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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남의 독후감 - 끈기보다 끊기

끈기보다 끊기

(유영만 著, 문예춘추사 刊)


유영만 작가가 쓴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이번 책 제목을 딱 보는 순간 정말 탄성을 질렀다. 원래 언어의 마술사로 불릴 만큼 언어유희가 뛰어난 그지만 ‘끈기’와 ‘끊기’를 대비시키다니 정말 놀랍다. 거기다 영어 제목은 또 어떤가. GRIT vs QUIT, 참 절묘한 라임 아닌가.


지금까지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하면 된다!”를 외치지 않았던가. 수많은 독자들이 그런 류의 책을 읽고 자신을 몰아쳐 오지 않았나. 그래서 우리는 ‘끈기'를 '용기’로, '끊기'를 ‘포기’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되지도 않는 일을 끝까지 붙들고 계속 전진하다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돼서야 뒤늦은 후회를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제 도전을 멈추고, 버리고, 비우라고 일갈한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했다는 이유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안 되는 건 죽었다 깨나도 안 된다. 끈기로 버텨서 다 성공하면 왜 실패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겠는가.


끈기를 포기하고 끊기를  위해 용기 내야 할 이유를 작가는 지금이 경제 빙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빙하기가 뭔가.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무서운 환경의 변화 아니던가. 경제 빙하기에는 지금까지의 생각과 지식 그리고 경험들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기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내려가서 기본기를 다지며 다음 때를 기다리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경제 빙하기, IMF 위기도 단시간에 극복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무사히 넘긴 우리 국민들이지만 지금은 그것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무서운 세계적 경제 한파를 말한다. 문제는 이 한파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기에 그는 빙하기라고 이름 붙였다. 작가는 말한다. 빙하기에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멈추고 버리고 비우라고 강권한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목표로 해야 하며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멈추고 버리고 비웠던 개인이나 기업이 후일 어떻게 재도약할 수 있었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도 많은 반성을 했다. 28년 직장 생활을 하고 16년째 기업을 경영하면서 예상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을 때 ‘어떻게 되겠지’ 하며 뭉기적 거리거나 오기로 밀어붙였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이 책의 내용처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몸도 상하고 인간관계도 잃고 금전적 손실도 컸다.


물론 지금도 “하면 된다” 정신으로 해야 할 것들은 분명히 있다. 기본기를 다지는 일, 즉 공부와 학습, 운동과 건강관리, 검약과 절제, 진실한 인간관계 등. 그러나 적어도 지금이 경제  빙하기임을 동의한다면 자신의 욕망과 현 상황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냉철한 점검과 분석이 필요하다는데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염세주의나 패배주의를 부추기는 내용은 아니니 안심하기 바란다. 오히려 ‘버티는 끈기’보다  ‘버리는 끊기’를 선택할 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탄탄한 성장과 성공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말한다. ‘끈기'로 버티는 ‘성장’을 추구하다 시기를 놓쳐 그만두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끊기’가 만들어 내는 행복한 ‘성숙’을 맛보라고.


지금까지 그의 책들은 주로 개인의 자기계발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번 책은 개인은 물론 직장인, 기업인들에게도 시사점을 많이 던져준다 그만큼 혁신에 관한 기업 사례들이 많다.


독후남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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