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ka GG Jun 28. 2022

실력과 경력 사이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레 생기는 줄 알았던 것 - 경력 

| 이 죽일 놈의 스타트업 

스타트업. 왜 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서 고생을 하는지. 나 스스로도 의문이고, 최근 이직 이후 안부를 물어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묻는 말이다.


A: "야, 이제 조금은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가~이제 경력도 되고 어딜 가나 잘할 텐데!"

B: "어차피 네 회사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 적당히만 해, 적당히!"

C: "언니! 이제 진짜 고생 그만하고 조금이라도 더 편한 환경에서 일해요 제발!!"


이들의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와 조언 사이에서 나도 내 선택에 흔들릴 때가 있다. 그리고 정말 흔들리기 시작한 요즘의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게 말이야. 뭐 쉬운 일이란 게 있겠냐만은.. 요즘은 나도 좀 힘이 들 때가 있네"


직전에 다니던 회사는 1년 1개월의 짧은 근무기간을 끝으로 퇴사를 했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그러니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컨설팅하고, 초기 투자를 하고 하는 등등의 업무가 주인 곳인데, 퇴사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올해 4월부터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했고 이제는 스타트업 실무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 딱 3개월을 채워가는 이곳에서도 역시나 많은 문제들을 직면하며 또 많은 고민이 쌓여가고 있다.   


지금까지 약 10여 년의 직장 생을 겪으며 회사라는 곳에 대해 스스로 정의한 것은
'결국 문제가 없는 조직은 없고, 매일매일 크고 작은 문제를 맞닥뜨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다'인데, 진짜 문제는 이 매일 마주해야 하는 문제의 정도와 크기, 그리고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할 사람들(팀원)의 역량 차이가 그 조직의 성패와 성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내가 현재 마주하는 문제의 크기라고 하는 것이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할 사람들과 이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이 조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경력과 실력 사이,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느낌표와 물음표 사이 그리고 결국 여러 가지 선택지 중 이곳을 택한 나 자신에 대한 신뢰와 의구심 사이라고 할까.


내 선택에 의문이 들 때, 나도 나를 못 믿을 때면 누군가는 나를 믿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특히 요즘.





| 용케 여기까지 잘 걸어왔다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서 내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 고민의 끝은 결국 직급과 직책을 떠나 일단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해결하자로 귀결되지만, 하루의 끝에서는 다시 도돌이표로 돌아오는 물음은... '지금 이거 맞아?!' 


연차가 쌓일수록 분명해져야 했던 것 중에 하나가 '이거 하나만은'이라는 전문성. 즉, 커리어라고 할 수 있는 일관된 업무능력이 될 것 같다. 그래서 현재 10년 차 업무에서 나는 그것을 만들어 냈나?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갈팡질팡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아 보겠다고 보낸 세월이 대략 4~5년, 이제 5년 정도 내 갈길이 어디인지 맞게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보통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7년~10년 한 분야에서 꾸준한 경력을 쌓고 성장을 해온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커리어 패스'를 이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해왔지만, 정작 이에 대한 더 신중한 고민 없이 하고 싶은 일, 해보고 싶었던 일에 더 초점을 맞춰 선택해왔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하게 된다. 사실 모든 선택의 순간에는 진중했고 또 신중했지만 그게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에 대한 물음인 것 같다.

이직할 때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자 최종적으로 나를 선택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어쩌면 조금은 불안해하는 배경 중에 하나가 3년 이상 일한 곳이 없다는 것. 물론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명확했고, 충분한 소명이 되어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긴 했다. 더 이상 이곳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 스스로 박차고 나온 건 정말 딱 한 번, 나머지는 모두 마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의 직장생활과 커리어 쌓기가 실패의 연속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해왔던 일에서는 꾸준하게 크고 작은 성과를 내왔고, 인정도 받았고, 최근에서야 이런 것들이 쌓여 스카우트 제의도 받고, 연봉 협상도 원활하게 할 수 있었으니까. 

그게 꼬박 10년이 걸린 거다. 더 빨리 가고 싶었고 또 그 방법을 안 다고 생각했지만 몰랐고, 때로는 미숙했고, 그래서 보이는 길로만 또는 가고 싶은 길로만 걸어 갔던 것 같다.    


이제야 나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온전히.




| 어디서 무엇이 되어


현재 나의 포지션은 전체 부서와 소통하며 회사가 돈을 더 끌어오게 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

어떤 부분을 잘할 수 있고, 어디서 도움이 필요하고 또 어떤 건 내 몫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제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그 와중에 나 역시도 경력에 비례하는 실력을 가졌냐라고 하면, 그건 너무 명확하게도 평가의 영역이 될 것 같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일한다기보다 해결해야 할 일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결국 그 결과가 좋은 평가를 받게 될 테니까. 


직전 회사에 다닐 때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로 당시의 힘듦을 잠시 달랬지만 지금은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 일을 한다는 건 생존에 가깝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잘 해내고, 내가 가진 무기로 이겨내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그 힘은 여기서 발휘될 수 있고 또 다른 곳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굳게 하는 과정 같은 것.


그리고 여전히 어느 순간에는 직장이 아닌 어떤 곳에서 역시나 일이라는 걸 하며 살고 있는 모습도 그려본다.

내 오랜 꿈 중에 하나는 협찬받아 전국, 세계 곳곳을 여행을 가는 거다. 사실 여행은 지금까지도 꽤 많이 다녔지만, 코로나 시국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이유로 근 2년 넘게 여행다운 여행을 못하고 있어 그 갈증은 깊어만 간다.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다. 나머지 반을 마무리할 때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일이 아닌 곳에서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고, 또 그 사진에 담긴 이야기도 하고 싶다. 


글을 쓴다는 시작도 어렵지만 마무리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여기서 이만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반 칠십을 맞은 어느 날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