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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Jan 02. 2021

현대자동차의 2021년을 기대하며(1)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1)

 개인적으로 현대자동차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하며 또한 그래야만 한다. 내가 처음 입사를 준비할 때 기업을 선택했던 기준은 당연히 개별적인 연봉조건도 있었지만, 삶의 많은 부분을 헌신해서 일해야 한다면 그 결과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전제조건이었다. 그중에서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의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봤을 때 단연코 가장 중요한 기업이었고 앞으로도 이 작은 국가가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 역시 언제나 자동차 기업에서 커리어를 출발한 일원으로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가 지나면 현대자동차의 내부 구성원으로서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


*브런치 작가 심심해의 취미생활님이 작성하신 글인데, 자동차산업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잘 정리해놓으셨다.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신 분은 5분 정도 투자하셔서 정독해보시길!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부 직원으로서 회사의 2025전략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매니저급이 평가하는 눈높이라는 점을 참고하시고 봐주시길 바라며, 또한 이 내용은 이미 하단의 경로에 회사에서 외부로 이미 오픈되어있는 내용과 현재 자동차 업계 및 모빌리티 시장이 돌아가는 2021년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라는 점이며 회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현대자동차 2025년 전략 (2020년 CEO Investor Day 오픈 자료)

https://www.hyundai.com/content/dam/hyundai/kr/ko/data/ir-schedule/2020/12/11/(2020-12-11)-ceo-investor-day-kor.pdf


 우리의 강점은 현재 기준으로 누가 뭐라고 해도 제조업이다. 또한 2025전략에 대한 제조업 관점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떤 이견도 없다. 오직 이대로만 잘 추진되길 기원할 정도로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전기차로의 대전환에서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대응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축적해온 수소차의 기술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계획한 로드맵 그대로 정확하게 실행만 할 수 있다면 자동차 내연기관의 대변혁기가 오히려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2021년이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폭발적 성장의 원년이라는 것은 모두 E-GMP가 가져올 앞으로의 효율적인 상품 개발과 당장 내년 상반기에 계획되어있는 전용 전기차 NE 런칭과 함께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현대자동차 E-GMP 발표 영상


 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꼭 남기고 싶다. 


 1.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조금 더 명확한 "실행조직"을 갖추길 희망한다.


 새로운 사업을 구축해나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이 진행되기 위한 적시적인 의사결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자원 투입이다. 모든 일은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흐름이 무한 반복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며, 자원 투입이란 결국 해당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인재와 예산이다. 


 신사업 / 신규 프로젝트를 위한 Basic Metric - 대기업에서는 보통 3,4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1. 시장환경을 고려한 전략 수립
 2. 수립된 전략 실행을 위한 Task별 세부 기획
 3. Task별 세부 기획의 구체적 실행
 4. 실행 과정에서 시장환경변화 대응, 세부 기획의 지속적인 조정, 전략 방향성 점검의 무한 반복 대응 


 당연히 좋은 회사라면 이 모든 과정에 적절하게 인재들이 배치되어 단계별로 업무 흐름의 막힘이 없이 흘러가야 한다. 대기업이 강한 이유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온 시장에서 1~4에 대해 막강한 자본력과 근무조건을 기반으로 인재들을 흡수하고 경쟁우위의 예산 체계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를 보면 모든 단계에 "자동차 연구, 생산, 제조, 판매"라는 관점의 인재는 글로벌 기준 약 12만명, 국내 기준 6만 8천명의 인력이 촘촘하게 잘 배치되어 있다. 그렇기에 부분적으로 보면 "저렇게 일을 해서 회사가 돌아갈 수가 있어?" 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지점들이 생길지라도 시스템적인 경쟁우위는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자동차처럼 한때 400만대 클럽에 들지 못하는 자동차 기업은 망할 것이다라는 우려가 과거에 있을 만큼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럼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현재 현대자동차에서 모빌리티 "신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인원과 예산 비중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현재 도전해야 하는 모빌리티 신사업 분야는 구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기존 시스템의 경쟁 우위를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이 거의 없다. 사업 구조적으로는 시너지가 날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사람"이다. 


 역설적으로 기존 시스템의 경쟁우위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 레거시를 내려놓기 힘들다. 실제로 현재 Digital Transformation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많은 기업들도,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이 옴니채널에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본질적인 구조로 보면 동일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잘 만든다는 것과 자동차를 활용한 서비스를 잘 개발하여 사업화를 시킨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관점의 전략/기획/실행 역량을 요구한다. 그럼 기존의 인력들의 강점인 "Domain Knowledge"는 적극 활용하되 이들 중에서 새로운 신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선발하고 구축하여 적시에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제공되어야 하고, 업무적인 Transformation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이 정도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기존 레거시 체계에서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을 기존 조직에서 쉽게 전출해서 새로운 조직으로 발령 내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또한, 거대 조직에서 R&R을 정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걸 정리하고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동안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환경은 또 다른 경쟁의 룰을 요구하게 되거나, 이미 우리가 구축해야 하는 시스템적인 우위를 타 대기업 또는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힘든 사이즈가 돼버린 스타트업들이 생태계를 장악해버린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특정 분야에서 시스템적인 경쟁우위가 생기면 사실 그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지점이다. 우리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수직계열화"라는 형태로 제조업의 완벽한 전략적 해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지 않았는가? 


 예를 들어, 지금 기업결합심사로 한참 동안 주춤하다 보니 특별한 대고객 관점의 마케팅도 기존과 대비해 대대적으로 하고 있지 못한 배달의 민족의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늘었다. 물론 딜리버리히어로가 전략적으로 요기요를 축소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쿠팡이츠의 편의성과 프로모션 혜택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변화가 크게 변동폭이 없다는 것은 한번 만들어진 고객 행동의 특정 서비스 의존성은 생각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그럼 이 지점에서 명확한 질문과 선택을 해야 한다.


