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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194. 내 귀를 의심했던 순간

by 이문연

아이들의 악의? 무식함? 무개념?은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어릴 때는 때로 기존의 시스템을 거스르는 것이 멋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햇빛이 쨍한 날이었다. 좋은 날씨엔 역시 물과 나무를 보며 걷는 탄천 산책이 제격이다. 그래서 코천이와 탄천을 갔다. 날씨 좋은 주말의 탄천에는 소풍 나온 가족이나 갓난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부부들이 꽤 많다. 50m 쯤 앞에 유모차를 모는 부부가 보였다. 아빠는 유모차를 밀고, 엄마는 닥스훈트의 리드줄을 잡고 함께 걸어갔다. 코천이는 닥스훈트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내었지만, 이럴 땐 보호자가 자제 시켜야 하므로 나는 오히려 천천히 걸었다. 그럼에도(목표지향적인 코카는 힘들다) 닥스훈트와 코천이 사이는 10m 정도로 좁아졌는데 맞은편에서 중학생처럼 보이는 남학생 2명이 그 부부와 나를 지나쳐 달려갔다. 그 중 한 명이 소리쳤다. "강아지 다리가 병신이야!" 고개를 돌려 그 중학생을 봤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지만, '병신'이라는 단어만큼은 선명하게 꽂혔기에 그 문장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내가 들은 문장밖에 나올 수가 없었다. 그 부부는 못 들었지만,(듣지 못할 거리에서 외친 걸 보면 그 부부가 들어서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인식했다는 거다) 만약 나라면 그 중학생을 불러서 뭐라고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뭐라고 했어야 했을까? 그 중학생들은 닥스훈트라는 견종도 모르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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