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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Dec 31. 2020

<마일스 데이비스: 쿨의 탄생>

쳇 베이커의 삶을 다룬 <본 투 비 블루>로부터 시작된 재즈의 세계


M I L E S   D A V I S  


재즈계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의 기쁨과 슬픔




올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업무 중에 노래를 듣는 날이 늘어났다. 주로 가사가 없는 재즈나 클래식, 뉴에이지 송을 골라 들었다. 반복적인 문서 작업을  때에 노동요가 있으면 어쩐지 매끄럽게 진행되는 느낌이 든다. 이건 분명 귀뿐만 아니라 눈도 즐거운 일이었다. 유튜브 음악 영상마다 담겨 있는 이미지들. 나의 현실과는 너무도 다른 근사한 음반 커버나 이국적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기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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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많이 찾는 음악은 바로 쳇 베이커(Chet Baker)의 재즈이다. 달콤한 멜로디와 가사로도 더없이 훌륭하지만, 어딘가 우수에 찬 그의 눈빛을 본다면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날렵한 턱선과 섹시한 포즈로 트럼펫을 불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어떻고. 오늘 마일스 데이비스의 삶을 조명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쳇 베이커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다. 사실상 마일스 데이비스를 알게 된 것도 쳇 베이커의 불운한 인생을 영화로 다룬 <본 투 비 블루>를 본 이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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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쳇 베이커가 우러러보던 인물이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이다. 이미 재즈계를 평정한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잘 보이려는 음악가들이 줄을 선 가운데, 쳇 베이커 역시 그의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이고자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쳇 베이커를 끓어오르게 했지만 반대로 차갑게 식어버리게 만든 사람이었다. 재즈를 향한 열정과 거장에 대한 질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쳇 베이커. 영화를 본 후, 마일스 데이비스를 비롯한 당대의 재즈 음악가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빌 에반스, 찰리 파커 등 각각 쿨 재즈와 핫 재즈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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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던 아름다운 시절을 '벨 에포크(1890~1914)'라고 칭하는 것처럼, 마일스 데이비스와 여러 재즈 연주가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던 1950년대가 재즈계의 벨 에포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일스 데이비스 : 쿨의 탄생>에서 살펴본 그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어느 누군가의 인생이 평탄하겠냐마는, 마일스의 인생 역시 빛과 그림자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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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실제 마일스의 연주 음악과 사진, 영상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인터뷰 장면 외의 내레이션은 모두 마일스가 직접 쓴 말들을 칼 럼블리가 낭독한 것이다. 영화의 전반을 가득 메우는 재즈 사운드와 지인들의 증언이 영화를 한층 생생하게 만든다. 관람자로 하여금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삶이 꽤나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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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는 미국 일리노이주 올턴에서 태어난다. 치과의사였던 아버지를 둔 그는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악기를 시작한 것은 13세 생일이 되던 날이었다. 아버지에게 트럼펫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리고 전문 연주자들에게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연주 활동을 펼쳤고, 그러다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 두 사람의 연주는 큰 충격을 안겼다. 찰리 파커는 나중에 뉴욕에 한번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 마일스의 마음에 불씨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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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뉴욕으로 오게 된 마일스는 52번가의 재즈 클럽을 돌며, 찰리와 디지를 찾아 헤맨다. 그곳에서 마일스는 재즈를 공부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찾게 된다. 이때부터였을까? 마일스는 언제나 시대에 걸맞은 음악을 하기 위해 부단히 변화했다. 절대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색깔을 찾아 헤매며, 재즈의 팔레트를 넓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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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마일스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Birth of the cool>라든가 대가의 반열에 오른 <Kind of Blue>, 파리의 좋은 시절을 담은 <A day in Paris> 등의 탄생 배경과 당시의 상황이 상세히 전개된다.


그러나 이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다. 우선 당시는 인종주의와 차별이 만연한 시대라서, 넉넉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흑인인 그에겐 시련과 굴곡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피해 파리로 건너가 성공 가능성의 환상을 맛보고,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교류했으나 한때였다. 또한 마약이라는 존재가 그를 파멸로 몰아갈 뻔하기도 했다. 왜 위대한 예술가에겐 꼭 마약이 함께하는 걸까? 그 역시 헤로인에 중독되었고, 마약이 곧 삶의 목적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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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시간 55분의 장대한 러닝타임 동안 흐르는 그의 삶을 좇다 보면, 감탄과 탄식이 끊임없이 나온다. 내가 경험한 감정을 여러분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용 설명은 그만하겠다.


영화를 다 본 후에 든 한 가지 분명한 생각은, 마일스 데이비스는 남다른 천재였고, 전에 없던 그리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예술가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감상하는 음악'으로서의 쿨 재즈를 선보였고, 계속해서 장르의 확장을 위해 평생 노력한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간 마일스 데이비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살짝 맛보기 좋은 음악과 마일스 데이비스의 주옥같은(!) 말을 공유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


Miles Davis - Kind of Blue


Miles Davis - So What



Miles Davis - A Day In Paris


Miles Davis - All the Best (FULL ALBUM - GREATEST AMERICAN JAZZ TRUMPETER)


마일스 데이비스의 말


"삶은 모험이자 도전이다. 안전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다."


"창작을 계속하고 싶다면 변화를 중시해야 한다."


"내게 음악은 늘 저주 같았다. 언제나 연주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늘 나와 함께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구독자 분들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새해 인사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참으로 이상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네요.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이 시절을 통과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평온하고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


사랑과 존경을 담아

gil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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