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작가라는 타이틀도 생기고, 구독자도 생기면서 고퀄리티의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도 생겼고, 실제로 예전만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문가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무지함이 느껴져서 일수도 있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글을 쓰기 위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탈고를 했는데, 이제는 AI랑 몇마디만 나누다보면 아이디어가 뚝딱이고, 글도 정말 빨리 완성할 수 있다.
AI 시대에 코딩의 종말이 온다고도 한다. 나는 퀀트이기 이전에 개발자이다. 프로그래밍을 매우 좋아하고, 지금도 코드를 자주 만지지만, 바이브 코딩으로 대표되는 코딩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게 되면서 나도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
글쓰기나 PR의 종말도 매번 나온다. 이메일이나 기획서 쓸때 클로드를 쓰다보면 나도 자주 놀란다. 정말 고퀄리티의 글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래서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미덕과 기술이 뭘까? 막말로 대치동 어머니들이 한동안 코딩 학원 열풍이 불었다가 영어 유치원 열풍이 불었다가, 바둑 열풍이 불었다가 하는데 AI 시대에 가장 중요시해야하는 교육이나 연습이 뭘까?
나는 실행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행의 중요성은 언제나 존재했다. "시작이 반이다" 라던가, 작은 것부터 실천하라는 식의 자기 계발서는 정말 많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그 어느 시대보다 실행이 중요한 시대이고, 지금 유일하게 차이가 적은 시기인 것 같다.
동양적인 철학과 미덕에는 겸손하고, 나대지 않는 것이 있다. 내가 미국에서 가장 놀란 문화 중 하나가, 미국식 가라오케 (무대가 있고, 누구나 올라가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맥주펍 같은 곳)에 가면, 노래를 정말 못 부르는 사람도 올라가서 열창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자신이 가수급 전문가가 되기 전까지는 절대 그런 곳에 올라가지 않는다. (혹은 아주 취했거나)
AI 시대에는 완전히 달라진 시대이다.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다. 전문성은 AI가 채워준다. 지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 부분도, 1-2년 내로 매우 전문적으로 변할 것이다. 점점 코딩을 잘 할 것이고, 기획을 잘 할 것이고, 법률 분석을 잘 할 것이고, 영상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할 일은 단 하나이다. 실행. AI가 무언가 하도록 시켜야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실행이라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생각만으로 한 일을 AI에게 시키는 것 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다.
AI 시대에 책쓰기가 매우 쉬워졌다고 한다. 나도 이번에 출판을 하면서 100번 동의하게 되었다. 목차는 물론 프롤로그, 초안 너무 잘 뽑아준다. 맞춤법, 문체 변경, 출처 조사, 팩트 체크, 예시 제시 등 전부다 매우 간편하게 해주었다. 물론 실제로 쓰다보면 알겠지만, 일관성이 떨어져서 꽤나 고생을 하게 된다. 300페이지 정도 분량이 되면 앞에서 나온 이야기를 다시 하거나, 쓸데 없는 이야기를 종종해서 많이 수정하긴 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쉬워진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쏟아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작가는 여전히 어려운 타이틀이다. 왜일까? 그만큼 실행은 어렵다. 유튜브에서 어떤 교수님의 강의에서 AI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하는 조언이, 나만의 웹페이지를 만들어보고 내 가족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라고 했다. 과연 몇명이 이걸 실천할까?
내가 만약에 대치동에 학원을 차린다면, 실행 학원이라는 것을 차려보고 싶다. 무엇이든 해보고, 실패든 성공이든 기록해보고, 다음 것을 해보는 그런 곳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필요한 교육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