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우 Jul 26. 2022

현대사회의 엘리트들은 불행을 안고 산다.

대니얼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The Meritocray Trap)'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 그중에서도 미국과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에 가장 부합하는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줍니다.


대니얼 마코비츠의 기본적인 논리는 과거의 귀족주의와 같은 사회체제가 능력주의로 대체된다는 것입니다. 능력주의는 표면상으로는 매우 공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엘리트주의적인, 극소수의 성공만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즉, 더 이상 상류층, 중산층, 빈곤층의 구분이 아니라 상류층과 대다수의 빈곤층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중산층이 거의 사라진다는 것인데 이는 빈곤층과 다르게 나름의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하는 것이 능력주의에서는 무용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주장은 중산층이 이런 식으로 해체되게 된다는 것은 정작 능력주의를 만들고 있는 소수의 엘리트들에게도 불행한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능력주의는 소수의 엘리트들에게도 불행을 가져다줍니다. 그들은 능력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아래서 끊임없이 능력을 쌓아야 합니다. 그래서 불안하고 현재를 살지 못하고 미래를 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이런 삶의 방식에서 만족은 없고 지속적인 자기 착취만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사회 거의 모든 구성원이 불행해지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목표를 이루고 나면 잠시 성취감을 느끼고 바로 다른 목표를 세우고 살고 있는 제 주변의 많은 이들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자기 착취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그리고 반문했습니다. 과연 나는 행복한가? 


저는 스스로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행복감이나 만족감에 대한 감각은 점차 소실되어 제가 거의 느끼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성은 제 아이의 교육에도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능력주의의 구조속에서 우리 아이는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능력인 '창의성, 문해력, 사고력' 등의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삶의 방식을 교정하고 우리 아이의 교육에도 반영할 수 있을까요? 물론 사회적 차원의 변화를 당장 일으킬 순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장 제 개인과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능력주의는 사람들에게 항상 미래를 대비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현재에 집중할 때만 감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내재적 동기가 중요합니다. 능력주의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많은 가치를 둡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에 몰입하거나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앗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개성이나 기질을 살리는 방식이 아닌 유망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만 집중하게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현재에 집중하고 나의 개성과 기질에 잘 부합하면서 동시에 유망한 일을 할 때만 가능합니다. 이것을 꼭 기억하고 살아야겠습니다. 능력주의에서 신분상승 혹은 신분 유지를 위해서 스스로 그리고 주변을 착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살고 과정을 즐길 때 비로소 행복을 되찾고 지속 가능한 성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그림자'를 드러내고 표현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