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돌아…… 으으응…… ㅜㅜ”
—아내, 7개월 아들과 영상 통화 중에
아내가 휴가를 갔습니다. 친구들과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요. 아이는 제게 맡기고요.
어제는 혼자서 종일 애를 봤습니다. 아내는 제가 아이와 싸울까 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겨우 7개월밖에 안 된 애가 보채고 찡찡댄다고 애한테 신경질 낼까 봐 가기 전부터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잘 참았어요. 아이도 대체로 얌전했고요.
오늘은 오후에 장모님이 오셔서 한시름 놨습니다. 그리고 저녁 즈음에 아내와 영상 통화를 했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잘 놀고 있다고 사진 찍어 보내던 아내는 아이를 보자 갑자기 웁니다.
보고 싶대요.
세상에. 저는 지난주에 볼 일이 있어서 서울에서 1박을 했는데 가기 전부터 가슴이 얼마나 설레던지요. 모처럼 아이한테서 떨어져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겠다고요. 돌아오는 날은 딱 1박만 더 하고 싶어서 아쉬웠어요. 아이와 영상 통화를 하진 않았지만 아마 했어도 얼른 끊고 내 할 일 했을 겁니다. 모처럼의 자유잖아요.
이게 엄마와 아빠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와 저의 차이이긴 합니다. 아내는 무조건 아이가 먼저고 저는 제가 먼저예요. 그래서 아내는 아이가 울면 가슴이 아프다지만 저는 속이 터져요.
‘아니, 밥 줬고 잘 시간 돼서 재워줬고 안아줬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울어! 작작 해라!’ 하는 심정이죠. 그래서 순간적으로 욱해서 애한테 신경질을 낸 적도 몇 번 있죠. 아내가 휴가를 떠가기 전부터 걱정했던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래도 다행인 건 아내가 그런 저를 크게 나무라진 않는다는 겁니다. 가끔 서로 컨디션 안 좋을 때 제 태도가 빌미가 되어 부부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지금까지는 다 화해했어요. 단, 예전보다는 화해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둘 다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해져 있어서요.
저도 애가 울고 보채면 “왜 그럴까? 뭐가 불편한 거지?”라고 먼저 애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하는데 영 안 되네요. 그래도 애는 울 땐 울어도 안 울 땐 또 그저 아빠라면 좋다고 웃습니다. 제가 그런 애정을 받을 만큼 괜찮은 아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맛에 키우죠.
그러고 보니 오늘 오전에 애 이유식 먹이고 바람 좀 쐬라고 근처 마트에 갔다 온 게 생각나네요. 유모차에 태워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장 봐서 돌아오는데 집까지 5분 정도 남겨 놓고 애가 으앙으앙 성질을 부리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냥 좀 달래다가 결국엔 저도 성질을 냈어요. “그만 해라, 임마!”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까 한쪽 어깨가 허옇습니다. 아까 이유식 먹이고 소화시킨다고 안고 있었는데 그때 입에 남아 있던 걸 제 어깨에 다 문질렀던가 봐요.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동네 쏘다닌 거죠. 하, 아빠가 지 때문에 아빠 몸은 챙기지도 못하는데 좀 덥다고 성질이나 부리고!
제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아이한테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자로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