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평일 저녁, 혹은 주말에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두시간이라도 차곡차곡 쌓이면 꽤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관심을 갖은 게 인테리어. 전부터 좋은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대학생 때부터 평일이고 휴일이고 시간이 날 때면 꽤 자주 홀로 카페, 전시회 등을 찾아 다니곤 했다. 좋은 공간에서는 대체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근사한 카페나, 서점, 때로는 음식점에 갈때면 언제가는 나도 이런 내 공간을 간직하고 있다는 바람이 있었다. 자주 돌아다니면서 정말 좋은 공간을 발견하면 가까운 친구들도 데리고 가고 또 가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는데 몇년이 지나보니 그런 공간들이 제법 쌓였다.
현대인들에게 대표적인 '공간'은 어디일까? 하나는 단연코, 1)집. 다른 하나는 2)직장, 회사, 자기가 일하면서 보내는 대부분의 장소. 그리고 또 하나는 3)이동하면서 보내는 공간인 대중교통이거나 차 안. 이 세가지 공간은 자주 변하지 않으면서도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간은 집.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10번도 넘게 집을 옮겨가며 살아왔다.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 들어가 살았던 기숙사, 수험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얻은 학원 앞 고시원, 인문대로 새로 입학한 대학에서 얻은 첫 자취방, 하숙집, 원룸, 오피스텔,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들어간 신촌의 원룸, 연희동 생활, 양재 시민의 숲, 그리고 정자동 라이프까지 지난 10년간 참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어렷을적부터 절친한 고향 친구들은 내 공간의 자취의 산 증인들인데 모두들 하는 말이 내가 지내는 공간이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근사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해주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월세. 월세가 조금씩 조금씩 높은 곳으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공간이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이유는 안목.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래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살아본 경험이 있기에 좋은 공간을 보는 안목이 생겼고, 같은 공간이라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크지 않더라도 분명하게 내 취향이 녹아들어간 그런 공간을 꼭 가꾸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후에 가정이 생기면 가장 친한 친구같은 동반자와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그런 공간을 몇년전부터 미리 상상하고 준비하는 게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