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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일기 83화 양변기 수리 전문가

by 이문연

집이 오래되다 보니 여기저기 고장 나는 곳이 많다. 가끔 양변기가 고장이 나는데 그럴 때마다 손수 고쳤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느끼긴 했다. 손재주가 좀 있네? 어떤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귀찮아 하기보다는 '고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세면대 아래 파이프가 망가졌을 때 철물점에서 사와 감?으로 교체했다. 교체하면서도 신기했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다보니 뚝딱뚝딱 완성. 양변기에서 가장 자주 고장나는 캡도 고무가 닳아 물이 새서 새로 주문을 했고 교체했다.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요즘은 유튜브에 교체 방법과 과정이 너무 잘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필밸브가 고장이 났다. 자꾸 바람 새는 소리가 나서 찾아봤더니 교체를 해야 한단다. 일단 어디서 바람이 새는지 확인 후 절연 테이프를 활용해 임시방편으로 막아놨다. 언제 고장날지 몰라 필밸브를 주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고장이 나서 교체에 들어갔다. 사용설명서를 읽고 유튜브를 보면서 필밸브의 부품과 조립 방법을 확인했다. 나사를 조이는 구간이 있어서 플라이어(이 공구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를 가져왔다. 나사를 푸르고 필밸브를 분해해 뺐다. 그런 다음 새 밸브를 넣고 나사를 조이고 부구의 위치를 조절해 주었다. 휴... 한 30분 걸렸나. 이로써 양변기가 고장나는 꽤 많은 변수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자꾸 그 길로 나가보라고 하는데 지금 진로를 바꾸기는 마음이 동하지 않고(엄청 레드오션이지 않을까;;) 진작에 기계공학과 쪽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허나 그러기엔 난 과학을 너무 싫어했어서...) 여튼, 뚝딱뚝딱 마음에 드는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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