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著, 도서출판 이새 刊
유영만 작가의 99번째 책을 읽었다.
그는 이론과 관념의 철학자가 아니라 몸의 철학자, 체험의 철학자다.
그는 뭔가를 하면 그 경험을 반드시 책으로 남기는 사람이다.
공고 시절 용접을 하다 철판에 구멍을 낸 사연도그에게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유하는 철학자의 서막이었다. 운동을 하면 운동에 관한 책을, 사하라 사막을 다녀오면 그에 관한 책을, 책을 읽으면 그 책에 관한 책을 쓰는 작가다. 그래서 그는 오늘까지 99권의 책을 썼다. 아마 곧 100권 출간 강연회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번 책은 그가 자전거를 타면서 경험하고 체득한 상처와 깨달음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낸 책이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달리면서 만난 세상과 자연, 감상과 사유, 겸허와 통찰을 통해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에서 끔틀거리는 언어의 활화산을 만났다고 그는 고백한다.
나는 오래전에 자전거를 타본 기억밖에 없어서 자전거 타기를 통한 그의 체험적 깨달음에 온전히 다가갈 수 없지만, 오랜 기간 독서와 글쓰기, 운동에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광고모델과 연기자 활동을 통한 체험적 깨달음을 나름대로 겪어봤기에 그의 메시지가 얼추 전해져왔다.
그는 98번째 책 <2분의 1>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백세 인생의 절반쯤 산 사람들에게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중년은 외롭고 방황하는 나이로 삶에 관한 한 아직 숙제검사를 받아야하는 저학년이지만, 지금부터 하기에 따라서 골골 백세가 아니라 후반전에 반전을 일으킬 수 있으며 또 다른 삶을 위해 장편 대하소설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일갈한다. 이 얼마나 가슴 뛰는 하프타임에 대한 정의인가.
그는 무기력에 빠진 중년들에게 더 이상 관념과 생각에 사로잡혀 책상머리에 앉아 골머리를 썩지 말고 몸을 일으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자전거 페달을 밟으라(꼭 자전거가 아니어도 좋다)고 재촉한다. 그리고 몸으로 느낀 것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라고 말한다. 그럴 때 중년은 더 이상 오리무중의 삶이 아니라 오색찬란한 삶으로 시나브로 바뀌는 경이로운 시발점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중년은 알 수 없는 미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능성이 미소로 반기는 '앓음다운' 美萊라고 말한다.
('앓음답다'는 앓고 난 사람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사람다움'을 표현한 造語)
그의 마지막 말이다.
"지금 움직이는 평범한 발걸음이 비범한 밑거름이 된다.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오늘의 보행을 바꾸어야 내일의 행보가 바뀐다"
오늘도 평범한 발걸음을 옮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