되고, 팍팍 왜 늙는지 알게 된다.


 모든 프로젝트 관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일정 관리다. 약속은 소중하지만, 프로젝트 관리의 일정을 보면 스트레스가 온다. 오늘도 자료 정리를 안 하고 있는 베이비를 불러서, 2주가 지났는데 이걸 왜 정리를 안 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것도 대부분 내가 다 처리하고, 엑셀자료 두 개를 채우는데 참는 임계점보다 날짜가 임박하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삼촌 이거 내용이 너무 어려워요?" 이 말을 듣자마자 I don't have a word... 할 말이 없다.


 예전 같으면 바로 베이비 거꾸로 매달아 족쳤을 텐데. 지금은 그런 시간이 아깝다. "베이비.. 모를 땐 바로 물어보거나, 물어보고 할 사람을 찾거나 해야지?"라고 말했다. 일을 조치하고 나서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아저씨가 그렇지 뭐. "일은 빨리 되기도 하고, 늦게 될 수도 있지만 시간을 죽이는 건 안되지. 소중하고 통제할 수 없는 거니까" 그랬더니 역시나 대답은 잘한다. "네~"


 다시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To-do-list를 정리하고, Pending/Delayed list만 요약하고, 조치사항과 지시 및 요청사항을 다시 정리했다. 화내고 떠들시간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중에 추억 삼아 넋두리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해 뭐 해..


 오후에는 갑자기 conference제안이 온다. 며칠에 할 예정이냐고 물어봤더니 right now란다. Right now라고 하더니 기다란 엑셀을 보내주면 칸 채워주는 데로 미팅을 하자고 한다. 나나 우리 회사가 ChatGPT가 아닌 걸로 아는데 누르면 술술 나오는 벤딩머신도 아니고. 벤딩머신에는 지폐나 동전이라도 넣어주는데.


 그렇게 몇 시간 conference를 하고 나니 재미도 있고, 기운도 빠지고 그렇다. 또 한편으로 내가 그럴 걱정을 할 것은 아니지만 국내제조기업들의 경쟁력을 걱정하기도 한다. 참 한가하지. 한 가지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활성화돼야 좀 더 아름다운 미래가 이 땅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베이비들 나이 때에는 어떻게든 선도기업을 따라 하며 2nd tier자리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는 fast follower의 시대였다. 지금 중장년들이 라떼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은 Unique, only 1, WoW factor, End to End를 넘어 Autonomy, Automation과 같은 것을 요구하는 시대다. 사실 대학 갓 나온 애들이 그게 잘 되면 사업하지 회사 들어가려고 아등바등하겠어? 지금 기업과 시장의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보면 2-30년 전 대학 졸업한 사람들은 부모님께 먼저 태어나게 해 준 게 엄청 행운이라고 고마워해야 한다. 안 그래? 시대의 고충이 또 다르긴 하지만 시대의 고도화가 사람을 편하게 한다는 목적아래 달달 볶는 시대다. 참고로 직원이 매출을 너무 잘해도 문제다. 사업한다고 나가면 누가 문제냐? 모두 그 사람만 바라보면 누가 사장이야? 


 퇴근하려는데 연락이 와서 전화를 했다. 고객사 담당에게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하고 있다. 그래도 덤으로 문제없는 선에서 팁을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래도 국내기업이 해외경쟁에서 이겨야 하니까! 그러면 뭐 나는 덤으로 묻어가면 되고. 해외기업들의 높은 수준이 부럽다는 생각은 없다. 


 최치원이 유불선 합해서 풍류가 이 나라에 있다고 했다. 대량생산이란 구조에서 중국이란 나라를 이기기 힘들다. 시작만 했다 하면 아무렇게나 막 만든다고 할 수 있지만 A-Z까지 안 해본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놈들처럼 아주 작은 것을 섬세하게 하던 것들은 이젠 기계가 더 잘한다. 내가 망했다고 보는 이유다. 그럼 우린 뭘 잘해야 할까? 물리적 대량생산도 안되고, 왜놈처럼 작게 만들거나 조금 원천적인 것을 해보는 것일까? 나는 머리 쓰는 걸로 이 두 나라를 이길 나라가 우리나라 아닐까 생각한다. 이 둘은 한쪽에 편향된 전문성이라면 대한민국은 둘 다 잘하는 놈이거나 둘 다 못하는 놈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너무 막 갖다 붙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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