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년
오래된 서랍을 정리하려고 열었다.
묵은 먼지들을 살짝 걷어내고 맨 위에 놓여 있던 오렌지빛 사진첩을 아무 생각 없이 열었다.
한때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어 현상한 필름도, 남아 있는 필름도 꽤 있다.
서랍 여기저기 필름들 사이에서 그 사진첩을 들고는 이게 뭘까? 순간 갸우뚱. 이제는 기억도 가물거릴 만큼 방치된 앨범 속에는, 한때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의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세인 요즘이지만 필름의 색감이나 느낌에는 디지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아우라가 있다. 그 아우라 안에 그가 날 보고 있다. 마치 지금 카메라 바깥쪽의 당신이 서 있는 것 만 같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우리는 콘서트를 보려고 기다리던 중에 찍은 사진들이었다.
기억은 작은 힌트만으로도 재빠르게 소환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사진첩을 접었지만 이미 그를 기억해 낸 후였다. 플래쉬백처럼 순식간에 그의 관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당황했다는 걸 알아채기도 전에.
내가 한국을 떠나던 날부터 봉인되었던 그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그 서랍 속에 남아 있었다. 그가 접어준 종이학과 말린 꽃잎들, 네 잎 클로버, 그리고 수많은 편지들이 이미 그가 떠난 줄도 모르고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7년만에 한국에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