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름 mz세대이고, 자유로운 영혼이라 생각해서 한 때는 결혼이란 제도가 나에게 맞을까란 고민을 한 적도 있다. 한국 사회가 시댁 문화라든지, 남녀차별 문화라든지, 제사 문화라든지 여러 가지 결혼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는 많지만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었으므로...
내가 운이 좋은 것인지, 요즘 시어머니들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나의 시어머니가 독특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드라마 속에서 보던 그 어떤 것도 아직까지 난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1. 연락 문화
22세기 시어머니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결혼 초에 인사차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 전화벨은 계속 가는데 받지를 않으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카톡이 왔다. "전화로 하면 말이 길어지니 카톡으로 얘기하자."는 내용이었다. mz세대가 전화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기사는 본 적 있지만, 시어머니가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8년 결혼 생활 동안 전화 통화는 한 번 정도, 카톡 연락도 일 년에 1~2번(?) 정도가 다인 것 같다. 주위 친구들에게 말하니, 그런 시어머니가 어딨 냐고, 한 번 하지 말라고 거절한 것을 내가 곧이곧대로 들은 거 아니냐며 놀리는데, 흠.. 그 후로 전화를 몇 번 더 해보았지만 전부 받지 않고 카톡만 올뿐이다.
2. 제사 문화
아버님도 장손이고, 남편도 장손이지만, 제사가 없다. 내가 결혼하고 나서 제사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남편에 의하면 처음부터 없었다고 한다. 다시 정정한다. 아주 어렸을 때는 있었으나 어머님이 없앴다고 한다. 어머님이 제사에 알레르기가 있다나~ 그 시대에 역시 보통분이 아니신 듯!
난 결혼하기 전,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큰 집에 가서 늘 제사를 지냈는데, 함께 왁자지껄 모여서 붙이던 전이나 온 가족이 모여 먹던 제사국과 비빔밥 등이 종종 생각이 난다. 한 번은 남편에게 우리라도 제사를 지내볼까라고 얘기해 보았지만, 차라리 성묘를 가면 가지 제사는 절대 싫다고 하여 아직까지 지내본 적은 없다.
3. 명절 문화
남편과 나는 명절에 어디를 먼저 가니 이런 걸로 얘기해 본 적이 없다. 사실 친정은 거의 늘 가까이 살기도 해서 그냥 명절이 아닐 때도 가면 그만이고. 시댁도 명절에 오지 말고 너희들끼리 여행이나 가라고 하셔서 양가 모두 명절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명절에 들어온 선물도 챙겨드릴 겸 꼬박꼬박 가고는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시댁은 명절에도 식당에 가서 사 먹는 것을 선호하시기 때문에 명절 당일에는 보통 식당들이 문을 닫아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만난다. 그러다 보니 명절 당일에는 항상 친정을 가고 있긴 하다.
즉, 명절 문화란 것이 없다. 그냥 맘 내키는 대로, 시간이 맞는 대로 함께 밥 먹고 커피 한 잔 할 뿐.
4. 남녀차별 문화
나도 자라면서 남녀차별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다. 엄마가 친오빠에겐 심부름을 시키고 나에겐 숟가락 놓는 걸 시키는 게 일종의 차별이라면 차별일... 런지 모르겠지만. 그것조차 "내가 심부름 갈 거야~ 오빠가 숟가락이나 놔!라고 말하는 당찬 꼬마아이였기에 딱히 차별이라 느끼진 못했다.
그래도 사회생활하며 남녀차별을 종종 느꼈기에 결혼해도 약간의 차별은 있을 수 있겠거니 생각은 했었는데(나 혼자 부엌에서 일하는 그런, 막연한 생각들), 시어머니가 22세기에서 오신 분일 줄이야!
기본적으로 반찬이나 이런 것들을 싸 오시면 남편에게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하시고, 같이 밥을 먹어도 나는 앉아있게 하고 남편만 움직이게 하신다. 그리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집안일은 남편을 시키라고, 꼭 그러라고 강조에 강조를...ㅎㅎ그래서 설거지 한 번, 숟가락 한 번 놔본 적도 없다(이래도 되는 걸까..?;;).
하지만 어머님이 모르는 게 있다. 남편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하는 스타일인데~ㅋㅋ
22세기 시어머니를 만나서 그런지, 가끔은 연락을 너무 안 해 식구가 됐다는 느낌이 없다는 게 아쉬울 때도 있고, 명절에 다 같이 전을 굽는 것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이건 친구들에게도 말해 본 적 없다, 욕먹을 게 뻔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