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접(BUMSUP)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영상 <몽경>을 보다
얼마 전, M net World of Street Woman Fighter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 출전 중인 한 팀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한 편의 퍼포먼스 영상이 세계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범접(BUMSUP)이라는 이름의 팀이 선보인 작품, 《몽경(夢境)》.
이 무대는 단순한 군무나 퍼포먼스를 넘어,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정수,
그것도 가장 현대적인 감각으로 압축해낸 드문 예술적 시도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영상이었다.
흑백의 바지저고리를 입고 갓을 쓴 99명의 군무, 상모의 잔상, 굿판의 울림, 사물놀이의 장단, 그리고 이어지는 부채춤.
붉은 부채와 푸른 부채가 어우러지며 태극무늬를 연상시키며 공간을 가르는 장면은 숨이 멎을 듯하다.
https://youtu.be/_xOnGP_Js1A?si=v_rYm6kRqAZOKreF
한 소녀가 잠이 들었다.
깊은 숨을 들이쉰 뒤, 천천히 감긴 눈꺼풀 아래로 어떤 세계가 열린다.
그곳은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낯설지만은 않다.
이것이 바로 범접(BUMSUP)이 선보인 무대,〈몽경(夢境)이다.
‘몽경’, 한자 그대로의 의미는 ‘꿈의 경계’.
이 작품은 단순히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것은 한 소녀의 꿈속 여정을 따라가는 시각적 명상이며,
동시에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을 호출하는 정서적 의식(儀式)이다.
자연의 춤, 무의식의 언어
기획자들은 이 작품을 "자연 이미지로 구성된 꿈의 여정"이라 표현했다.
실제로 무대 위에는 형태가 없는 존재들이,
버드나무의 나부낌, 바람의 흐름, 넝쿨처럼 얽힌 동작을 몸으로 빚는다.
그 속에서 흰 옷을 입은 소녀는
무엇을 피해 달아나고, 어디론가 이끌리듯 끌려간다.
그녀를 둘러싼 검은 존재들, 갓을 쓴 저승사자들은
단순한 공포가 아닌, 삶과 죽음의 문지기, 혹은 무의식의 안내자처럼 움직인다.
뒤집히는 갓, 회전하는 정체성
공연 중 가장 상징적인 장치는 바로 ‘갓’이다.
하이 앵글에서 바라본 이 갓의 연출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한국의 음양 사상, 그리고 이중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검은 외피와 흰 속이 교차하며 반복적으로 뒤집히는 장면은
“빛과 어둠,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흐름”을 나타낸다.
이는 마치, 우리 내면에 있는 두 얼굴, 익숙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와, 혼란 속을 맴도는 또 다른 '나'를 동시에 비춘다.
갓이 회전하며 만들던 그 원형의 흐름은 어느새‘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순환적 구조’를 은유한다.
꿈속에서 꿈꾸는 나, 그 소녀는 곧 ‘우리’이다
이 작품은 한 소녀의 꿈이면서도,
그 꿈의 미로에 갇혀버린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작품 속 소녀는 꿈에서 깨어나기를 원한다.
그러나 꿈은 끝없이 변주되고, 또 다른 장면으로, 또 다른 상징으로 그녀를 다시 끌어당긴다.
그 세계는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익숙한 혼돈, 나의 무의식이 빚은 안전지대일지도 모른다.
기획자들은 말한다.
“똬리처럼 얽힌 꿈에 갇힌 소녀의 모습은 곧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다.”
이 말은 단순한 해설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우리 자신을 마주하는 감정의 거울이다.
무대 너머의 질문
〈몽경〉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꿈속에 살고 있는가?
나는 지금 깨어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꿈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은가, 아니면 사실은 익숙해서 머물고 싶은 건 아닌가?
이 작품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춤으로 이야기한다.
부채가 가르고, 갓이 돌고, 몸이 흔들리며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무대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
‘몽경’은 더 이상 무용만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적 상징의 현대적 재탄생이자,
전통이 몸짓으로 숨 쉬는 살아있는 집단적 꿈이다.
그리고 그 꿈속을 걷는 소녀는,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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