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체험
장땡절이라 부르는 날이 회사 창립일이다. 이젠 만 두 살을 넘어섰다. 3년 안에 망하는 기업을 대부분이다. 망할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매일 한 놈의 입에서 나오는 '그때그때 달라요'를 보면 '나한테 왜 이래?'라는 말이 쉬지 않고 나오려고 한다. 아침부터 미친 듯이 솟아 오른 환율이 수출 부분에는 도움이 되고, 수입 부분에선 큰 부담이다. 다행히 매출이 반반치킨처럼 되어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헤징이 되고 있다. 그럼에서 일시적인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말 긴 연휴를 보내고, 다들 모여서 4분기와 내년을 점검했다. 사실 이런 내용은 별도로 자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자리에 앉아마자 대충 써도 숫자 차이가 크지 않다. 2년간 사업성과를 ChatGpt에 넣고 분석해 보고, 내가 써본 숫자랑 비교한 예측이 3%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황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스쳐가는 기회와 위험을 간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알고 있는 건 큰 문제가 아니라 대책, 문제해결의 역량이다. 정작 위험한 일은 모르는 일이 난데없이 터지는 것이다.
국내 사업을 하는 녀석은 기죽지 않게, 험한 세상 다리 끊어져도 조심조심 건너가야 하는 중이다. 작년 말부터 환율이 슬슬 오르면서 내란 나고 레벨업이 되었다. 쓸데없는 것이 레벨업을 하면 대환장이지.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이후로 시장의 기능이 작동하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고생이 많다. 다시 좀 나아지겠지 했더니 비슷한 놈이 또 나와서 판을 키우고 있다. 내쪽은 내년 사업이 벌써 올해 이상으로 거의 확정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해외사업을 하는 아픈 손꾸락 같은 녀석이 밥벌이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2년 정도 미진했으나, 잡아다 준 고객과 난리도 아니다. 거의 된 것 같지만 오더 받고 선적하고, 입금받는 일이 반복될 때까지 방심하기 어렵다. 이게 잘 되면 본인이 희망하는 인생 프로젝트도 쉬워질 것이고, 예측대로 잘 되면 회사 전체 살림이 필 기회기도 하다. 예전 상장사 사업총괄이라면 챌린지도 하겠지만 소기업 운영하며 그래봐야 의미가 없다. 의욕을 조금 돋우고, 미진한 부분의 핵심은 점검하고, 다들 자기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들이기도 하다. 내가 항상 걱정이 많아서 문제지.
회의를 마치고, 은행 가서 갖고 있던 위안화를 환전하고 사무실에 돌아왔다. 업체 사장이 전화가 왔다. 공급사기도한데, 난리도 아니다. 오래 같이 해와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지속 공급이 어렵다고 하신다. 올해도 일을 저지르고 던지기를 해서 상반기에 정말 고생을 고생대로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기분대로 해서 일을 원활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 의지와 생각도 있다. 그것이 기업경영, 사업전략의 측면에서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 인연은 인연이다. 어찌 되었던 하시는 일이 잘 되었으면 한다.
전화 끊고 메일을 봤더니 미국 고객이 지금이 몇 신데 메일을 보낸 거야? 요약하면 '뉴스 봤지. 관세가 100%야. 아래 품목들을 당장 보내줄 수 있어?'라고 묻는다. 한 품목을 제외하면 요청한 날짜에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다. 트선생 덕에 이렇게 수주를 하게 되네.. 어이없게. 그런데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다른 미국 고객도 관세가 주야장천 오르고 더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만족스러운 검토 결과에도 사업진행을 보류했다. 당장 환율도 올랐고 수주를 하면 도움이 되지만 지속하지 못하는 사업 여건이 될 수 있어 걱정이다. 고객도 이 가격에 대체품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100원에 팔던 제품이 고객입장에서는 200원이 원가가 된다. 최종 고객도 250원에 사던걸 이젠 500원을 주고 사야 한다. 그 아름다운 관세 때문에. 내 고객이 물론 수익을 양보하고 조정을 하겠지만 이런 상황을 만들면 총질하는 전쟁과 다름이 없다. 시간 차이만 있지 생존의 기반을 부수긴 매한가지 아닌가?
미국 고객 정리하고 나니 공문이 왔다. 우리가 공급하는 제품에 희토류가 포함되었는지, 중국 상무부 제재 대상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이다. 다행히 해당 사항은 없다. 예전 왜놈들이 화이트 리스트로 분란을 만들 때 요란 딱딱하더니 이건 더 복잡하다. 공문이 4건이나 된다. 세상이 다 연결되어 있고, 이런 식으로 족쳐대면 줄타작을 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서로 나쁜 짓을 한다고 헐뜯기 바쁜데 내 입장에서 뭣이 달라? 그놈이 그놈이지. 매일 '너 먼저 죽어라, 나 혼자 잘 살 거다'를 시전 하는 놈과 '그런 식으로.. 엿이나 먹어봐라'하는 놈이나 그놈이 그놈이지.
금융위기 때 정도나 뉴스 나오고 바로 다음날 여파가 있었는데, 세상이 험악해지니 뉴스 나오면 실시간으로 뉴스를 체험하게 된다. 미친놈을 이기려면 더 미친 짓을 하면 되는데, 사이즈도 다르고, 지위도 다르고 욕을 읊조리거나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마음을 다스리게 된다. 하나 확실한 건 저런 짓들하고 벌 받을 거다. 경우가 읎어 잡것들.
마나님이 출타가 2일 길어질 거라고 연락이 오셨다. 헐.. 오늘은 뭘 해먹여야하나. 주부생활이 갈수록 난해지고 있다. 사무실 막둥이가 돈가스 어때요 하길래 토요일 먹였다. 그럼 부대찌개.. 김치찌개를 부대찌개처럼 일요일 날 해줬다. 삽결살 드세요? 집에 기름 냄새가 난리라 불가!! 이걸 보던 팀장이 '에휴.. 배달시켜요 배달'이라고 타박을 한다. 퇴근길에 회사 근처에서 왕만두를 간식으로 몇 개 샀다. 집 근처에 도착해서 매번 들르던 곳에서 빵도 샀다. 저녁도 먹고 간식도 먹을 테고 아침도 먹여야 한다. 귀찮아서 떡갈비를 좀 사볼까 했더니 '익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해'라는 아줌마가 야속하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마트에 가서 고기도 좀 사고, 계란도 샀다. 계란을 냉장고에 넣으려고 봤더니 많이 있네. 한 판이나 사 왔는데. 집에 다듬어 둔 대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없다. 고깃국을 끓이긴 했는데.. 맛은 꽤 괜찮은데 향이 왜 이렇지?. 냉장고 뒤져서 무를 잘 썰어 넣었는데.. 맛은 조금 더 좋아졌는데, 향은 여전히 왜 이런 거냐. 달봉이 별봉이 컴플레인이 있겠는데.. 흠.. 이것도 상상 그 이상일세. 월요일부터 빡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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