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과격한 묘사와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목사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철제 라이터가 짧은 마찰음을 내며 닫혔다. 텅 빈 폐공장에는 누군가 끙끙대는 소리뿐이었다.
목사는 담뱃갑과 라이터를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목사의 것은 아니었다. 그 주인은 앞에 앉은 남자였다. 방금 불을 붙인 담배가 남자의 입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알몸에 팬티만 걸친 남자는 의자에 결박되어 꼼짝할 수 없었다.
남자는 온 입술에 힘을 실어 담배를 빨았다. 목사가 남자의 입에서 담배를 빼자 그는 길게 연기를 내쉬었다. 담배의 감촉과 냄새. 목사는 자기도 모르게 옴짝거리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형님, 어쩌시려고요?”
덜덜 떠는 남자의 질문에 목사는 답을 주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는 이제 왕년의 마귀가 아니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 지수가 형님 딸인 거 몰—”
목사는 말보다 먼저 나가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짜아악. 남자의 얼굴이 오른쪽으로 90도 돌아갔다.
“그 이름 입에 올리지 마.”
남자는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다시 목사를 향했다. 더는 겁먹은 척하지 않고 태연하게 요구했다.
“아이씨, 알았으니까, 좀 일으켜라도 주쇼. 디스크 때문에 허리 아파. 거, 담배나 한 번 더 빱시다.”
목사는 그에게 담배를 물려주며 나직이 말했다.
“윤규야, 약장사는 진짜 말종이나 하는 짓이다.”
“그럼 뭐 어쩌라고? 형님이 우리 식구들 죄다 팔 병신, 다리 병신을 만들어놨는데 먹고 살려면 이거라도 해야지, 굶어 죽소? 마귀가 빵에서 10년 썩더니 목사 됐다는 말은 들었는데, 내 이렇게 상봉할 줄은 몰랐네?”
윤규는 큭큭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목사라 다행이야. 죽이진 않을 거잖아. 그냥 화 풀릴 만큼만 패요. 내 곱게 맞아드릴게. 그 뭐야, 지수한테 받은 약값은 다 돌려—”
목사는 본능적으로 윤규의 턱을 붙잡고 빨갛게 타는 담배를 들이밀었다. 윤규의 눈앞에서 가까스로 멈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 개……”
목사는 남은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한숨을 토하며 담배를 어둠 속으로 던졌다.
“와, 나, 씨, 눈깔까지 병신 되는 줄 알았네.”
그때 닫혀 있던 공장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어슴푸레한 공장 입구에 여섯 명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모두 손에 둔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윤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야이, 마귀 새끼야. 몰래 잡아 오면 아무도 모를 줄 알았냐? 약장사 다 네트워크빨이야. 뭔 일 생기면 우리 애들한테 바로 연락 간다고!”
목사는 빠르게 형세를 계산했다. 인질극이나 대화로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최대한 빠르게 제압하는 게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었다.
하는 수 없이 두 주먹을 턱 앞에 붙이고 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무리를 향해 나아갔다. 매일 새벽 예배 후 러닝과 웨이트로 단련된 몸이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방망이질치며 입에서 나직이 찬송가가 나왔다.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
그것은 아직 교인이 되기 전 그가 건달로 살던 시절에 노동요처럼 부르던 노래였다. 경쟁 조직과 크고 작은 싸움을 벌일 때마다 그 노래를 부르니 마귀라는 별명이 붙었다. 담대하게 악마에 맞서라는 가사를 읊조리고 있으면 무의미한 세력 다툼이 선과 악의 대결이요, 자신은 정의의 수호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목사가 달려들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윤규의 졸개들이었다. 그들이 움찔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목사는 대열의 오른쪽으로 파고들었다.
가속도가 붙은 주먹으로 가장 오른쪽에 선 조직원의 턱을 날린 후 본능적으로 상체를 숙였다. 파이프인지 방망이인지 모를 것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바로 앞에 선 놈의 가랑이에 고개를 들이밀고 두 다리를 끌어안으며 힘껏 들어 올렸다. 벌러덩 뒤로 넘어가던 녀석이 미처 멈추지 못한 다른 조직원의 둔기에 얻어맞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잠깐 숨을 고르려던 순간, 오른쪽 어깨에 야구 방망이가 내리꽂혔다. 그 와중에도 찬송가는 멈추지 않았다.
“심판 날과 멸망의 날 네가 섰는 눈앞에.”
두 팔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돌렸다. 날아드는 방망이와 파이프를 팔뚝으로 막고 한 놈의 멱살을 잡아 다른 녀석의 머리 위로 메다꽂았다. 본능적으로 그중 한 놈을 올라타고 목을 조르기 직전에 제정신이 들었다.
“야, 야, 야, 여기야, 여기!”
윤규의 다급한 목소리에 목사는 고개를 돌렸다. 윤규가 히죽 웃으며 중지를 치켜세웠다.
“속았지, 이 씹O야!”
빠각. 눈앞에서 불빛이 번쩍이며 뒤통수가 깨질 것 같았다. 온몸의 기운이 쭉 빠졌다.
“이걸로 개 목걸이 좀 해줘라.”
