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경력이 70년 이상인 유럽의 대가 코스톨라니는 "주식 투자는 머리(지능)나 배(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주식 위에 앉아 있어야 하니까"라며 인내를 강조했으나 이를 실천하는 투자자는 매우 적다.
—강환국 저, ⟪할 수 있다! 퀀트 투자⟫ 중 <왜 계량투자는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가?>
이럴 수가! 이건 번역계에서도 하는 말인데요! 번역은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라고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책상 앞에 앉아서 번역을 해야 마감을 지키고 먹고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그래요. 번역은 지구력 싸움이거든요.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제가 속한 출판 번역은 그렇습니다. 책 한 권 번역하려면 최소 두 달은 걸리는데 그동안 그 한 권만 붙들고 있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책 한 권 읽는 데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해봤자 보통은 일주일이면 다 읽잖아요? 근데 그걸 두 달이나 붙들고 앉아서 매일 들여다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감이 잘 안 잡히신다고요? 비유하자면 두 시간짜리 영화를 한 장면 한 장면 정지 화면으로 한 달 동안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게 얼마나 지겹겠어요? 원래 두 시간 동안 보라고 만든 걸 한 달 동안 붙들고서 "어, 저기 주인공 뒤에 있는 엑스트라는 눈썹 위에 점이 있네!", "저 책상 위에 있는 모니터 우상단에 불량 화소가 있네?"처럼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따져 가며 보는 게요.
책을 아무리 좋아해도,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도 책 한 권을 두 달 동안 뜯어보는 건 지겨운 일입니다. 근데 번역가로 살려면 그 지겨운 걸 1년 내내 해야 해요.
솔직히 저는 어떤 책이든 보름 정도 작업하고 나면 슬슬 지겨워져요. 한 달이 넘어가면 자꾸만 엉덩이가 들썩이고 고개가 등받이 뒤로 넘어가죠. 그럴 때마다 엉덩이 꾹 누르고 고개 빡 세우고 힘들게 책상 앞을 지킵니다.
그게 제가 번역가로 11년을 버티고 12년 차에 접어든 비결입니다. 그렇게 버텼더니 이제는 자리를 좀 잡아가는 느낌이에요. 번역료도 오르고, 뒤로 몇 달치 작업이 밀려 있고, 번역 외의 의뢰도 들어오는 걸 보면 말이죠. 물론 또 언제 일감이 떨어져서 손만 쪽쪽 빠는 날이 올지 모르는 게 프리랜서의 인생이지만요.
퀀트 투자 책은 왜 읽었냐고요? 몇 년 전에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을 읽고 거기 나오는 일명 '마법 공식'에 따라 4년째 퀀트 투자 중인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영 수익이 안 나서요. 책에서는 한 2~3년 버티면 수익률 쭉쭉 오를 거랬거든요.
아, 퀀트 투자란 쉽게 말해서 귀찮게 각 기업의 재무제표와 차트 같은 것 일일이 뜯어보지 않고 그냥 공식 만들어서 컴퓨터가 선정해주는 종목들에 투자하는 겁니다. 저처럼 기본적 분석이니 기술적 분석이니 다 귀찮고 매수, 매도 타이밍 못 잡는 사람에게 딱 맞는 수동적 투자법이죠.
현재 마법 공식에 따른 제 퀀트 투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입니다. 그래도 4년 동안 버티고 있는데요,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다른 공식을 써보려 해요.
책 내용 좋습니다. 퀀트 투자에 쓸 수 있는 다양한 공식이 소개되어 있고 과거 데이터에 공식을 대입해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이런저런 용어도 친절히 풀어서 설명해주고요.
주식 투자는 하고 싶은데 단타는 체질이 아니다 하는 사람에게 강추합니다.
이미 엉덩이는 튼튼하니까 글로든 주식으로든 돈방석에 앉게 해 주세요. 제발.
※전자책으로 읽은 관계로 인용문의 쪽번호는 표기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