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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jette Dec 14. 2016

201610-201612 책 로그

지지배배뱃?

올해도 벌써 끝나간다. 책을 읽은 것은 읽은 대로, 안 읽은 것은 안 읽은 대로 안타까워지는 시점이다. 나는 책을 읽은 것은 읽은 만큼, 안 읽은 것은 안 읽은 만큼 충실한 삶을 살았나 다시금 돌아본다. 물론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이번 분기는 연말정산(?)을 빨리 하기로 한 관계로 좀 일찍 정리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내년 1분기때 같이 정리해야지.

(좋았던 책은 진한 글씨로 표기했다)



2016-10

* [어제의 세계] : 슈테판 쯔바이크는 자서전의 형식을 빌려, 1,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과 다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는 시대를 우아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빛은 어둠 속에서 나옴을 역설하지만,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 [거울]: 유령 등의 소재를 다루지만,슬프고 처연하다는 느낌의 단편집. 다만 시니컬하지 않고 아름답고 우아해서 그런가 조금 개인적 취향과는 조금 벗어났다.

*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 인터넷에도 짤방으로 몇 개 종종 돌아다녔던, 내성적이고 책벌레에 귀차니즘 만빵인, ‘철없는’ 여성의 솔직한 고군분투 만화. 가볍게 읽기 넘나 좋다. (커플 이야기만 안 나오면) 간간히 공감되어서 빵 터졌다. 그치. 철들면 죽을거야.

* [미로 속의 암소] : 이런 가볍고 유쾌한 수학 칼럼 모음 참 조으다. 물리나 위상수학 쪽은 100% 이해는 못 하겠지만 어렵지도 않고 재밌으니 일단 읽어두면 나중에는 다 이해가 되겠거니 하고 부담없이 읽는다. 영국 수학자여서인가 앨리스나 디스크월드가 예제로 짬짬이 나와서 더 조으다.

* [리바이어던]: 어린 시절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었다. [코난 도일의 말]에도 나왔던, ‘자신을 갈고 닦지 않고 신의 힘만을 믿는 종교인의 부패’가 새삼 얼마나 끔찍한 지를 여러 모로 깨닫고 있다.

* [코넌 도일의 말] : 코넌 도일의 인터뷰. 후기 인터뷰라 셜록 홈즈 이야기보다는 삶의 회고나 심령술-_-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후기에 글을 좀 잘 쓰셨던 기억이 있어서 심령술 이야기는 좀 아쉽지만 그래도 정신은 매우 바르게 박히신 분이라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셜록 홈즈에서 ‘증거와 논리에 기반한 추론’을 널리 전파하신 분이라는 것에 충분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 [스타쉽 트루퍼스] : 밀리터리 SF의 대표격.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려서 다시 읽었다.미래(?) 의 군대 묘사를 이 이상으로 이상적으로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하인라인님이 강화복이 있으라고 외치신 후 수많은 영화 애니 게임이 생겨났지.(…) 미국 특유의 전쟁이 끔찍하다면서도 어딘가 향수를 불러오는(?) 느낌은 있으나 극우주의 같다거나 하는 거부감이 의외로 많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 현재 트럼프/힐러리 의 미국 구도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기이한 현상에 대해서, (그리고 책이 나온 시간이 시간이라) 이른바 샌더스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 내용. 요점은 백인 남성의 타락(?)이라는 이미 익히 아는 것과 동일한 결과지만 뭐 나름 재미있었다.

* [뉴욕의 스노우캣] : 뉴욕도 스노우캣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뉴욕의 싸늘한 바람과 메트가 그리운 건 책이 좋아서인가 피곤해서인가.

* [별의 계승자] : 이른바 학회 SF. 5만년전의 인간의 시체가 달에서 발견한 것을 둘러싸고 논리에 논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단조로운 구성인데다 과학적으로 좀 이상한 부분도 간간히 보이지만 이야기가 탄탄하고 흥미로워서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신나는 이야기다.

*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집] : 주변인,혹은 갑작스런 사소한 일로 인한 일상의 균열,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의 삶은 가뭄의 논바닥 같은 수많은 균열이 이미 자리잡고 있던 것이라는 것을 미국 남부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끝없이 보여준다. 무감한 시선의 일상들.

