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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결정장애, 패션테러리스트, 마약김밥' 쓰나요?

[500자 글쓰기] 193.

by 이문연

글의 흐름상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를 써야 해서 주석을 달았다. 담당하시는 분이 관용 표현으로 자리 잡아서 굳이 '주석을 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다. 결정 장애라는 말을 원래도 잘 쓰지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장애'를 비장애인들이 너무 남발해서 사용하는 것 같아 쓰지 않기로 했다. 단어는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다시 생겨나기를 반복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인식에서 걸러지는 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표현으로 장애 / 테러리스트 / 마약 이 예전만큼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역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별다른 문제의식없이 쓰고 있다. <그게 뭐가 문젠데? '장애'만 쓰는 것도 아니고, '결정 장애'라고 해서 나의 우유부단함을 조금 더 위트있게 표현한 거잖아? 패션 테러리스트. 얼마나 직관적이야. 많은 사람들에게 패션으로 하는 테러라니! 마약만큼 중독성 있는 게 어딨다고? 음식에 붙이기 딱인 수식어 아냐?> 누가 그걸 몰라서 안 쓰나. 말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합성어나, 관용 표현이라고 해도 개별 단어는 고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단어가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상상했을 때, OO 장애나 OO 테러리스트나 마약 OO은 맑은 공기일까? 아니면 공해일까? 당신의 말과 글 속 산소포화도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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