윤규가 목사의 뒤에서 방망이를 휘두른 녀석에게 밧줄을 던졌다. 조직원 중에서 멀쩡히 서 있는 것은 나머지 다섯이 싸우는 틈에 윤규를 풀어준 그놈뿐이었다. 놈은 목사의 목에 밧줄을 감아 위로 팽팽히 잡아당겼다. 목사는 두 손으로 밧줄을 붙잡고 발을 버둥거렸다. 윤규가 구둣발로 목사의 얼굴을 툭툭 차며 이죽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팔이고 다리고 다 절단을 내주고 싶은데 내 이 오른손에 힘이 안 들어가네. 20년 전에 형님이 병신을 만들어놔갖고 말이야. 그냥 곱게 교살로 갑시다.”
그러고서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저승 가기 전에 잠깐! 그 지수 년 말이야, 얼마 전에 찾아왔더라고. ‘한 작대기만, 한 작대기만’ 아주 애원을 하더라니까. 근데 이거 다 형님이 자초한 거야. 그때 우리 식구들 씹O 내지만 않았으면 우리가 약장사에 손을 댔겠어? 거기다 그, 빵에 갈 양반이 무책임하게 애나 싸지르고 말이야. 애비가 빵에서 10년을 썩었으니 애가 발라당 까져서 뽕쟁이가 됐지.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아, 그래, 원죄야, 형님의 원죄!”
목사는 밧줄을 붙들고 있던 손 하나를 빼서 뒤로 보냈다. 그의 손이 밧줄을 당기는 조직원의 얼굴을 더듬는 동안 윤규는 장광설을 이어갔다. 목사의 엄지손가락이 조직원의 눈을 찾았다. 차마 그것을 짓누르진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잠깐, 지수가 형님 딸이면 나한테는 조카잖아. 나 이거 조카랑……”
윤규는 자신의 하체를 가리키며 음침하게 웃었다.
망설이던 목사의 손가락이 조직원의 눈으로 파고들었다. 놈의 아귀힘이 약해진 순간 목사는 밧줄을 앞으로 당기며 두 발로 힘껏 바닥을 찼다. 조직원은 목사의 머리에 턱을 정통으로 맞고 나자빠졌다.
“오지 마, 오지 마. 죽여버려, 씨.”
윤규가 방망이 하나를 주워 들고는 뒷걸음질 치며 휘둘러댔다. 목사는 목을 문지르며 비틀비틀 다가갔다. 윤규의 방망이를 고스란히 맞으며 그의 허리를 붙들었다. 윤규의 두 손이 목사의 목으로 파고들었다. 목사는 휘청이면서도 윤규를 번쩍 들어서 벽으로 내던졌다. 목에 걸고 있던 십자가가 윤규의 손에 걸려 바닥에 떨어졌다. 목사는 방망이를 쥐고 윤규의 머리를 겨냥했다.
“형님,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 살려만 주십쇼.”
까앙. 목사의 방망이가 뒷벽을 때렸다. 윤규의 팬티가 축축하게 젖는 사이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윤규가 반색하며 외쳤다.
“누가 신고했냐? 하아, 짭새 덕분에 살았네. 야이 마귀 새끼야. 너 O됐어. 목사가 사람 팬다! 사람 패!”
목사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방망이 끝이 툭 바닥에 닿았다.
“히히히. 딸년은 약쟁이에 애비는 이제 또 빵에 가면 언제 나올지 몰라, 니 인생이 지옥이네? 아 이거 나도 예수 믿어야겠다. 예수 믿고 천국 가야겠다. 영광 영광 할렐—”
주먹까지 휘두르며 노래를 부르던 윤규가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윤규의 머리가 있던 곳에서 목사의 방망이가 뚝뚝 피를 흘리고 있었다.
경찰차의 헤드라이트가 공장 안을 환하게 비췄다. 목사는 부신 눈을 감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재킷 안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찾았다.
권총을 든 경찰 두 명이 공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한 명은 주변을 살피고 한 명은 목사에게 총구를 겨눴다.
“손에 쥔 거 내려놓고 양손 머리 위로 올리세요.”
목사는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타앙. 경찰이 허공으로 공포탄을 쐈다.
“손 머리 위로 올리세요. 다음은 실탄입니다.”
담배 연기를 허파 깊숙이 빨아들인 목사는 뒤통수를 벽에 기대고 허공에 긴 숨을 토했다.
“또 마귀가 됐네, 씨발.”
그는 담배를 눈부신 빛 속으로 튕기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통통 바닥을 치며 굴러간 담배는 피 묻은 십자가 옆에 멈췄다.
후기: 진주문고에서 진행되는 엽편 소설 쓰기 수업의 두 번째 과제로 제출한 작품입니다. 쓰면서 두 부분에 중점을 뒀습니다. 하나는 메시지, 다른 하나는 인물의 변화. 지난 시간 합평회에서 메시지의 부재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이번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인물이 변화하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진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기억하고 주인공이 끝에 가서 처음과 다른 사람이 되게 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합평회에서 묘사와 디테일이 좋다는 평과 함께 어떤 큰 작품의 한 부분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다음에는 기승전결이 완전히 존재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써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