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00자 글쓰기] 202. 하고 싶은 말 감추기

by 이문연

어른의 요소란 것이 있다면 그 중에는 '하고 싶은 말 감추기'가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바로 입으로 말해버린다. 마치 '말하다'가 아닌, '내뱉어 버리다'는 동사가 더 잘 어울리는 것처럼. 하지만, 어른이란 자기의 생각을 모두 말하는 자가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상대방의 입장, 상황 등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이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 안 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먼저 하는 것이 어른의 자세이다. 그에 반해 아이들은 싫은 건 싫다, 좋은 건 좋다, 바로바로 말한다. 감정에 솔직한 대신, 그 감정을 감추는 데 서툴다. 요즘은 자식의 감정이 최우선인 부모들이 많아져 그러한 증상?이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감추는데 익숙한 아이들을 애어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과거형이다). 요즘 나는 카톡으로 말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말하고 싶은 게 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 말을 내뱉지 않으면 못 참겠는 사람은 '자아가 강한(좋게 표현해서) 이들'이다. 너무 비대한 자아는 나 이외의 것들을 고려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까지 고려하지 못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솔직한 것'이라고 표현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사람들은 솔직한 게 아니라 '무례한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아도 사는데 문제 없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때로 어른스럽기도 하다.


* 작심삶글 카페에서 500자 글쓰기를 진행 중입니다.

500자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cafe.naver.com/bdbookcafe/118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00자 글쓰기] 201. 깔끔한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