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바꿀지 고민 중인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사한지 1년 8개월만에 자진하여 팀을 변경했다. 엄청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었음에도 마음이 복잡하고 걱정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팀을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팀에 출근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적응하는 게 너무 막막하다. 진짜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일단 저질러놓고 후회하자'를 외치던 과거의 내가 밉다. 흑흑.
나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주니어들은 더 나은 선택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얻은 교훈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내용은 팀 이동을 결정하고 나서 진행한 팀장님과 담당님과의 면담에서 얻은 교훈들이다.
나는 팀 이동이 결정 난 뒤 그 소식을 알리는 게 너무 무서웠다. 신입 때부터 같이 일했던 팀으로부터 벗어나는 거라서 더더욱 그랬다. 팀 선배들이 많이 가르쳐줬는데, 그 노력들을 저버리는 것 같이 느껴졌고 마치 배신처럼 받아들여질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친했던 선배한테 배신자라는 소리도 들었다. 죄를 지은 것 같았다. 개복치 소심쟁이 회사원으로써 너무 괴로운 절차였다.
이런 심경을 담당님과의 면담 때 말씀드리니 아래처럼 말씀해주셨다. '너 개인의 성장은 회사의 성장이기도 하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 팀에 당장의 리소스가 부족하더라도, 그건 직책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 네가 책임질게 아니다' 이 조언이 내게 큰 울림이 되었다. 죄책감을 한결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언의 죄책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 같은 소심쟁이들에게 팀 이동은 엄청난 각오가 필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과도한 죄책감을 씻어버릴 수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책 센서티브를 추천한다.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죄책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느끼는 감정인 실제적인 죄책감과 실제보다 과장된 죄책감, 즉 지나친 죄책감이다.
직접 하지 않은 일이나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면, 당신은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힘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ex. 예를 들어 날씨가 나쁜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의 능력 밖의 일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기 위해선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그게 정말로 내 탓인지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
현재 팀에서 축하해주며 떠나기 위해선 현재 팀 업무를 어느 정도 잘했어야 하고, 팀에 기여를 했던 상태여야 한다. 현 팀에서도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어딜 가든 똑같을 확률이 크다. 무엇보다 아직 거기서도 아직 배울 것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잘 모르겠다면, 팀을 바꾸기로 결심하기 전에 본인이 지금껏 한 업무 자료를 돌아보자. 6개월 전에 한 자료만 들쳐보아도 아마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아서 발전해야 할 것 투성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안타깝게도 인수인계 문서를 쓰는 도중에 내 부족함을 느꼈다. 인수인계 문서 쓰느라 내가 예전에 작성한 기획서를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는데 너무 허접하다는 걸 느꼈다. 다시 보니 빈틈이 숭숭 발견되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했다.
이처럼 본인의 부족함은 평소엔 잘 와닿지 않는데, 제 3자에게 설명해줄 때 더 도드라지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업무에 리프레쉬가 필요하다면, 제 3자에게 기획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담당님 조언으로는 2년은 해야 해당 업무에 대한 지식이 쌓인다고 한다. 소위 '아 이제 좀 알 것 같아'정도의 상태가 데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 말에 공감했다. 나도 아직 내 도메인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확신은 안 든 상태에서 팀을 바꾸는 거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나다 보면,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연결된 업무로까지 확장할 기회가 오게 된다고 한다. 그때 점차 자신의 업무 반경을 넓혀가면 된다.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난 좀 쓸 때 없이 조급했던 거 같다. 좀 더 기존 팀에서 내공을 쌓고 기회를 기다리는 선택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하고싶은 말이기도 하다. 보통 사내에서 TO를 채울 때는 기존 멤버 중 퇴사자가 있어서 그 빈자리를 빨리 채우려는 상황이 많다. 이 경우 기존 멤버들이 꺼려하던 업무일 가능성이 있다. 왜 그 자리에 TO가 생겼는지, 가게 된다면 어떤 업무를 맡게 되는지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
물론 잘 알아보고 가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한 업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전 팀보다 더 나은 업무를 꿈꾸고 옮기지만, 그보다 더 기대 이하인 업무를 맡을 수 있다. 이점을 염두하고 팀을 바꿔야 한다. 이점을 감수하지 못할 거면 변경하지 않는 게 낫다.
그리고 당연한 건데, 팀을 바꾸면 바로 큰 프로젝트를 맡을 수 없다. 작은 일 먼저 하면서 그 팀의 업무를 익혀야 한다. 그 업무에 숙달되기 전까지는 메인 업무를 맡지 못한다고 각오하고 가야 한다. 팀장님 입장에선, 작은 업무에서 성과를 보여줘야지 믿고 큰 일을 맡길 수 있다. 그전까지는 본인이 꿈꿨던 업무를 하지 못한다.
인생사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 지금 상황이 그렇다 ^^. 약속했던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를 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으면 팀을 바꾸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잘못되었다간 팀도 못 바꾸고 소문만 나쁘게 날 수 있으니 별다른 상의 없이 나 혼자서 결정했다. 근데 팀 변경을 선배에게 알리니, 선배가 섭섭해하면서 힘든 게 있으면 자기한테 먼저 말하지 그랬냐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막상 돌이켜보니, 팀 선배나 팀장님한테 먼저 상의해보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야 그들도 나의 고민을 듣고서 팀 이동 외에 고충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 생각해줄 수 있다. 다시 돌아간다면, 선배에게 먼저 의견을 구했을 것 같다.
물론 팀 이동이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언을 구하면 괜히 욕만 먹는 거 아닌가 싶어서 선뜻 용기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좋은 선배라면 아낌없이 솔직하게 조언을 해줄 거 같다. 물론 본인이 그 팀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같이 일했던 디자인 팀장님이 그동안 즐거웠다고 택배로 꽃을 보내주셨다. 이유를 물어보니 '나와 같이 일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라고 하신다. 내가 뭐라고... 더군다나 퇴사도 아닌데... 이유 모를 눈물이 난다.
팀 바꾸고 새로 익힐 업무가 너무너무 많아 막막할 때마다 노트북 옆에 있는 꽃을 본다. 그러면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용기가 든다.
나의 팀 이동은 충분히 많이 고민해보고 결정한 사항이지만, 그 이후엔 내가 모르는 더 많은 것들이 있었고 그런 것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처음 해보는 거라 아쉬움도 많다. 한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팀을 이동하는 것은 두 번 이상 할 짓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또다시 팀 이동할 일이 생각나면 위에 적어둔 사항들을 참고해서 결정할 것 같다.
언젠가 적응을 끝내는 날이 온다면, 팀 변경 후에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는지 그 노하우에 대해서도 글을 작성해보고 싶다. 그런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