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잡부 - 할 일은 해야 하지만
급하게 오늘의 커피를 한 잔 먹겠다고 커피가게에 들렀다. 아이가 GP에 있고, 나라 꼬라지가 이 모양인데 먹던 커피는 끊질 못하고 있다. 5분이나 기다리라는 말에 화려한 색이 있어 바라보니 서울이란 테마의 텀블러, 머그컵이 보인다. 인사동, 세종대왕 동상, 해치, 서울시청, 경복궁과 같은 서울 랜드마크가 화사한 봄을 기다리듯 세겨져 있다. 가을 분위기에서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세상 미친 짓으로 세상을 대하는 기온은 훨씬 더 낮다.
8일 날 도착하기로 한 녀석과 3일부터 이야기 중이었다. 걱정할까 봐 이야기는 해야 하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 비행기 타는 녀석은 얼마나 쫄리고 걱정이 될까 그게 걱정이었는데 암말도 안 한다. 하여튼 나라 꼬라지는 엉망이라도 할 일은 해야 하니.. 별일 없이 잘 도착했다. 토요일 읍내에 갔다가 온 사진을 보여줬다. 신기한가 보다. 말을 말아야지.
어쨌든 본사 녀석을 데리고 고객사에 갔다. 본사 인력 미팅하자고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말이 쏙 들어갔다. 관상을 과학이라고 할 수도 없고, 단지 사람의 태도를 통해서 의도와 성품을 아름아름 가름할 수 있다. 2달 전의 기세는 없고, 트럼프가 어쩌고저쩌고 불라 불라하면서 구닥다리 김건모 핑계를 랩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통제할 수 없는 국가정책 변화에 따라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고 하면 그만일 텐데, 그 모습을 보니 한 편으로 이해도 되고, 한 편으로 좀 비겁해 보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 측은한 마음도 든다.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이란 부분을 내가 왜 걱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자꾸 신경이 쓰인다. 단순하게 우리 별봉이 달봉이가 살아갈 미래가 이 땅에 있고, 갸들 친구들, 그 친구들의 친구들과 가족들도 이 땅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일이 점점 너무 커지나. 미팅 전에 본 업체 공시자료, 업체의 고민, 나라 꼬라지가 참 요상하게 삼박자를 맞추는 것 같아 씁쓸하다. 미팅은 다음에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논의해도 되는 일이다.
어렵고 힘들 때 협력과 공조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전쟁 중에서도 장사를 한다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business에는 좌우가 없다. 단지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신뢰를 쌓고 협력하는 것이다. 그래도 적국이나 역적은 구분해야지 아무렴.
미팅을 마치고 본사 녀석 밥을 먹이려고 했더니 된장찌개가 맛있단다. 맛난 설렁탕이나 먹으라고 했다. 시간이 안돼도 고기는 먹여야지 이 불안하고 익사이팅한 한국에 왔는데.
그렇게 오늘을 맞이했더니 오늘은 또 요란하다. 이런 거 있냐 없냐? 이걸 해주면 안 되겠냐? 우리가 거래하는 다른 곳은 뭘 하고 있냐? 우리 회사도 잘 돌려야 하지만 우리 회사가 거래하는 업체들에게 또 도움이 돼야 하니 참 여러 생각이 많아진다. 예전과 또 달라진 점이다. 아참.. 미팅 가야 하네.. 얼른 나가야겠다.
#천상잡부 #이와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