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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스타 Jan 12. 2024

목적 없이 걷다가 발견한 생각

제주도에서 목적 없이 걷다가 발견한 것들


제주도에서 목적 없이 걸었다



걸으면 앉아 있을 때 보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은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고 책으로도 얻지 못하는 무언가를 가득 채워주며 버릴 것은 버리게 해 준다. -임마누엘 칸트(독일 철학자)

아침 산책은 생각을 일깨워주고 선명하게 만들며 확장시킨다. 걸으면서 하는 대화는 이해력을 높이고 사고를 명료하게 만드는 반면 저녁 산책은 마음을 진정시킨다. -아리스토텔레스


모든 운동 중에서 걷기가 최고다. -토머스 제퍼슨(미국 3대 대통령)


 산책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고, 걷기 관련된 책도 많다. <아티스트웨이>, <걷기 예찬> 책에서도 걷기를 강력 추천한다. 처음에 걷기 추천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목적 없이 걷는 행위는 시간 낭비와 직결된다는 생각에 실행하지 않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목적 없이 걷기를 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웨이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걷기 미션이 있어서 하긴 했으나 진심으로 걸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보여주기식 형식적인 걷기가 아니었을까.

이번 제주도에서 목적 없는 '진짜 걷기'를 하면서 제대로 걷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만 해도 워케이션으로 제주에서 일주일을 보낼 생각에 들떠 있었고 신났다. 남편 출장을 따라왔다는 게 가장 큰 함정이었고 모든 스케줄은 엎어졌다.

남편 출장 일정에 맞춰서 오전과 오후를 나눠서 이동해야 했기에 나는 그 차를 얻어 타고 동선을 같이 해야 했고,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움직일 수 없어서 첫날부터 심술이 났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내가 계획해서 일정을 할 때 한 번도 이렇게 계획이 틀어진 적이 없었기에 하루종일 심란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첫날이 지나갔다.


요가 원데이 클래스, 다양한 카페에서의 작업이 나의 스케줄에 전부였는데 전부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요가원은 인원 미달로 예약한 당일 취소가 되기도 했고 정규 수업이 없는 곳이 많아서 시간과 날짜를 맞추기 어려워서 포기했다. 카페 또한 남편이 가야 하는 장소와 맞지 않는 곳들이 많아서 결국 사전에 검색해 왔던 곳은 아무 곳도 가지 못했다. 속상하긴 했지만 이대로 있기에 내가 너무 무기력해지고 짜증만 날 것 같았다.

빠르게 생각을 전환했고, 남편과 이동하는 시간에 할 일들을 다시 계획했고 되도록 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나는 숙소 근처에서 활동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절했다.


오전과 오후를 나누어 카페를 이동해서 작업을 했고, 그 사이 일부러 거리를 두고 이동하면서 30분씩 왕복 1시간을 걸으려고 노력했다. 운동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동네를 걷기 시작했는데 대화하는 소리, 파도 소리, 고요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숙소 근처만 걸었고, 숙소는 관광지 근처에 있다 보니 제주 도민이 살고 있는 마을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후반부에는 남편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마을을 걸었다.



제주 도민이 살고 있는 마을을 걷기 시작했고, 관광지 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낮 시간의 마을은 조용했고, 고즈넉했다.

돌담으로 지어진 집을 구경하기도 하고 마을에 구성되어 있는 다양한 상점과 식당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꽤 흥미로왔다.



그림 그리는 아내와 사진 찍는 남편이 운영하는 곳이 있는 구산리 마을

전 세계를 여행 다니며 요리에 영감을 받아 돔베막국수집을 운영하는 아저씨

초등학생들과 교수들이 함께 그림을 그린 자구리 벽화마을

아내는 샌드위치 가게를 하고 같은 건물에서 남편은 아늑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숨은 맛집 발견

서귀포시에는 곳곳에 노인 보호구역이 많다는 것



 매일 혼자 걸으며 발견한 것들과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지금 제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에 자주 다니면서도 이렇게 구석구석을 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 목적 없이 걷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에 소소한 감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왜 혼자 걸으라고 하는지 알겠다.

혼자 걸어야 사색하고, 주변을 살피며 멈추고 싶을 때 멈춰 설 수 있기 때문이겠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들을 많이 했다.

가던 길에서 발견한 것들을 천천히 사진에 담고,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누워서 하늘을 보기도 했다.

살면서 한 번도 혼자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혼자 걷는 시간을 경험하며 갑자기 혼자 여행을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나중에 우리 부부도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



 혼자 걸으며 발견한 것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부부들의 삶이다.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의 미래가 앞당겨져 보였다. 또한, 제주도 1인 카페와 식당의 영업시간이다.

오전 11시 ~ 오후 4시, 오후 3시 ~ 오후 8시,  오전 8시~ 오후 3시, 오전 10시 ~ 오후 4시


욕심 내지 않고 사는 삶.

공간은 부담 없는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었고, 적당히 친절했으며, 여행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려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삶이 다가 아닐 거다. 당연히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그들의 삶이 이렇게 크게 와닿은 걸 보면 제주도 삶에 관심이 높아진 게 아닐까.


목적 없는 걷기는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것 같다. 걷기를 하며 생각이 정리되고, 창조성이 피어오르는 경험을 하며 내가 원하는 삶을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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