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의 루푸스
루푸스는 참 까탈스러운 친구입니다.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앵돌아져서는 이리 칫 저리 쳇 저와 눈도 마주치려 들지 않습니다.
눈앞에 루푸스가 있었다면, 아마 머리를 한 대는 쥐어박았을 것입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변할 때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더니,
여름에서 가을로 변할 때는 그렇게 코피를 쏟습니다.
하루에 한두 번씩 쏟는 코피는 단순히 건조해서라기엔 양이 심상치 않습니다.
요즘은 비강 쪽이 멍해지고 피맛이 돕니다.
고개를 숙이면 어김없이 얼굴에서 피맛이 느껴져 머리를 가만히 둬야 합니다.
하지만 잘 때는 어쩔 수 없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면 아침마다 피바다가 된 베개를 마주하고는 합니다.
전조성 편두통도 함께 날뛰고 있는지라 삼일 연속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경차단제를 먹고 웅크려 누운 채 두통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했습니다. 덕분에 평소 기상시간보다 두 시간이 늦었습니다.
천식도 도졌습니다. 한풀 꺾인 더위가 반갑기는 하지만, 산책을 나서면 시원해진 공기가 목구멍을 지나면서 자꾸만 기침이 나옵니다. 상기도 쪽에서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들립니다.
온몸이 쩍쩍 갈라지기도 하지요. 바디 크림을 바르고 발라도 영 효과가 없습니다.
관절은 또 어떻고요. 관절 마디마디가 그렇게 쑤실 수가 없습니다. 아침마다 뻣뻣해져서 조금만 움직이려 하면 비명을 지르는 관절에 아, 날씨가 많이 내려갔나 보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하나만 놓고 보면 별 일 아니라고 넘길 수 있지만 다 모아놓으면 일상을 너무 방해하는 증상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증상이 안좋아진 이유가 있었습니다. 약이 증량되었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아져서 어쩔 수 없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은 선고와 같습니다. 어떻게 줄인 약인데. 원망스러움에 눈이 새치름해지지만, 노려볼 대상이 나 자신이라 고개만 푹 숙입니다.
내가 뭔가를 잘못했을까. 자책한다고 루푸스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그럼에도 자꾸 과거를 반추하는 이유는 증량은 쉽고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병이 안좋아지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그 중 날씨는 개인이 조절할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한 변화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년에 네번씩 겪어야 하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모쪼록 이정도로, 더 심하지 않게 지나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