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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l 01. 2023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산다는 건 뭘까?


오랜만에 비가 그쳤다.

헬스는 다음달부터 열심히 할 예정이고, 요새는 맨몸운동과 달리기만 간간히 하고 있다.

비가 미세먼지들을 쓸어갔기에 맑은 공기를 들이키러 밖으로 나섰다.

퇴근하고 밤이 되니 바람도 선선한 것이

조깅하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예전에는 같이 동네를 뛰는 '크루'같은 것에 참가하여

같이 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단체 활동은 내가 원할 때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냥 나 혼자 달린다.

달릴 때는 휴대폰을 집에 놔두고 간다.

생각보다 휴대폰이 무거워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쓸데없는 알람과 세상의 자극에 신경쓸 일이 없다.

자연스레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 느낌이 꽤 좋다.

이러니 대부분의 학자나 사상가들이 머리가 막힐 때면

산책을 하지..!

무라카미 하루키도 매일 뛴다고 하니

산책, 가벼운 달리기는 어쩌면 머리만 복잡하게 쓰고, 결과물은 손에 만질 수 없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할 때면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찾으려 노력한다.

새로운 길이 없으면 반대로도 뛰어본다.

정해진 루트보다 새로운 길로 가는게 더 좋다.

오늘은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집 주변에 '가락시장'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시장이다. 정말 크다.

시장을 가로질러서 뛰었다.

11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는데 시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지방에서 올라온 싱싱한 야채들이 큰 트럭에서 내려

작은 트럭으로 뿌려지고 있었다. 쉽게 말해 상하차가 열심히 진행중이었다.

한 곳에서는 경매를 할 예정인지 파를 예쁘게, 아주 많이 쌓아놓았다.


가만히 보니 안에서 야채 상자를 나르고, 옮기는 사람 대부분이

젊은 청년들이었다. 그리고, 연륜이 꽤 있어보이는 아저씨(?)들이었다.

늦은 밤, 각자의 이유로 가락시장에 모여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단순히 늦은 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건 아니다.

그 분들을 보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산다는건 뭘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이 분들은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일하는걸까?

다음달 월세를 갚으러 일하는걸까?

주식으로 잃은 돈을 갚으러 일하는걸까?

혹시나 장사나 사업을 위한 종잣돈을 모으고 있는걸까?

그냥 부모님이 하시던 일을 물려받아서 하는걸까?


사실, 대부분의 일하는 사람들이 각자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뭐 특별한건 아니다.

단지, 남들이 잘 때 일하는 것과 젊은 청년들이 많다는게 나에게는 신선한 장면이었을 뿐이다.




갑자기 국제시장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황정민씨가 아내에게 베트남 파병을 떠난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당연히 아내는 반대했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정민씨의 여동생 결혼도 시켜야 하고, 집안의 빚도 갚아야 하기에

장남으로써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장면에서 황정민씨의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내도 답답하다. 하지만 우야겠노. 나는 장남아니가. 내 운명이 그렇다. 내 운명이'

(실제 영화 대사와 조금 다를겁니다...^^)


사실 몇백년 전만해도 부모님이 하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몇 천명중에 한 명이 과거 시험 등으로 신분 상승을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집안 일을 물려받아서 했다.



아버지가 농부면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셨으면 나도 장사를 했다.

그 때는 '꿈과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 때가 행복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히 나의 적성과 꿈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 오늘 하루 해야할 일에 집중하게 된다.

정말 힘들고 때려치우고 싶더라도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공연히 상념에 젖을 필요도 없다.



나는 그저 해야할 일만 하고 밥 먹고, 자면 된다.

사실,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왔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필요하면 일하거나 사냥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목표와 꿈'을 강요한다.

여유롭고 인생을 향유하는 사람에게

'나태하다. 젊음을 낭비한다'며 잔소리나 훈계를 한다.

미래에 하고 싶은게 없으면 불안하다. 남들보다, 또래보다, 친구보다, 동기보다 뒤쳐지는 느낌이 든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산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든, 그렇지 않든

일단은 운명이고, 사명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게 아닐까.




인생은 누구에게나 색다르게 주어진다.

즉, 부모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타고 태어난 피지컬도 다르고, 아이큐도 다르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는게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안 하는게 나에게 이롭다.

굳이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힐 이유는 없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치열하게 몰입하는게 어떨까.

행여나 열심히 하고 몰입했는데도 자신의 적성과 너무 맞지 않다면

후회없이 떠날 수 있다.




우리네 대부분은 '이직과 퇴사'를 꿈꾸면서

일도 열심히 안하고, 퇴근하고 나서 미친듯이 미래를 준비하지도 않는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념에 젖어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면서

지금을 놓친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산다는 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치열하게 몰입해보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 내가 다른 직업을 옮긴다면 정말 잘할텐데'라고 생각은

참 오만한 생각이다. 다른 직업으로 옮겨서 잘할 사람이면 이미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그러니 일단 내가 있는 이곳이 천국이라고 믿어본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마는거지~! 그러니 일단 해보자!^^ 치열하게 몰입해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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