1안)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계로서의 영향력을 내려놓을지라도 제조업의 경쟁력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을 유지하며, 신규 서비스와 관련된 지점들은 자본 제휴 형태로 느슨하게 생태계를 연결하며 협업한다.


 1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에 핵심은 우리가 기존부터 잘하던 것에 대한 최고의 경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본이익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관련 생태계에 투자하여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메인 전략으로 선택된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새로운 실행과 조직 구축은 "투자 기반의 지분 영향력" 확대와 관리 중심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극단적인 경우 반도체 산업에서의 디커플링이 일어나 펩리스와 파운드리로 구분된 것처럼 향후 모빌리티 서비스업이 자동차 제조 생태계를 역전하여 제조업체는 생산과 주문 물량에 대한 대응을 위한 R&D 조직만 남아도 되는 특이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이에 대응하는 선택도 필요할 수 있게 되는 것이 1안의 미래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기존의 딜러망 체계들의 붕괴, 자동차 세일즈에 관련된 인력들은 불필요해지는 등 산업적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자동차 업계가 1안만을 선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2안)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고객 서비스 관점에서 D2C에 대한 구축 비용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자체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며 전략적 해자가 완성되기 이전까지 잠재적 경쟁자들과 전략적 협업을 유지한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래서 보통 1안을 실행하면서 2안을 같이 추진하는 경우가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업계가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2안의 관점에서 위에서 얘기한 신사업의 Basic Metric의 3, 4단계 관점에서 봤을 때 적나라에게 표현하자면 현재의 상태는 아래와 같다.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실행하고 있는 스타트업보다 잘하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답게 시장 환경에 대한 이해와 대응 전략에 대한 분석은 사실 완벽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구조를 봤을 때 실행으로 넘어가는 단계부터 강력한 추진 동력이 생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실 아래와 같다. 


 해당 사업이 빠른 실행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체와 전략적 협업 포인트를 명확하게 가져간 상태에서 별도의 자회사 또는 JV, 사내스타트업 등으로 분리되어 추진될 수밖에 없다. (규제 및 법적 리스크 관점에서도 사실은 분리되어 추진되는 게 현실적이다). 기존 내부 조직의 의사결정체계를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는 것은 매 의사결정마다 전혀 다른 논리의 기획과 실행이 이뤄져야 하는 신사업이 계속 기존의 논리로 검토되고 지연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이라고 표현하고 실제로는 험지를 향해서 가야 하는데 이미 핵심 인력들은 기존 조직에서도 충분한 대우를 받고 있고, 심지어는 기존 조직에서는 조금 느슨하게 일해도 시스템적인 구조 우위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누가 그곳을 향해갈 수 있겠는가? 금번 SKT가 사상 초유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심지어는 복귀에 대한 약속까지 했음에도 티맵 모빌리티 초기 구축에 그렇게 애를 먹었다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어쨌든 자본이 투입되었으니 이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분리만 시켜놓고 실제로 통제는 동일하게 해 버린다는 두려움을 해소해주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거기 가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관리가 아닌 확실한 지원의 관점에서는 시너지를 고려한 많은 것들이 이뤄져야 하며, 생각해보면 이런 지원은 생각보다 단순한 지점들이다. 자회사나 스타트업 관점에서는 생각보다 큰 비용인데, 대기업 관점에서는 내부 효율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지원 프로그램화하여 제공하면 된다.  


 오히려 아직까지는 명확한 성과까지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포티투닷" 같은 경우가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보면 "모션"이나 현재의 "사내스타트업"들 보다는 훨씬 나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러한 관점이다. 사업 아이템과 시장환경에 대한 관점이 아니다. 오직 실행에 대한 관점에서의 평가이다. 그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꿈을 위해서 기존 현대/기아자동차의 레거시와 충돌되지 않는 인재들을 새롭게 채용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전폭적인 투자 예산 지원을 기반으로 실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현대자동차가 최소한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실행을 하고자 한다면 2021년은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고, 이는 분명히 "국내 시장" 만을 중심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글로벌 지향이 중요한 만큼 각 모빌리티 서비스는 고객들의 문화적/지역적/규제 특성으로 인한 로컬 최적화가 핵심적인 변수이고 그럼 상대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국내 시장이 가장 좋은 테스트 베드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Type 1에 대해서도 우리가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여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를 희망하고 있기에... 그리고 그 모든 연결지점이 각자 독자적인 사업화된 수익원으로 성장하되 상호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하길 기원한다. 


 현대자동차의 현대 속도라는 스피릿만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면, 지금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절대적으로 장악해나가고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기존 산업과의 명확한 시너지 관계를 활용하여 2020년 4분기부터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네이버 My Car 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당사 차종에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한계를 넘어서 항상 우리가 수집하고 싶어 하는 타사 차량 보유 정보 및 타 이동수단 이용정보 역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획득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 내의 많은 기능 등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이것을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추진동력으로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현대차가 조금만 앞에서 이끌어주길 바라는 시장의 숨어있는 염원들을 하나로 뭉쳐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사업구조가 단순히 우리 혼자 승자독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ESG를 기반으로 생태계 중심주의의 관점을 잃지 않는다면 여전히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나머지 2개는 다른 글로 정리하고자 한다.  


2. 오픈 API는 데이터를 넘어서 기능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길.. 

3. 모빌리티 서비스에서는 자동차를 내려놓고 "채널관점" 에서 집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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