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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an 22. 2024

달콤하진 않지만 설레고 싶어.

 인터넷에서 흔하게 접하는 사주 운세에서 내 전반적인 인생은 soso 하다고 평균 점수를 매겨주던데..

사십 년 넘게 지나오는 인생곡선은 잦은 비포장 도로로 어째 나의 인내심을 실험하는 것 같을 때가 많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을 뭔가에 묶여 지내는 듯 같은 자리에서 걷고 또 걷는 기분일 때가 많다.

내 앞에 놓인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안도하며 또 다른 장밋빛 희망을 넌지시 마음에 하나 품으면

아흔아홉 개를 가진 누군가가 하나를 가진 내게서 기어코 그것을 빼앗아 가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고.

처음엔 미친 듯이 화가 나고 억울해서 소리를 지르다가도 기운이 빠져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물질적 결핍에 대한 보호 본능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남들에게 인색한 스크루지가 되어 버렸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겪고 있는 힘든 시간들을 의식적으로 공감하지 않는다.

정신적 우울감, 가족 간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출산과 육아, 건강문제 등... 나와 비슷한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그들의 문제를 쉬이 가볍게 여기기까지 했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더 불쌍히 여기며 오만하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直面

 조금 멀직히 떨어져 바라본 내 문제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다양한 경우의 수이기도 하다.

그 어떤 매뉴얼이 없으니 나 역시 태연하게 한 가지씩 차근차근 해결하고, 때로는 날 것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었을 텐데 내가 너무 겁쟁이처럼 유난을 떨며 지나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할걸...',

'말이라도 다정한 사람이 될걸...',

'한 끼 식사라도 대접할걸...',

'시간 내서 만나볼걸...'

어느 곳에서 우연히 옛 인연들과 마주친 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을 쉽게 대했던 나의 가벼움을 후회한다.

비록 내가 남들과 비교하여 물질적으로 그렇게 풍족하진 않더라도 작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누군가에겐 괜찮은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비록 인생의 달콤함이 그닥 많지 않은 내 인생스토리에서도 분명 twinkling star가 될 원석이 몇 군데 숨어있지는 않을까?


肯定


마음속에 끓어 차오르던 여러 감정들을 가라앉히면 비로소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남게 된 내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악바리로 버티며 전력 질주해 온 일상에서 번아웃이 올 때마다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 낯선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최후의 내 본심을 마주하던 그 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래도 나다운 나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그 시간.

그때마다 마주한 그 본질은 항상 같은 결론이었다.

'자신을 긍정할 것.'

'내 현재를 감사할 것.'

'그대로 나아갈 것. keep going'


내 앞에 놓인 돌멩이들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목적지를 향해 가다 보니 지루하고 재미없던 것도 사실.

두 발로 열심히 걷되,

콧노래도 좀 불러보고,

주변에 핀 들꽃도 바라보고,

짝꿍 손도 꽉 잡아주면서...

내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고 현재를 긍정하며 가던 그 길을 기왕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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