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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v 21. 2024

30대인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느 한 미국의 노인이 쓴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시는 

읽을 때마다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일부만 가져와본다.

'내가 만일 다시 산다면

그때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되도록 심각해지지 않고 

좀 더 즐거운 기회들을 잡으리라.


여행도 더 자주 다니고 

석양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먹고 싶은 것은 참지 않고 먹으리라.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산다면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순간을 맞이하면서 살아가리라'


동대구역에 가끔씩 갈 일이 생긴다. 동대구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알라딘 중고서점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갈 때마다 사람도 많다.

정말 감사하게도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동대구역을 갈 때마다 들리는 편이다. 꼭 책 한 두 권씩은 산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두 권을 샀다.

거의 다 반값이기에 한 권 가격으로 두 권을 살 수 있어서 기분도 좋다.


천천히 서점을 둘러보다가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을 사로잡았다.

참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주제로 여러 권을 읽었지만

이런 제목을 볼 때마다 또 펼쳐본다. 어떻게든 인생을 잘 살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책에서는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라고 강조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인생을 숙제처럼 살고 있었다. 

한 달 체크리스트, 일주일 체크리스트, 하루 체크리스트를 매일 같이 30분씩 들여다본다.

해야 할 일을 적는 시간이 진짜 일을 하는 시간과 맞먹은 적도 있다. 

체크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숙제처럼 남아있다.


하루에 체크리스트를 모두 완수하면 그나마 낫지만, 내가 계획했던 것들을 하지 못하면

나도 모르게 '부채감'이 쌓인다. 빚이 쌓이는 느낌이다. 찜찜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점점 더 정신이 없어진다. 후다닥 빨리 해야 다음 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의 부작용은 일을 대충 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내가 뭐 하는데 이렇게 바쁘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는 것 없이 바쁘기만 하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그러면 다음 날 또 정신없이 흘러간다. 악순환이다. 


누구보다 인생을 숙제처럼 살고 있는 스스로를 다독여줬다. 위로해 줬다. 

'이만하면 잘하고 있는 거다'

'퇴근하고 하루에 한 가지씩만 더 해도 대단한 거다'라고 말이다. 


책에서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처럼 살아라'라고 했다. 즉, 100점 맞을 것처럼 살지 말고

딱 60점만 넘기라는 것이다. 한 개라도 틀리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긴장한다.

몸에 힘이 들어가고 자연스럽지 않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불편하다. 

나는 사실 더 불편하고 힘들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처럼 살고,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으련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사진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결정적인 순간을 평생 찾았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20대 때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도끼다'의 작가

박웅현 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인생에 찬란한 순간은 오지 않는다. 찬란한 순간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랑새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파랑새를 찾으러 온 마을을 뒤졌지만, 파랑새는 결국 우리 집에 있었다'


모두 비슷한 메시지를 주는 말들이다. 

나도 전형적인 한국인이다. 성격도 급하고 '한 방'을 좋아한다. 

한 방에 부자 되기, 한 방에 몸 좋아지기, 한 방에 외국어 능통하기...

사실 모든 것이 한 방에 되지 않는다. 


식물도 씨를 던져놓고, 뿌리가 나고 꽃을 피울 때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사람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결정적인 순간, 찬란한 순간은 

하루아침에 퍽!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내가 내 인생을 찬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수능이 끝나면 행복이 찾아왔는가?

대학을 가면?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하면? 결혼을 하면?


인생은 결국 그 순간순간의 합이다. 그러니, 그 과정을 음미하고, 느끼는 수밖에 없다.

결과만 좇고, 지금 과정을 무시한다면 그 끝에는 찬란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허무한 순간만 기다릴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왜 어려울까? 왜 자꾸 우리는 결과만 바라보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과정까지 나쁜 기억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일까? 아무래도 우리가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하도 많이 시험 보고, 평가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시험 결과가 안 좋으면 아무리 본인이 열심히 공부했다 한들 그저 헛수고가 되고 만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우미양가'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으로 평가받고, 중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 때까지 누군가 옆에서 열심히 평가질을 한다. 

결과가 어떻게 매번 좋을까. 그리고 애초에 의치한약수, SKY 학교는 정원이 정해져 있다.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면 전부 낙오자 취급을 해버리는 사회다. 


자연스럽게 결과에 집착하게 되고, 그 습성은 성인이 되어서도 버리기 힘들다.

어렸을 때 20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버려지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20년 이상 살 것이기에 아니, 50년은 더 살 것이기에 조금씩 고쳐보려 한다.

결과도 어느 정도 챙기면서, 과정에 집중하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본다.


어차피 인간은 하루하루, 순간순간만 살 수밖에 없다. 과거는 이미 흘러가서 바꾸지 못하고,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코로나를 예상했고, 누가 삼성전자 주식이 또 4만 원대를 갈 것이라 예상했겠는가. 그러니 지금 나에게 조금만 더 집중해 보자. 



요새는 그나마 조금 덜 하지만, 코로나 시절 코로나 직후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을 만나도 '돈'이야기밖에 안 했다. 

누가 집 샀다, 누가 주식으로 얼마나 벌었다, 누가 비트코인으로 부자 됐다더라..


돈을 벗어난 삶을 살 수는 없다. 혼자 무인도에서 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어차피 돈은 죽을 때까지 필요하다. 무덤을 만드는 데도, 화장하는데도 돈은 필요하다.

돈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초연해지고 싶다.


'까짓 거 돈 그거 없어도 괜찮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싶다.

책에서는 말한다. 우리는 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걱정한다는 것이다.

있어도 없어질까 봐, 가져도 충분하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기준을 두지 않는 것'이다.

골프나 유흥, 명품 등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사실 10억, 20억이 있어도 모자라다. 

돈은 정말이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를 기준으로 두는 것'이다.

얼마가 필요한지,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불릴 것인지. 

지극히 나를 기준으로 두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옆에서 뭘 샀다. 누가 뭐로 돈 벌었다는 말은 철저하게 무시해야 한다.

하지만, 어렵다. 어느 정도는 옆의 이야기는 차단해야 하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별 것 없다. 남을 소비의 기준을 두지 않고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은 한정되어 있다.

평생에 걸쳐 가지고 싶은 것들을 한 번 나열해 본다.

-몸을 뉘일 집(빌라도 주택도 구축도 당연히 괜찮다. 조금 욕심부리자면 그림 그릴 수 있는 방까지...)

-노트북(글을 쓰고, 포토샵 작업을 하기 위해서)

-그림용품(물감, 캔버스, 아이패드 프로)

-자동차(굴러만 가면 상관없지만, 조금만 더 욕심내면 콜로라도 중고로..)


이 정도 물건이 평생에 걸쳐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다. 

물론 여기에 종종 외식할 수 있는 돈, 매일 갈 수 있는 헬스장비, 매달 결제되는 어도비 정기결제비, 읽고 싶은 책을 살 수 있는 돈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더 바랄 것이 없다. 진심이다. 

물론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 추가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이것들만 있으면 나라님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까짓것 없어도 괜찮다!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봤다.

아쉽게도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종종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매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어떤 형태로든 소중하고, 감사한 날들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남들 눈치보다는 내 마음의 소리에

내일보다는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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