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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r 11. 2024

나는 진짜 부모로부터 독립했는가?

인간이 동물중 유일하게 어미가 자식을 데리고 있는 기간이 가장 길다.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완성형이다.

예를 들어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시간만 조금 지나면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는 아예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태생적으로 인간은 부모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독립은 어려워진다.



독립도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몸만 떨어져있다고 해서 진짜 독립은 아니다.

오늘은 독립에는 어떤 독립이 있는지. 

나는 잘 독립하고 있는지. 잘 안되면 어떤게 문제인지 생각해본다. 



독립의 첫번째 유형은 경제적인 독립을 하는 것이다. 

캥거루 족(30대가 넘어도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친구들 중에도 많다. 멀리서 찾아볼 필요도 없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하는게 쉽지 않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가장 먼저 만나는 어려움은 '집'을 구하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집 하나 구하려면 못해도 1억은 있어야 한다.

전문직, 대기업이 아니라면(물론 이 분들도 쉽지 않겠으나) 부모로부터 돈을 빌려야한다.

부모로부터 돌을 빌리는게 쉽지 않으면 은행으로 가야한다. 

은행이 어디 만만한가. 직업이 변변치 않으면 칼같이 거절한다. 

나도 경험해봤다. 




결혼은 어쩌나. 결혼식은 어찌저찌 같이 모은 돈으로 한다고 해도 

결혼 후 들어갈 전세집 하나, 방 한 칸 구하기 녹록치 않다. 

자연스럽게 부모에게 몇 천만원, 크게는 몇 억씩 빌리게(?)된다. 

자연스럽게 경제적 독립으로부터는 멀어진다.



물론, 부모님을 공경하고,  늙고 아프실 때 보살펴드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받은 돈이 있는 사람은 부양의 의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인이상 돈을 받았으면 '그에 따른 응당한 대가'를 치뤄야 하는 것이다.

안 받고 안하겠다! 라고 외치는 자식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독립 중에 가장 중요한 독립은 경제적 독립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독립했다는 것은 이 거칠고 험한 사회에서 어떻게든 혼자서 헤쳐나갈 힘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경제적으로 온전히 독립을 했다. 20대 때도 10년간 밖에서 살았다. 

하지만, 대학 4년은 부모님 도움을 받았고(월세와 용돈을 받았다)

군대는 장교로 다녀와서 관사를 제공받았다. 


처음으로 내 월급에서 월세를 내본다. 지금 자취를 시작한지 일주일 째 되어간다. 

저 푸르고 넓은 초원 위에 툭! 하고 버려진 한 마리의 새끼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괜시리 미소가 지어진다. 웃음이 난다.


내 돈으로 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느낌도 좋고,

온전히 내 공간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조리 모아놨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푹신한 소파, 

공부할 수 있는 두 개의 책상(침대보다 길다), 

내가 그린 그림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

내가 읽고 싶은 책들,

턱걸이 바와 아령들...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채우니 집에 올 때마다 실실 웃음이 났다.

조금 오바하자면, 하루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우면서 하루를 보내니 참 행복하다. 

경제적 독립이란 조금 거칠지만, 결과는 꽤 달콤하다(월세는 많이 아깝다...)




두번째는 정서적인 독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칭찬 받고자 하는 욕구가 남아있다(내가 그렇다..!)

이것은 인정욕구와도 연관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직업 선택'도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부모님께서 '너는 변호사가 됐으면, 의사가 됐으면'하는 바람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에 맞춰 직업을 선택하고 만족하면 너무 좋겠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상처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고등학교 친구중에 정말 '극성 맘'이 있었다.

매일 등굣길과 하굣길에 차로 데려다주는 것은 기본이고,

모든 학원과 과외는 '엄마'가 다 짜줬다. 그 친구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공부만 하면 됐다.

친구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본인도 힘들고 지친다고 하소연을 했다.

지 딴에는 반항도 여러번 해봤지만 번번히 실패였다. 

몇 번 해보고 실패하니 그냥 포기했다. 


반전은(?) 고려대를 진학하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잘됐다. 앞으로 내 친구는 계속 '엄마'말만 따를 것인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갈지는 

사뭇 궁금하다. 30년 후에 까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독립 중에 가장 쉬운 신체적 독립이 있다.

경제적 독립과 조금 연관이 있다. 보통 대학교 때 많이 이루어진다. 

부모와 몸이 멀어지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인 이후에는 부모와 떨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이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아마 사춘기 시절 '가출'이라는 이름으로 집을 잠시 떠났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집에서 부모님과 같이 복작복작 살다보면 크게 외로움느낄 일도 없고, 고독도 없기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부모님이 계시면 소리내어 크게 울기도 힘들다. 



본인도 대학교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진정으로 '나'를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홀로 있는 원룸에서 '나'에 대해 알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잘하는건 뭔지 스스로 물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0년 내내 밖으로만 향하던 화살표가 마침내 나를 향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와 떨어져 있던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독립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적어보았다.

부모와의 독립을 가볍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대부분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나는 부모와 독립했어~!'라고 대부분 자신있게 말하지만

사실 하나하나 잘 뜯어보면 부모와의 완전한 독립을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진짜 독립은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으로 오롯이 스스로 선 사람이다.

부모로부터 종속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삶'을 가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본인 성향도 우연히 보수적이고, 

더 우연히 부모님이 원하는게 내가 원하는 것이면 크게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역이다. 



부처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부처가 되지 못했다.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면 우리나라 모든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진정한 나를 만나기 힘들다. 

진짜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걸 찾아내기 쉽지 않다. 


나도 부모부터 완전한 독립을 꿈꾼다. 

그 분들의 견해, 경험치 등은 너무 소중하고 존경한다. 

하지만 조금 냉철하게 말해서

한 사람의 견해, 경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존중하되, 모든 것을 내 삶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단단해지는 삶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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