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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래 Nov 04. 2022

#05. 사이드프로젝트가 아니라 코어프로젝트입니다.

세상 모든게 흔들려도, 나 스스로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안녕하세요. 베러테이블의 초래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이에요.


저는 평소에는 라떼를 즐기지 않는데, 겨울이 되면 왠지 라떼의 포근한 느낌을 즐기고 싶어지더라구요. 겨울이 오는 것은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작은 리추얼때문에 언제 영하를 찍으려나? 하고 이 날을 기다리기도 한답니다. 출근길에 오트라떼를 한 잔 마셨어요.


요사이 저는 베러테이블의 모토인 ‘잘 먹고, 잘 살기’를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실 것 같아요. 연말이란 한 해 동안 미뤄둔 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데다가, 해는 짧아지고, 날은 추워지고. 그리고 최근 뉴스에는 연이어 슬픈 소식들이 계속 됐죠. 저도 며칠간은 뭐랄까요. 진공같은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어제는 귀갓길에 부러 돌아서 참사 현장에 들렀어요. 무덤처럼 놓인 꽃들과 빼곡히 적힌 마음들을 읽고, 불경을 듣다가 정신이 퍼특 들더라구요. 이렇게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었어요. 제가 선택한 애도는 멈추지 않고, 평소보다도 더 단단하게 해야할 일을 해내며 사는 것입니다. 써야할 글을 쓰고, 읽어야 할 글을 읽고, 해야할 일을 하면서요. 손을 대지 못했던 베러 레터도 부랴부랴 시작해봅니다.


저의 한때 별명은 사이드프로젝트 공장장이었는데요. 스스로 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많기도 했을뿐 아니라, 누군가의 사이드프로젝트를 엑셀러레이팅하는 사이드프로젝트* (a.k.a 그레타 기획클럽)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저는 모두가 자기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거의) 외쳤는데, 사이드프로젝트라는 개념과 의미가 조금은 달라진 지금, 이 말을 듣고서는 “왜? 굳이?” 라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맞아요. ‘사이드’라는 말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있으면 좋은 것을 의미하니까요. 메인 메뉴 옆에 놓인 감자튀김처럼요. 지금은 이 별명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사이드프로젝트라는 말도. 대량생산의 상징인 ‘공장’장이라는 말도요.


근데 저는 그 ‘사이드’라는 개념을 ‘진짜’와 혼동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생계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그 일 안에서 때로는 나를 지우고, 때로는 나와 타협해가는 일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오롯이 내가 원하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모든 권한을 내 손에 쥐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우리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데에 굉장히 좋은 연습과 경험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프로젝트들 하나하나가  이 사회의 다양성을 증대시키는 씨앗이 되지 않을까? 이런 관점이었거든요. ‘진짜 자기의 프로젝트’ 를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여겼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생각한 개념은 ‘사이드 프로젝트’라기보다 ‘인디 프로젝트’에 더 가깝다 싶어요. 인디뮤지션이나 독립출판, 독립영화들이 자신의 메세지를 만들고 표현하고 발신하는 데에 중심을 두고 대신 흥행이나 자본의 입맛을 맞추는 것에선 거리를 두는 것처럼 저도 저와 사이드프로젝트 하시는 분들이 세상이 돌아가는 매커니즘보다는, 자기자신의 이야기를 더 굳건히 하는 데에 초점을 두시길 바랐어요. 인생의 많은 부분이 내 맘대로 되지는 않더라도, 자기 프로젝트 하나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만들어가시길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사이드프로젝트는 더이상 그런 의미만으로 쓰이지 않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베이스가 되더라도, 하고 싶은 일로 ‘부수입’을 내는 일, 하고 싶은 일로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일, 이런 식으로 나의 삶에 어떤 자본주의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경우 사이드프로젝트를 할 때도 더이상 ‘나’에 초점을 맞출 수가 없어요. ‘나’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앞서 이야기한 수익화가 가능하려면 애초부터 ‘잘 팔리는 나’를 가지고 있거나, ‘나’를 잘 팔리게 만들거나, 그래보이게 하거나… 어쨌든 시장안에 나와 나의 신념을 상품화해서 내놓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당연한 듯 들리지만, 사실은 굉장히 슬프고 또 많은 좌절을 느끼게 하는 과정 같아요. 저는 이런 상황 앞에서 저와 함께 하던 분들을 지지하다가, 올해는 내리 이 프로젝트에 손을 대지 않았어요. 누군가가 이런 선택을 할때 그걸 지지하거나, 부추기는 것은 제가 하려던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올해 베러테이블은 긴 겨울방학을 갖고 3월부터 다시 시작됐고, 5월부턴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요. 그 과정에는 베러테이블이 저와 토토님의 삶에 어떤 위치여야 할까? 를 고민하는 이런 시간이 있었답니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서 베러테이블을 하는 걸까? 우리가 베러테이블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건 뭘까?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더 많은 비건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걸까?


저희가 베러테이블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명성과 브랜딩, 수익 등등이었다면 베러테이블은 저희의 사이드프로젝트였을거예요. 재밌어서 시작했지만, 성과가 맘처럼 나지 않을 때 마음이 자꾸 쪼그라들구요. 그런데 결론은 저희가 베러테이블을 통해 만들고 싶은건 정말 잘 먹고, 잘 살아가는 (부유하게 말고요, 내적으로 풍요롭게) 나의 삶이지 다른게 아니더라구요. 우리 둘만 잘 먹고 잘 사는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살자고 더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걸 나누는 게 주요한 활동이구요.


베러레터의 주제를 고민하던 어느 회의에서 근 1년간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개념을 써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날 토토님이 ‘맞아요! 베러테이블은 제 코어 프로젝트에요.’ 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에게도 그래요. 내 삶을 지탱하는 주요한 축이 몇가지 있다면 그중에 하나는 지속가능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들어가니까요. 덕분에 메인(본업)-사이드(부업?)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되었답니다. 앞으로는 코어프로젝트 엑셀러레이터를 하면 될까요? 여러분은 혹시 코어 프로젝트를 가지고 계신가요? 아니, 무슨 코어 프로젝트까지 하라고 해, 피곤하게..!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꼭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나의 코어는 뭐지?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코어에는 얼마나(How much/many)가 아니라 어떻게(How)를 집어넣어서 생각해봅니다. 세상이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상황이 더 안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일수록 나의 코어를 잡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질 태니까요.  내 생활을 지탱하는(것처럼 보이는) 외부의 환경이 모두 흔들릴 때도 영향받지 않고 지속해갈 수 있는 삶의 어떤 부분. 여러분도 꼭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안녕하시길.


베러테이블 초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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