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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진 May 06. 2018

쉽게 이해하는 비트코인 가치론

블록체인의 가치는 화폐가 되냐 안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이 획기적이지만, 법정 화폐가 되긴 어려울거야. 그래서 비트코인 가치 없는 거라고 봐

코인? 그거 실체가 없으니까 당연히 가치가 없지

블록체인이 가치가 있으려면 실제로 사용 사례가 있어야 하지 않아?



블록체인 연구소를 설립한 후에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의 전망과 가치에 대해서 물어본다. 무작정 비하하는 사람도 많지만 가장 많은 반응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기존의 화폐 기득권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비트코인이 기존의 화폐를 완전히 대체해야지만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더리움이나 퀀텀 같은 코인은 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모든 암호화폐 중에 정식 화폐로 안착한 것만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도대체 암호화폐는 어떤 식으로 가치가 산정된 것일까?


비트코인 가치?



이러한 기본적인 의문에 대해 '해시' 라던가 '합의 알고리즘'이라던가 '마이닝 풀' 같은 어려운 이야기 없이 한번 이해해보자.



현대 사회는 서비스의 시대


우리가 흔히 학교에서 산업에 대해 배울 때 1차 산업은 농업 같은 원재료 생산, 2차 산업은 이를 가공한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이 서비스업이라고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는 서비스의 시대이다. 2016년 기준으로 1차 산업의 비율은 2.2%, 2차 산업의 비율은 38.5%, 3차 산업의 비율은 59.24%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으로 여름휴가를 예약하고 모닝커피를 마시며 호텔 문을 나서고 카톡으로 병원을 예약해서 진료를 받는 모든 행위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삶이다. 서비스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최근에 이름을 Booking으로 바꾼 Priceline이라는 미국의 호텔 항공 예약 회사는 시가 총액 103조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의 항공사 전체를 합친 시총보다 크다. 거대한 비행기를 몇 백대씩 운영하는 항공사 전체보다 예약을 도와주는 웹사이트 하나의 시가 총액이 더 크다는 사실이 재밌지 않은가?


Priceline 주가는 이제 2천달러를 넘어서 미국에서 3번째로 비싼 주식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가치는 이용하는 사람의 수에 비례한다. 프라이스라인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등록된 호텔은 더 많아질 것이며 이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생겨날 것이다. 반면에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루폰 같은 소셜 커머스의 경우, 초창기에는 사용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식당을 체험하면서 더 많은 마케팅 효과를 누릴 거라 믿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식사한 고객들의 재방문율이 떨어지면서 식당들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초이스가 줄어들면서 이용자 수도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그루폰 생태계의 가치는 떨어졌다.


실제로 경제학에서 유명한 메트칼프의 법칙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한다. 핸드폰 같은 서비스도 혼자 쓸 때는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가치가 늘어난다.


서비스 가치 ∝ 이용자 수^2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가진 위와 같은 프라이스라인이나 그루폰 같은 서비스도 있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품으면서 가치를 가지는 플랫폼 서비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의 IOS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같은 것이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애플리케이션들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되어준다. 이들 역시나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가치가 커지게 된다. 안드로이드 이용자 수가 많을수록 더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테고 이들의 이용자 수의 합이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플랫폼의 가치 ∝ 서비스들 가치의 합 ∝ 이용자 수들의 합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많은 수의 서비스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이 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게임, 은행 업무, 사진 서비스 등등 모두 '스마트폰'이라는 서비스 패러다임 안에서 성장을 하였고 지금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서비스 패러다임


예전 글에서 블록체인의 기술적 의미를 적은 글이 있다. (https://brunch.co.kr/@nsung/36) 그러나 기술적인 블록체인을 제외하고 블록체인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간단하게 '새로운 서비스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프라이스라인을 블록체인으로 옮긴다고 생각해보자. 지금은 Priceline이라는 회사가 호텔과 이용자들을 모아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Priceline이 중간 수수료를 취할 것이다. 그 수수료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는 2017년 Priceline의 매출 14조 원이 이야기해준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나 IT 시스템을 유지하고 개발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2017년 재무제표상 운영비용은 2조 5천억 정도 들었다.


블록체인은 Priceline이라는 회사를 없애는 대신 이용자들 모두가 돈을 조금씩 내면서 이러한 '호텔 예약'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개념이다.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그 중 일부가 호텔 예약 시스템 유지보수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유지보수자들은 이용자들이 조금씩 낸 돈에서 자신이 시스템에 기여한 만큼 가져간다. 이렇게 가져간 보상이 바로 가칭 '호텔 코인'이 된다.


자 이제 성공적으로 Priceline이라는 서비스를 블록체인으로 옮겼다. 이 블록체인의 가치는 얼마일까? 앞서 말한 '서비스'의 가치 산정과 똑같다. 이용자 수가 많을수록 좋은 호텔이 많이 리스팅 될 것이고, 좋은 호텔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이용자가 들어올 것이다. 즉 호텔 코인의 가치는 호텔 예약 블록체인의 가치와 비례하고, 이는 호텔 예약 블록체인 유저수와 비례할 것이다.