*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 하아 일러스트집에 텍스트 조금이라 슬슬 넘기는데도 넘나 오글거려서 참지 못하고 중간에 다른 책도 구경하다 겨우 다 봤다.(…) 아니 제목답게 따듯하고 사랑스럽고 예뻐요. (…)

* [대프니 듀 모리에 단편집] : 전에 읽은 [새]와도 겹치는 단편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워낙 좋으니 읽은 건 읽은 거 다시 읽는 대로 좋고 안 읽은 건 처음 읽으니 좋은 것. 모리에느님은 옳지요.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불안감이 가득한 멋진 소설을 읽으니 스트레스가 싸악 씻겨 내려가는 기분!

* [로마 걷기 여행] : 이 시리즈 런던 편을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이번에 새로 나왔길래 이번엔 시리즈를 싹 질렀다.(…)로마는 소매치기에 대한 소문이나 너무 볼 게 많아 부담스러운 데에 반해 무언가 확 땡기는 요소는 없어서 아직 못 가봤지만 여전히 어떤 멋진 도시를 하나하나 밟아간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 : 사소한 수다 같은 기분으로(소심한 독거노인의 삶을 공유하며 수다떨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으므로 이런 책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이런 책을 가끔 보면 꽤 재밌다. 이 것도 그냥저냥 ‘아아 이 사람은 이러고 사는구나’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보는데 왜 어째서 결론은 연애물인거죠 왜죠?(…) 급 김이 빠졌…

* [가만한 당신] : 화려하지는 않았지만,여러 상식을 만들기 위해 생을 보낸 사람들에 대한 부고의 재해석. 따뜻하고 우아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 [엑스맨: 메시아 콤플렉스]: [칠드런 오브 맨]의 엑스맨 버전인데, 훨씬 많이 싸우고 의미없고 우울하게 푼다. 

2016-11

[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 : 맥주는 그냥 자신의 입에 맞는 걸 마시면 그만이라고는 생각한다.하지만 자신의 목에 흘러들어가는 것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와 차이점들을 알게 되는 것은, 그리고 그것들이 다들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면 더욱,나름 나쁘지 않은,혹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안녕, 주정뱅이]: [이모]라는 단편을 듣고 냉큼 단편집을 다 읽었다. 먹먹한,허망한,흘러가는,혹은 남겨진 삶과 거기에 녹아든 술,흩어진 마음과 망각, 그리고 남은 파편들에 대한 안타까움.

* [자메이카 여인숙] : 영화화도 여러번 되었다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장편인데, 이 책 역시도 특유의 진갈색 끈끈한 타르 느낌 가득. 결말이 여러 모로 훤히 보여서 심심한 것도 있고 주체적 여성상이 좀 촌스러운 것도 있지만 특유의 분위기와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갈 수 없게 하는 끈끈함이란.

* [젋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히친스가 종교와 정치에 대한 회의에 찬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형식으로 쓴 글.’최대한 참지 말되 최대한 신중하고 회의적이 되려고 노력하게. 비정의와 비이성을 뼛속까지 증오하되 절대로 자신에 대한 아이러니한 비판을 게을리말게. 또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억지로 역사를 들먹이거나 표어로 삼지 말고 역사에서 겸손하게 배우기로 결심하라는 말이네.’

* [셀프혁명]: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가지는 자긍심을 다시 깨우자는 책. 단 저자가 여성운동가다보니 어떤 페미니즘 책보다도 더욱 페미니즘스러운 책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이 책의 내용인, 매우 보편적이고 잘 정돈된, ‘자긍심을 찾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페미니즘과 다를 것이 없다.

* [원숭이와 본질]: 뭐랄까, 이 책은 너무 시니컬하게 시작해서 시니컬하게 끝나서 뭐라 할 말이 없다. 근데 이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견을 제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누구든 읽어보라고 하고는 싶지만,왜!라고 반문하면 답하기 어렵다.

* [스프린트] : 제품 기획부터 결정까지를 5일만에 해치우는 방식인 스프린트 방식에 대해 설명한 책. 설명도 깔끔하고 슬랙이나 블루보틀커피의 예제도 귀엽다.

* [함께 가만한 당신] :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의 자리에서 담담히 해내고 가만히 사람들 속에 자리잡은 사람들의 부고. 전작만큼 담담하고 차분하나 조금 더 가볍고 다양한 삶의 궤적이 있어서 편안했다.

