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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즈플 Apr 10. 2024

집순이에게도 밖이 필요한가요?

스프링피크 - 봄철 우울증




봄입니다, 봄.

미세먼지가 가득한 봄이 왔습니다.


집순이는 봄에 꽃이 핀 것도 모르고 집 안에서 빙글빙글 청소기만 돌리며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창 밖을 보았는데, 산등성이에 벚꽃이 군데군데 폈습니다.

분홍물이 든 산이 어여뻐 한참동안 밖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 예쁘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라? 내 기분이 왜 이렇지?

왜 이렇게 착 가라앉아서 물 위로 떠오르지 않지?



정신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봄 환절기는 조증의 계절, 가을 환절기는 울증의 계절이라고들 말했습니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보통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 겨울에 발생하고는 하는데 신기하게도 1년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기는 봄입니다.

일명 스프링피크 (Spring Peak),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 현상은 최근 3년간 자살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1년에는 3월, 2022년에는 4월, 2023년에는 5월에 자살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봄철에는 꽃도 피고 일조량도 늘어나고 사람들의 활동도 많아지는데 왜일까요?


사람들의 활동이 많아지는데 주목해야 할것입니다.

사회적요인과 연관지어볼 때 입학, 졸업, 취업 등 다양한 변화가 많은 2, 3, 4월에 변화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타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경우, 봄의 따스한 날씨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계절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아직 겨울인데 다른 사람들만 봄의 날씨를 만끽하고 있을 때 말입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더더욱 시리고 추운, 힘든 시기를 느끼게 되는거죠.



저는 타인과 비교를 할 거리가 없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렇지도 않았나 봅니다.

밖은 이미 꽃이 나부끼고 햇빛은 찬란한데 그 밖을 산책하고 햇빛을 쬐지 못하고 집 안에 있어야 하는 게 답답하더라구요.


작년의 저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요, 올해의 저는 무얼 하고 있는걸까요?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닌 뒤로 향하고 있는 기분. 도태되어 가는 기분은 겨울보다 봄에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아, 이래서 봄철우울증을 조심해야 하는거지.

머릿속으로 개념을 이해하면서도 요 일주간 정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순이는 집이 가장 편하지만 밖도 필요합니다. 힘들고 귀찮아도 밖에 나가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계절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서라도 나가서 바깥바람을 쐬어줘야겠습니다.

술렁이는 제 마음을 알아챘으니 곪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스려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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