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KyuHyang Lim Oct 04. 2023

국내 갤러리의 전략과 비전

창조적이고 전략적으로

서울아트위크를 맞이한 올해 서울의 초가을은 뜨거웠다. 지금껏 이랬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열리는 수많은 전시와 파티들과 브랜드 행사로 들썩였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모두들 대문을 활짝 열고 먹을 것과 음악으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너무 붐비는 탓에 어쩌면 벽에 걸린 그림은 뒷전인 것 같기도 하지만 진정한 감상이든 트렌디를 쫒는 행위든 어떤 욕망이건 간에 오늘날의 분명한 사실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전보다 미술을 즐긴다는것이다. 


한편 깊이 들여다보면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 한 풀 꺾인 분위기에 프리즈와 키아프 공동개최 속의 관심과 기대 속에서 긴장하고 있을 한국의 작가들과 갤러리스트들 , 몇 년 새 물가상승과 비례하여 오른 각종 아트페어 참가비를 비롯해 늘어난 신생 페어들의 무수한 숫자가 마음에 걸린다.아트페어와 감상자가 많아졌다는 것이 작품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뿐더러 아트페어의 주목적이자 성과인 판매실적보다는 방문객 수를 강조하여 공개하는 이 시점, 2021년의 호황이 언제든 힘든 현실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함 속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엇일까?


지난 70년간 한국만큼 거대한 경제적 발전을 이룬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듯이 미술시장도 최근 10년간 빠르게 발전해 왔다. 해외 갤러리와 아트페어가 한국시장 진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서울이 아시아의 아트허브로 부상하는 가운데 아트위크 주간 거대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예술후원자를 자처한 패션계부터 아트페어 티켓 패키지를 출시한 호텔업계, 전시공간을 운영하거나 미술품 무이자 할부 서비스로 아트슈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카드업계등 모두 미술과의 협업으로 이 축제에 발 빠르게 올라타 함께 동행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파도 앞에서 미술계의 핵심주자인 갤러리와 작가들도 긴장 속에서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미술인들은 창조적이지만 동시에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갤러리는, 예술공급자로서 어떤 미술의 청사진을 그려야 할까?


갤러리의 정체성과 브랜딩 확보


미술도 하나의 대중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가운데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작가부터 갤러리까지 모두 각각 하나의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미술시장속 아트페어는, 나아가 갤러리와 작가 개개인들은 이 거대한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점유해야 할지 전략을 짜야한다. 오늘날 가장 즉각적인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한 곳이 바로 SNS이다. 아트시 ARTSY의 조사에 따르면 44%의 갤러리스트가 인스타그램 즉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46%의 컬렉터가 새로운 작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한다고 답했고 소셜 미디어 경우 인스타그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셜미디어에 업로드되는 작품이미지, 로고, 언급되는 단어, 해시태그 등등이 쌓여 이미지가 되는 시대에서 갤러리는 작가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홍보하고 선보일 것인지, 또 특정작가와 갤러리가 만났을 때 나오는 시너지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기획하고 어필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거대자본이나 좋은 위치에 있는 갤러리라고 해서 무조건의 갤러리 브랜딩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장소가 가진 문화적 인프라는 공간운영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결국 갤러리의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자본보다 갤러리스트의 철학과 능력, 비전이며 그것이 곧 갤러리의 정체성이다. 하우저 앤드 워스는 영국시골마을 농장을 개조하여 갤러리를 운영하면서도 세계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서 지역사회에 공헌한 갤러리로 알려져 있다.



