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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Nov 20. 2016

도배지를 골랐다.

방 치수를 쟀다.

일주일 앞으로 이사가 다가왔다. 들어가기 전에 동생과 함께 먼저 이사갈 집을 한번 더 방문해서 둘러 보기로 했다.


세탁기와 냉장고를 사서 들어가야 했기에 토요일 오후에 잠실에 갔다. 근데 마침 집주인 아저씨도 우리가 들어갈 집에 장판을 새로 해야한다며 오늘 방문 해달라는 전화를 했다.


"도착했어요. 3층으로 가면 될까요?"

"네, 지금 제가 집에는 없고 5층으로 가시면 집사람이 있을거에요. 안내해주실거에요~"


오피스텔에 살다가 다시 빌라로 들어가려니 옛날 생각이 났다. 이제 방도 두 개고 거실도 있고 하니 기대가 더 된다.


곧 집주인 아주머니가 나와 3층 집을 안내해주셨다.  "장판은 들어오시기 전에 새로 해드릴게요. 요새는 우드장판도 밝은 쪽으로 하는 추세라 지금 보는 것보다는 훤해보일 거에요."


아주머니는 문을 열어주시고는 천천히 둘러보다 가라며 5층으로 올라가셨다. 동생과 나는 베란다, 작은방, 큰방, 거실, 화장실까지 모두 각각 치수를 쟀다.


"여기는 세탁기, 이 자리는 냉장고가 좋겠고, 콘센트가 이쪽에 있으니 수납장은 저기로 하자."


필요한 가구 배치를 구상하고 벽을 보았는데, 여기저기 못 자국이 있고 벽지도 너무 밝은 파란색이라 들어가기 전에 손 좀 보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을 나와서 아주머니께 전화를 걸어 도배는 우리 비용으로 할테니 아는 도배집을 연결해달라고 했다.


"아니, 안그래도 장판하는 거 때문에 5단지 상가 도배집에 가야하는데 같이 가요. 남편한테 전화할게요 그럼 총각이 장판 색상도 좀 봐보세요. 집 문색깔이 붉은 우드톤이니까 적당히 장판이 너무 밝아도 안좋을 것 같아요."


가는 길에 왼편 호수 공원을 지났는데 공원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 공원에서 종종 산책도 하시고 그러세요?" 하고 물으니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주거니 받거니 한마디씩 하셨다.


"아휴, 여기 정말 좋아요. 가을에는 단풍이 들어서 얼마나 로맨틱한 지 몰라요. 봄에도 좋고. 그쵸 영지 아부지?"


"허허, 그렇지. 요새 갑자기 추워져서 못나갔네."


그 대화가 지나가고 사거리 건널목을 지나는데 신호가 파란불에서 주황색으로 바뀌는 찰나였다.


"너무 급하게 가지 말아요." 라고 아주머니가 한마디했는데, 아저씨는 순간 엑셀을 밟아 신호가 주황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는 순간 사거리에서 통과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아휴, 빨리 가지 말랬잖아요. 그치만 용감했어요. 당신"


두 사람의 짧은 대화를 옆에서 들으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곧 상가 도배집에 도착했다.


도배집 사장님이 집주인 아주머니를 보시더니 "언니" 하고 부르시길래 단골인가 보다 했다. 장판은 회색빛이되 너무 밝지 않은 것으로 했고, 도배 벽지는 가능한 펄이 없는 것으로, 흰색에 가까운 아이보리로 했다. 짧은 시간에 샘플을 많이 보면서 나중에 신혼집 구할 때는 머리 꽤나 아프겠다고 했더니


"아휴, 총각 꿈도 야무지네. 신부가 다 골라요 그건. 신랑 데리고 오지도 않아요." 하시며 웃으셨다.


멋진 그림을 그릴 흰색 도화지를 장만한 기분 들었다. 하나씩 이쁘게 이 공간을 꾸며 보아야지. :D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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