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Jun 14. 2018

한량, 아침형 인간이 되다.

귀차니스트를 아침형 인간으로 만드는 법

회사를 그만두고서야 알았다.
내가 무지하게 게으른 사람이라는 걸.


책을 쓰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하려고하니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컨셉을 중심으로 잡고 20권 정도 읽은 스타일북을 참고해 목차를 구성했다.     

 

스타일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옷을 입기 전에 생각하면 좋을 것들, 철학적인 부분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에 옷을 입는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 나는 현재 어떻게 입고 있나 옷장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쇼핑법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최종적으로 옷은 많은데 활용법을 몰라 옷장에 옷이 넘쳐나는 사람들을 위한 적은 아이템으로 다양하게 스타일링하는 방법도 알려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다섯 가지 챕터가 정해지고 그 안에 채워 넣을 내용을 정하면 한 권의 책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1. 생각해볼 것들

2. 나 알기

3. 옷장 분석

4. 쇼핑에 대하여

5. 스타일링 방법


내가 짓고자 하는 집 모양이 명확하다면 그 모양에 맞게 뼈대를 만들고 세우면 되듯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목차는 생각보다 쉽게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뼈대 위에 살을 붙이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목차에 맞는 내용을 채워넣는 것은 시간과 인내력 두 가지를 필요로 했다. 책을 쓰면서 들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책은 엉덩이 힘으로 쓰는 것’인데 그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로 엉덩이를 붙이고 내용을 채워야 했지만 내 엉덩이는 컴퓨터 책상 앞에 앉을 생각을 안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고 100일 동안 하루 2시간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단군의 후예 프로젝트’ 에 참가신청을 했다.    

 

‘나의 시간을 사용하는데
나의 돈을 들여’ 하는 프로젝트라니.
책이 막 써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단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100일 동안 5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책을 쓰는 책쓰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단군 프로젝트엔 본인이 목표로 한 시간에 일어나 [출석 체크]를 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이 미션은 나에게 ‘자율적 강제성’을 부여했고 결국 엉덩이를 지배할 수 있게 하였다. 게다가 2시간 동안 본인이 한 활동을 팀원들과 공유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응원을 받게되어 함께 한다는 기운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날은 반 페이지 쓸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한 꼭지를 다 완성한 적도 있었다. 솔직히 어떤 날은 하나도 못 쓰고 그냥 잔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체되어 있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아간다는 기분은 나를 새벽 5시에 일어나게 했고 마침내 100일 동안 책 내용의 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사람마다 다른 기질과 성향을 가지고 있듯이 책을 쓸 때도 나에게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단군 프로젝트라는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내 엉덩이를 지배?할 수 있었고 책쓰기도 시작할 수 있었다. 보통 출간 기획안을 낼 때는 원고의 일부가 필요하다. 이로서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낼 수 있는 자격요건이 만들어졌다.      


초보 저자의 한 줄 생각     


책을 쓰고나니 책을 어떻게 썼나 싶다. 되돌아보니 책을 써야겠다는 목표보다는 하나의 꼭지를 채우겠다는 마음가짐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것 같다. 물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기질도 한 몫 한 것 같다. 어쨌든 책을 쓰기 위해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야 하니까 말이다. 단군의 후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자신이 정한 시간에 자신이 정한 활동을 90번 이상 한 것으로 결정이 된다. 10번 이상 지각하거나 활동을 채우지 못하면 단군의 후예 프로젝트를 실패한 것이며 두 번째 200일의 여정에 함께 하지 못한다. 200일이 끝나면 300일의 여정을 시작한다.      


100일 성공한 사람도 대단하다 싶은데 300일 성공한 사람도 꽤 된다. 결과적으로 난 단군의 후예 100일 프로젝트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하루 중 꼭지를 채우기 위한 시간을 따로 내서 그 시간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책을 썼던 습관은 나머지 내용을 채울 때도 도움이 되었다. 책을 쓰기 위해서 하루에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책쓰기의 성공여부는 결정나는 게 아닌가 싶다.    


* 이 매거진의 글은 2013년 출간한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란 책의 3년간의 출간 과정을 담은 에세이(2015년 기록)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책을 쓰기로 마음먹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