* [안나와디의 아이들] : 인도 슬럼가 사람들의 이야기. 올라갈 수 없는 삶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견뎌낸다. 매체에서 많이들 다뤄지는 것처럼, 과하게 비참하지도 과하게 낙관적이지도 않은, 하루하루 이어지는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면서도 담담하게 담아낸 이야기.

* [트리피드의 날]: 갑자기 눈 먼 사람들의 혼돈 속에 육식 식물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몇 안 되는 눈 뜬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그러하다 [눈 먼 자들의 도시]등의 작품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고전.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신나는 라이트 버전 같은 느낌이다.) 완역판이 나온 것만으로도 넘나 반가웠고 즐겁게 읽었다.(다만 요즘 세상이 하도 흉흉해서 이 정도 디스토피아는 별 감흥이 없다 못해 귀여워 보인다는 게 문제)

* [스타워즈: 잘 자요 다스베이더] , [스타워즈: 다스베이더와 친구들] :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시리즈 두 편이 더 나왔다.[다스베이더와 친구들]은 한 솔로 및 다른 캐릭터들이 레아 루크 남매와 발랄하게 노는 이야기로 늘 즐겁다.[잘 자요 다스베이더]는 스타워즈 세계에 밤이 찾아온 이야기인데, 자기 전에 읽으면 너무 포근하고 귀엽고 좋을 것 같다.

* [아트 오브 피너츠] : 찰스 M.슐츠와 [피너츠]를 연대기 식으로 쭉 따라가며 짧은 이야기와 무수한 관련 아트웤을 엮어놓았다. 너무너무 예쁘고 좋아서 보는 내내 이른바 ‘힐링’이 되는 것을 느꼈다.

정말 [피너츠] 덕에 행복해요. 스누피,찰리 브라운,루시…어떻게 이들을 잊을 수 있겠어요?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국이 시국이라 다시 대충 읽으려다 넘나 열심히 읽은 것… 사실 이 분도 꽤나 정치에 화가 나서 쓰셨다는 게 마지막 2장에 이어 잘 드러나는데요.’우리 국가의 창설자들은정부와 어떤 논쟁적인 종교 간의 밀접한 관계는 자유에 치명적이라고-그리고 종교에 해롭다고-인정 했다. 판사 블랙 (1962년 엥겔 대 비탈리 사건의 대법원에서)은 헌법 수정 제1조를 이렇게 설명했다.그 조항의 가장 직접적인 첫번째 목적은 정부와 종교의 결합은 정부를 파괴하고 종교를 타락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했다.’

2016-12

* [The lottery]: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를 공식 그래픽 노블로 낸 것.나야 소설 특유의 간결하고 싸늘한 분위기를 좋아하곺끝의 충격이 너무 대충 넘어간 것은 아쉽지만 축제(?) 전 마을의 분위기를 히치콕 영화스럽게 잡아낸 이런 버전도 흥미롭다.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 탄복했다.

* [삼체]: 굉장히 화려하고 빽빽한(흥미로운 것들도 있었다) 설정의 SF 소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넘나 (스테레오타입의) 중국스러웠다.

* [제 5 도살장]: 읽어야 할 책이 잔뜩 있지만 이 책이 도착한 순간 안 읽을 수 없었다. 아아 보니것옹 책 재발간 넘나 기쁘구요. 졸린데도 밤에 앉은 자리에서 계속 읽게 되는 마법같은 전쟁의 상흔. 절판 전 책과 번역이 꽤 달라서 술술 넘어가기는 하는데 워낙 명언이 많은 책이라 어색하기는 하다. 다 그런 거지.어쨌든 모든 것은 아름다웠고 어떤 것도 아파하지 않을테니.

* [사키 단편집]:미국에 오 헨리가 있고 프랑스에 모파상이 있다면 영국에는 사키가 있는데, 왜 이제서야 제대로 된 단편집이 나온 걸까. 오래 기다렸고 기다린 만큼 끝내주는 근사한 단편들이 한 가득. 아마도 오 헨리나 모파상보다 조금 더 고딕스러운 느낌에 버건디빛 냉소가 진뜩 있어서 국내 정서(?)에 조금 안 맞아서 였다는 추정을 해보지만 그러기엔 이렇게 끝내주는 반전과 블랙코미디를 또 어디서 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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