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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래 Oct 16. 2023

베러레터 #10. 해먹기의 고단함

이렇게 삶의 저력을 잃을 순 없어…!


안녕하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비건지향 커뮤니티

베러테이블의 초래입니다.


10번째 베러레터를 쓰고있는 이곳은 목포로 향하는 기차 안이랍니다. 오늘 목포에 있는 집시라는 커뮤니티 키친에서 열리는 향신료 학교에 참여합니다. 오랫동안 눈여겨오던 프로그램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프로그램엔 간단한 식사가 포함되어있는데도, 점심과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도 빼곡하게 찾아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이 월요일이라 가고싶던 많은 곳은 문을 닫은 상태더라구요. 슬픕니다.


저는 올해 오랫동안 적극적인 소비자로만 대했던 요리라는 세계에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기로 새로운 다짐을 했는데요. 덕분에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들이 휘몰아쳐 정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더군다나 찾아주시는 것조차 너무 감사한 창업 초창기 1인 기업이다보니,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며 하반기가 시작이 되었어요. 8월 말부터 정신없이 보냈는데 눈 떠보니 오늘이 10월 중순이지 뭐에요. 그리고 놀랍게도 저는 8월 말부터 … 제대로 된 식사를 차려본 적이 없답니다. 언제나 먹을 것에 진심이고, 끼니 거르면 큰일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인데 말이에요. 바쁘니까 가장 먼저 무너지는게 바로 식생활이더라구요.


저 뿐만이 아니라, 베러테이블을 함께 운영하는 토토님도 회사일과 가족일이 겹치면서 오랫동안 일상의 행복을 지탱해주었던 루틴이 와르르 무너졌다고 해요. 베러테이블의 방학은 푹 쉬기보다, 방학 전까지 이걸 어떻게든 해결해야해! 하며 각자 고군분투 한 시간이었는데요. 슬프게도 문제들은 해결이 아니라 시작이었더라구요.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지구를 돌보는 존재가 되자고 이야기하는 베러테이블인데, 현실은 오늘의 나를 돌보기에도 숨이 차는 상황이에요. 비건위크가 무너져버린 건 당연하구요.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구요.


이런 상황에서 비건지향인들은 두갈래로 나뉠 것 같아요. 어떻게든 건강한 밥상을 직접 해먹는 쪽의 사람이 있을 것이고, 정크비건이라도 매 끼니를 올 비건으로 챙기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저는 건강한 밥상 파에요. 대단한 반찬이 있는 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계란후라이라도 해서 간장계란밥을 먹는 것이 냉동 비건 김밥을 뎁혀먹는 것보다 나와 지구에 이롭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정말 요새는 간장 계란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아무 김밥이나 입에 넣고 일하는 나날이었답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 즐겨보던 책 중에 <생활 도감>, <모험 도감>, <요리 도감> 이라는 일본 만화책(?)이 있어요. 초등학생~중학생을 대상으로 전구를 갈거나 간단한 수리를 하고, 옷을 만들어 입고, 생존을 위한 기술과 요리를 가르쳐주는 내용이 담긴 책이었는데요. 그중 <요리 도감>의 표지에는 “삶의 저력을 키우자!” 라고 적혀있답니다. 어제 갑자기 혼자 뽐뿌와서 책 정리를 하다 발견했지 뭐에요. 그러고나니 베러테이블의 여러 메세지들을 전면 수정하던 날이 떠올랐어요.


베러테이블은 비건도 중요하고, 지구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삶의 저력을 갖고 으쌰으쌰 밀고 나가는 힘을 이야기하고, 그 힘을 갖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짜 지쳐도, 쓰러질 것 같아도, 마지막 힘을 내서 한끼 식사를 차리고 그 힘으로 다시 으쌰 으쌰 밀고 나가자고요. 그게 우리 삶의 저력이 되고, 또 이 세상의 저력이 되고, 변화의 저력이 될 거라고 믿거든요. 지금도 그렇답니다. 어제 그 책의 표지를 보고서는 정신차리고 10월부턴 다시 저력을 끌어모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베러테이블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라 <코어프로젝트​>라고 했던 지난 베러레터를 기억하시나요? 이렇게 일상이 마구 무너진 상황에서도 베러테이블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요새 저희는 이걸 고민중이에요. 우선 비건위크 운영은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비건 챌린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과 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고,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까지는 베러테이블의 목표로 두고 싶지 않기 때문에요. 대신 베러테이블 비건위크의 첫번째 게스트였던 여우로운님이 최근 독일로 비건여행을 다녀오시고, 지금은 교토에 가셨고, 캐나다 일정도 앞두고 계신 만큼 세계의 비건지향 소식을 알리는 여행콘텐츠를 새로 시작했습니다.


토토님도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하는데요. 비건지향 씨앗반이 80%가 넘는 베러테이블의 팔로워들을 비롯한 우리 주변의 논 비건 친구들이 부담없이 시도해볼수있는 서울 곳곳의 비건지향스팟을 소개하는 토토의 나들이 코스 콘텐츠를 시작합니다. 우선은 서울의 장소들을 소개할테지만, 전국의 비건지향 스팟 제보를 받길 기대해봅니다. 비건지향을 하게 되면 왠지 말못할(?) 외로움도 생기고 눈치도 보이는데, 그런 마음에 힘이 될 수 있는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저도 새로운 코너를 시작했어요. 바로 저희집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이벤트인 <초래네 식탁> 입니다. 한 달에 한 번, 팔로워분들께 신청을 받아 정성껏 준비한 비건 집밥 한상을 차려내려고 해요. 우리가 얼마나 고단하게 사는지 잘 아는 사람으로서, 맨날 요리해먹자고 제안하는 것도 참 고단하고 미안한 마음이었는데요. 한번 모여서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어지고, 그래서 해먹고 싶어지지도 않을까? 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고단한 일상에 밥 한끼라도 잘 먹자고 하고 싶은 마음으로 새 코너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참고로 10월의 <초래네 식탁>은 10월 29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하반기는 모두에게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가죠.

그래도 요즘의 아름다운 하늘과 온도와 계절을 담을 수 있는

순간 순간을 가지실 수 있길 바랄게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비건지향 커뮤니티

베러테이블은 인스타그램 <베러테이블>​에서

한달에 6가지 콘텐츠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vetter.table




초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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