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글쓰기가 두렵고 어려웠습니다. 한동안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어떤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올라서 뜨겁게 불타오르다 차갑게 식어가는 과정을 반복해왔습니다.
프리라이팅의 경우는 쓰고 싶었고 그런대로 써보았지만 본격적으로 목차를 잡고 초고를 써 내려가려다 보니 매번 의무가 되고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습니다. 그렇게 목차를 잡고 초고를 조금 쓰다가 멈춘 글감들이 제법 됩니다.
제가 유일하게 쓴 첫 책은 아마도 제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강의를 통해서 구축된 내용을 토대로 했기에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저는 제 내면에서 나온 진짜 제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자'를 드러내고 표현하기
최근에 읽은 책 '툴스'에서 인용한 칼 융의 원형인 '그림자' 이론을 읽고 무언가 실마리가 풀리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 내가 계속해서 완성하는 글쓰기에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칼 융의 원형 이론과 '그림자'이론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툴스'에서 이야기한 그림자의 이야기를 제게 적용해보니 무언가 눈이 떠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누구보다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됩니다. 글쓰기를 할 때 경어를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진짜 출간이 될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글쓰기가 막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프리라이팅을 하는 목적도 그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프리라이팅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저는 타인의 시선에 그토록 예민한 인정 욕구가 강한 덜 자란 내면의 아이, 즉 그림자를 부정해서 인 것 같습니다.
물론 퇴고 과정에서는 전략적인 고민이나 구성이 들어가야겠지만 나의 그림자 혹은 나의 내면의 소리에서 나오는 글쓰기가 아니기에 저의 글은 생명력을 잃고 무색무취해져만 가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또 어떤 문턱에 막혀버립니다. 마치 자기 검열을 하듯이 말입니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면의 그림자를 수용하고 그 존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겠습니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 존재가 나의 정체성이자 개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사해보이기도 그럴듯해 보이는 꾸며진 모습이 아닌 내면의 소리로 글쓰기를 해야겠습니다.
좋은 글이 아닐 때도 있고, 엉성할 때도 있겠지만 오늘부턴 제 그림자를 드러내고 표현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