호텔 코인 가치 ∝ 호텔 예약 블록체인 가치 ∝ 호텔 예약 블록체인 이용자 수


어느 정도 감이 왔는가?


자 이제 소개할 것은 플랫폼 코인이라 불리는 이더리움이나 네오 같은 블록체인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은 아니지만, 다른 서비스들이 이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코인이다. 마치 IOS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과 매우 비슷한 것이다. 처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코인' 같은 블록체인들은 유저수가 적어서 가치가 없기 때문에 유저수를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들의 힘을 빌린다. 이더리움 플랫폼을 사용하는 서비스와 이용자들이 이미 많기 때문에 이 플랫폼에 내 서비스를 런칭하면 어느 정도 유저를 확보하기 쉽다.


이렇게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런칭되는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이더리움의 가치는 마치 IOS 앱스토어처럼 그 안에서 작동하는 서비스들의 유저수 합과 비례하게 된다.


이더리움 앱들 리스트. 이들은 유저수 확보를 위해 이더리움 플랫폼의 힘을 빌렸다


이더리움의 가치 ∝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가치의 합 ∝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유저수의 합


현재 어떤 서비스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변화할지 알 수는 없다. 어떤 서비스가 블록체인화 하면서 현재의 서비스를 대체한다면 그 블록체인의 가치는 어마어마해질 것이고, 이를 품고 있는 플랫폼의 가치 또한 굉장히 뜰 것이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이 문자메시지를 대체하면서 IOS/안드로이드 모두 엄청나게 가치가 상승한 것과 비슷하다.


분명 기존의 서비스는 대체적으로 기득권이기 때문에 블록체인으로 변화하기 어렵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쉬운 서비스들도 존재할 수 있다. 뉴욕의 경우, 뉴욕 옐로캡 택시 서비스의 힘이 강력했지만 우버라는 공유 경제 서비스의 유저가 조금씩 조금씩 늘면서 2016년에는 전체 라이드의 77%를 차지하였고 일반 택시를 압도적으로 밀어냈다. 당연히 우버의 유저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우버 생태계의 가치는 어마어마해졌다. 어떤 서비스가 될지 모르지만 서비스의 블록체인이 점점 늘어나서 기존의 서비스보다 강해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뉴욕 우버의 사용자수는 옐로캡을 넘어섰다


어떠한 서비스의 이용자 수가 충분히 많아지면 자신이 직접 플랫폼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이다. 페이스북은 처음에 IOS / 안드로이드 상에서 작동하는 서비스였지만 유저수가 많아지면서 서비스들이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하였다. 비슷하게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움직이던 서비스 블록체인이 유저수가 충분히 많아져서 서비스 자신이 플랫폼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오스(EOS)나 트론(Tron) 블록체인은 현재는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이지만 유저수를 충분히 확보하면서 자신만의 플랫폼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메인넷 변환이라고 한다.


2018년 5월 6일 코인 시가 총액 순위. 이오스는 충분한 유저수를 확보하였다.


블록체인의 가치


정리하면, 블록체인의 가치는 화폐를 대체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가 블록체인으로 서비스가 되면서 얼마나 많은 이용자 수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블록체인의 설계 상, 이용자 수가 많을수록 서비스의 가치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자체의 신뢰성도 증가한다.


부동산 서비스, 의료 서비스, 택시 서비스, 블로그 서비스 등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블록체인 패러다임으로 변화되어서 시도되고 있다. 무엇이 먼저 뜰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어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뜰지 조차 알 수가 없다. 현재는 이더리움이 다양한 서비스를 품고 있어서 가치가 높게 평가되지만, 퀀텀 기반의 블록체인이 페이스북처럼 글로벌 서비스를 런칭하여서 성공한다면 최고의 플랫폼 자리는 퀀텀이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무엇일까? 비트코인은 최초의 블록체인으로서 현재 블록체인 업계의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알다시피 다양한 서비스 중에서 '은행'이라는 서비스를 블록체인화 시킨 것이다. 현재 코인을 사기 위해서 대부분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더리움, 네오, 퀀텀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구매할 때도, 호텔 코인 연예인 코인 중고차 코인 같은 서비스 코인을 살 때에도 비트코인을 먼저 보유할 확률이 높다. 즉 비트코인의 가치는 블록체인 전체 이용자 수와 비례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치 ∝ 전체 블록체인 이용자 수



그러므로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로 가느냐 가지 않느냐가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블록체인 전체 생태계의 발전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 되어야 한다. 물론 블록체인 패러다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PCS와 같은 패러다임이 될 경우 비트코인의 가치는 없어질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어디로 갈지는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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