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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Nov 26. 2023

우리 모두는 기한이 다른 시절인연일 뿐.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조차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고, 각자의 밥벌이를 챙기고, 또 다른 가족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 운명의 모래시계는 다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형아~~'하며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우애 있는 형제도 결혼과 출산 등으로 각자의 식구가 생기면 혈연의 단단한 실은 어느새 자신들도 모르게 느슨해진다.

매일 마주 보던 시간의 간격이 점점 늘어나고,

시시콜콜 주고받던 일상의 대화가 분명한 목적이 있는 연락으로 대체되며,

옆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또 다른 가족의 눈치를 봐가며 해야 하는 말들이 생기고,

선뜻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공유하던 추억이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날수록 느슨해진 서로 간의 거리감을 인정하며 수 십 년 같은 성을 쓰고 함께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며 공유했던 가족의 정체성을 벗어버리고 또 다른 독립적인 인간이 된다.  


그러니 서로 다른 지점을 향해,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이별하고 있는 우리를 서운해하지 말라.

부모라는 둥지를 벗어나 이제 우리는 각자의 삶의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뿐.  그 시작이 같았음을 잊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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