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day 6시간전

인생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ㅈ위기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하지만, 위기는 위기다. 

내년에 야간제 대학원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낮에도 열리는 강좌가 있었다.

그래서 온전히 수업을 듣기 위해선 근무 시간에 나와야 했다.

부서장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에 부서장을 찾아갔다.

평소 하던 말을 들어보면, 개인의 발전이나 자기 계발을 한다는 나를

칭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엇.. 뭐지..?

칭찬이라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훅 들어온 카운터 펀치였다. 대비가 안되어 있기에 더욱 아렸다.


일단 다시 한번 대학원과 사무실에 알아보겠다고 말을 얼버무리며 복도로 나왔다.

어안이 벙벙했다. 얼른 남은 일을 처리해야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지고, 이상한 허탈감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솔직히 그냥 일 하기 싫었다. 이렇게라고 변명해 본다...)



원래 대학원을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너무 가고 싶어 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너 왜 대학원 안 갔어? 간다며?'

'아, 부서장이 가지 말라그래서 안 갔어'

이 얼마나 멋없는 대화인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일단 퇴근하고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인생의 크고 작은 위기가 생길 때면

걷거나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든다. 

그러면 생각이 좀 정리가 된다. 나만의 치료법이다. 

조금 안정이 되면 책을 읽거나 빨리 잠에 든다. 내일 또 일어나면 다른 기분이 들 것이고

그럼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임을 안다. 

좋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면 이 위기를 헤쳐나갈 용기라도 생긴다. 


헬스장에서 무거는 걸 들면서 내 생각은 더 확고해져 갔다.

'그래 원래 계획대로 가자.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하고, 내가 원하는 건 원하는 대로 얻자'

욕심을 내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내가 하고 싶은 걸 누가 막는다고 안 하는 게 용납이 안 됐다. 


반감에 오히려 더 논문을 펼쳐보고,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를 수정해 본다. 

이렇게 된 이상 무조건 붙는다. 붙고 나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10년, 20년 더 못할 수도 있다.

언제든지 샛길로 빠져나갈 수 있는 대비는 해둬야 한다. 내가 생각한 그 길은 대학원이었다.

좀 알아보니 내 분야에서 대학원 석사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일이 꽤 있었다.


부서장은 솔직히 내 인생의 제삼자다. 나도 아니고 우리 부모도 아니고

진짜 말 그대로 타인이다. 내 인생의 조연 아니,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내가 훗날 돌이켜봤을 때, 이걸로 후회할까? 무조건 후회한다. 

그때 그냥 밀어붙였을 것을 분명히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부서장 말을 듣는다고 부서장이 내 인생을 책임져줄 것인가?

절대 아니다. 


그러니 크게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선다.

대신, 지금 부서장이므로 일과 시간에는 못 가게 막을 수 있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보자. 

내가 다니는 직장의 궂은 일을 내가 한다던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자.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것인가?

내 인생에서 제삼자의 말을 들을 것인가?

정답은 정해져 있다.

용기를 가지자. 이런 것도 해봐야 진짜 '나'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맨날 말로만 '나로 살자'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에게 보여줄 때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명확하면

주변에 방해되는 사람은 무조건 생긴다. 얄짤없이 쳐내보자.



용기가 필요해서 쓴 글이다. 

이제 마음의 정리는 어느 정도 되었으니 다시 논문 보러 간다.












작가의 이전글 평화주의자는 평화를 지키지 못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