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지하 Feb 21. 2022

좋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꿈'이라는 단어는 이상하게 낯설고 어렵다. 뭔가 거창해야 할 거 같고, 남들이 쉽게 이루지 못하는 무언가여야만 할 것 같달까. 가능성과 호기심이 넘쳐나는 10대, 20대 때도 그랬다. 딱히 유별난 재능이 있지도 않고, 평범의 극치에 가까운 스타일이라. 누군가 '꿈이 뭐예요?'라고 묻는 질문은 늘 애매하게만 느껴졌다.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이루고 싶은 일이 뭐지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남들이 듣기에도 멋진 꿈을 이야기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도 있었다.


질문을 다시 놓고 생각해 본다. 내 꿈은 무엇일까. 되도록이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그게 지금 내가 가장 꿈꾸는 일인 것 같다. 정말 그게 꿈이어도 되는 걸까. 되도록이면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착하면 호구당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정말 그렇게 살아도 될까. 그런 고민을 하다 어느 날 우연히도 꽤 멋진 답을 만나게 됐다.


늘 착하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먼 훗날 누군가 나에게 "착하게 살아도 될까요?"라고 물었을 때, "내가 착하게 살아 봤는데 그래도 되더라. 착하게 살아."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요. (EXID, 하니)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거,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어려워진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몇 번 경험해보면 무덤덤해지거나, 심지어는 냉소적이 되기도 한다. 타인에 대한 적대감도 생기고, 여기까지 넘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나만의 선도 점점 굵어진다. 그래도 나쁜 마음먹지 않고, 타인에게 무례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가까운 이들에게 늘 다정한 사람. 나만의 결을 지킬 줄 아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단숨에 되는 그런 게 아닌, 오래된 하루하루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그런 게 꿈이라면, 내 꿈도 꽤나 멋진 게 아닐까?



살다 보니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꿈이라 할만한 것 같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 다만 한 가지 경계할 것은 '나한테 먼저 좋은 사람일 것'.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를 잃지 않아야 한다. 좋은 것과 어리석은 것은 다르다. 나에게 이롭지 않은 이들에게 숭고한 희생자로 남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않고 싶은 것은 하나. 선한 마음의 방향성. 그 진심의 마음을 담고 차곡차곡 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면 분명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설령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일지라도, 분명히 그럴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금 쑥스럽지만, 저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