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교육의 혜택과 의미에 대하여
나는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국비로 공부했다. 등록금 뿐만 아니라, 학부 때는 매월 학교에서 적은 돈이었지만 용돈도 받았고, 대학원 때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수탁연구비도 받았다. 물론 수탁연구비는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받은 것이지만, 10년동안 큰 혜택을 받으면서 공부한 것이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등록금 없이 너무나도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혜택을 받은 만큼 어떤 형태로든 국가의 산업발전에 기여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비용이 얼마이고, 왜 이런 혜택을 받은 것인지를 정확히 이야기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졸업생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를 했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그만한 자격이 있어서 당연히 받을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몇 년전에 이 점에 대해서 지도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었고, 교수님도 공감을 하시고 학교에 제안하여 이제부터는 학생들에게 국비로 지원받은 금액을 알려주게 해야겠다고 하셨다. (실제로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과학기술원법 제1조 설립 목적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 깊이 있는 이론과 실제적인 응용력으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
-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중·장기 연구 개발과 국가 과학기술 저력 배양을 위한 기초·응용 연구 수행
- 각 분야 연구 기관 및 산업계와 연계한 연구 지원
공부 열심히 해서 학교에 입학했으니 누릴 자격이 있어서 혜택을 준 것이 아니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해주기를 바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KAIST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는 수많은 국공립 학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하겠지만, 특히 세금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일수록 더욱 노력을 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이던 시절에는 개개인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살면 그것이 곧 국가 발전과 일치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 구조가 복잡해지고 많은 이해관계 구조가 생기면서, 개개인이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곧 국가 발전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자신의 삶의 방향에 국가 발전도 명시적으로 함께 고려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국가를 생각하고 애쓰며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고 돈과 이해관계로 각종 인맥을 동원해 법적 제재도 피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너무 짧은 시간에 급성장 하면서 교육을 포함하여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5.4.23일에 방영했던 명견만리 "김영란의 제안, 부패를 넘어 신뢰사회로"편을 보고, 우리나라 엘리트 집단의 높은 부패지수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기득권 세력은 주로 엘리트 집단이고, 엘리트 집단은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많은 혜택을 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잘나서, 당연히 받을 만한 자격이 있어서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고, 지금 이 시대에 국가 발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에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으로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공립 학교에서 세금으로 혜택을 제공할 때에는 혜택을 주는 이유와 비용 등을 명확히 전달했으면 좋겠다. 요즘 트렌드인 "나를 위해 살자"는 좋은데, 거기에 국가와 사회의 발전도 꼭 함께 고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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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itm2.kaist.ac.kr/images/kaist_og_visual.jpg
※ 2019년 5월 26일 페북에 처음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