고객과의 접점 찾기


요즘의 브랜드들은 전시회를 보여주듯 브랜드 가치를 스토리텔링으로 전개하며 경험하게 하는데 이는 오히려 예술품을 선보이는 미술관의 방식과 흡사하다. 고객들은 얼마나 즐겁고 가치 있는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한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미술시장이 활기였던 시기를 지나 엔데믹인 현재 온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함께 가는 시대에 잠재 컬렉터에게 실재하는 물성으로서 작가와 갤러리의 진정성을 전달해야 한다. 갤러리의 아트샵에는 더이상 책과 도록만 있지 않다. 갤러리의 로고가 찍힌 에코백,티셔츠부터 작가의 그림이 인쇄된 각종 굿즈까지 즐비해 있으며 이 또한 고객과의 장벽을 허물고 잠재 컬렉터를 발굴하는 전략중에 하나다. 상업 물품들은 예술의 외피를 입고 대중들에게 손을 건네며 대중들은 예술품과 나사이의 접점을 찾고 즐기기를 원한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요즘의 갤러리들은 더이상 예전처럼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작가 발굴과 지속적인 관리


갤러리의 힘은 결국 작가에게 나온다. 좋은 작가를 모시거나 성장시키는 것이 갤러리 주 업무인 만큼 전속작가는 갤러리만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있는 갤러리라면 유명작가를 모셔올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해도 방법은 있다. 신진작가 때부터 함께하여 작가와 동료로서 성장하며 시장의 틈새를 노리거나 최초 및 독점권을 갖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대체불가한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작가를 지지하고 그들에게 작업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술시장이 글로벌화되는 이 시점 해외 미술계에서 재평가받을 수 있는 국내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국내에 국한시키지 않고 해외시장 네트워킹으로 확장해야 한다.


즈위너 갤러리는 20년 넘게 토이만스의 작품을 소개해왔다. 수석 딜러 크리스토퍼 다멜리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왜 이 작품을 좋은지 알리는 것이 갤러리스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갤러리스트는 본질적으로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국내 아트페어의 다양화와 질적향상


한국은 그야말로 아트페어 전성시대다. 예술경영 지원센터의 미술시장 실태조사 2022에 따르면 2020년 35 개였던 국내 아트페어가 2021년  65 개로 두 배로 불어났으며 2023년 현재는 100여 개로 추산된다. 하지만 무대가 많아졌다고 해서 마냥 청신호는 아니다. 수요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모든 국내 아트페어에 골고루 관심을 가지기 힘들고 특정 메이저 페어만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현실이다. 무수한 페어 중에서 실제로 성과가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고 각 도시마다 열리는 아트페어의 집중력과 파급력에는 한계가 있다. 광고효과는 줄어든 반면 광고량만 늘어나고 있는 현상과도 같다.


해외 시장의 서울 진출로 인해 컬렉터들과 아트페어의 고객인 참여갤러리 또한 기준과 안목이 높아진 만큼 국내 아트페어도 국제적인 눈을 키워 경쟁력을 다져야 한다. 갤러리의 참가비로 운영되는 아트페어는 갤러리가 해마다 세우는 승부수 전략이자 투자처이므로 특색이나 강점이 있어야만이 갤러리들이 참가하기를 고대하는 브랜드 파워를 지닌 행사가 될 것이다. 특히 페어가 프리미엄이라면 그것을 정당화할 실제적인 차별성을 지녀야 한다. 한국의 아트페어라고 해외에 진출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그러려면 아트페어, 갤러리, 작가, 컬렉터가 함께 우리의 고유한 특색을 간직하면서도 글로벌한, 세계적으로 통하는 운영 콘텐츠를 한 스푼 더하여 나아가야 한다.


이와 같이 갤러리와 아트페어, 작가는 각자의 브랜드를 강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제적인 안목을 기르고 수준을 향상하여 모두 한국의 미술시장을 이끄는 체력을 다지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성대한 오프닝에서 즐겁고 화려한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단 한 점의 그림도 팔리지 않았을 때의 기분은 갤러리스트라면 알 것이다. 방향을 틀어야 할 때는 바로 그때다. 발전과 변화에는 막대한 책임이 따르므로 관성을 깨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대했던 것에서 결과를 얻지 못했을때의 해결 능력은 모험의 분명한 장점이다. 갤러리스트로서 사랑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성공의 궤적을 그리는 것은 언제나 짜릿하며 우리 미술인들의 창조적인 전략과 도전은 지금도 어느 미술사의 한 페이지에 쓰여지고 있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러브 레드 크리스마스 파티 전시 서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