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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FT와 크립토의 만남 - MEV

by 권용진

새로운 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낳는다.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에서 소개했듯이, 많은 새로운 알고리즘 전략은 새로운 시장에서 나타났다. 옵션 시장이 발전하면서 블랙숄즈를 이용한 다양한 전략이 나왔고, 전용 회선이 등장하면서 HFT가 시작되었다.


크립토 트레이딩, 그 중에서도 온체인 트레이딩이 활발해지면서 가장 핫해진 거래 방식은 MEV이다. MEV는 블록체인의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이용해서, 아직 트랜잭션이 밸리데이터들에게 픽업되지 않은 상태의 거래를 추적해서, 이를 공격해서 얻는 수익 알고리즘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이더리움 100개를 산다고 유니스왑 거래소에 주문을 넣었다고 치자. 원래 일반적인 중앙화 거래소, 즉 업비트나 바이낸스 같은 곳에서는 오더북에 주문이 들어가고, 체결이 되는 식이거나, 시장가 주문을 넣으면 즉시 체결이 되는 식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거래소들은 조금 다르다. 시장가 주문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즉시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상에 mempool 이라는 곳에 먼저 대기를 한다. 그리고 나서 채굴자 (혹은 밸리데이터)가 해당 거래를 픽업해서 블록 안에 집어넣으면 비로소 거래가 체결되게 된다. 즉, mempool 이라는 곳에 대기 중일 때는 모든 사람들이 해당 거래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찰나의 순간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에 거래를 보낼 때, 밸리데이터들을 보상하기 위해서 "가스비"라는 것을 지불한다. 밸리데이터는 일반적으로 가스비를 많이 지불한 거래부터 처리하게 된다. MEV 봇들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다.


먼저 내가 100 이더리움을 사겠다는 시장가 거래를 가스비 10달러로 보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MEV 봇은 가스비 11달러로 자신도 같은 100이더리움을 사는 거래를 보낸다. 그러면 나보다 한발 먼저 이더리움을 사게 된다. 이러면 이더리움 가격이 오를 것이다. 이후에 나는 더 비싸진 가격으로 사게 되고, 이후에 9달러 가스비로 100이더리움을 파는 거래도 동시에 보낸다. MEV 봇은 아무런 리스크 없이 100 이더리움을 싸게 사서 나에게 비싸게 팔게 된다. 이를 내 거래의 양쪽으로 공격한다고 해서 샌드위치 공격이라고 한다.


사실 이 방식은 예전에 Flash boys 책에서 문제된 Front running HFT 알고리즘과 굉장히 유사하다. 다른 사람의 거래를 먼저 포착하고 빠르게 더 좋은 가격으로 체결해버리는 문제이다. 물론 블록체인에는 규제나 법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지만, 이용자들은 계속해서 손해를 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제 이 MEV 봇은 너무나 전략이 고도화 되어서 조금만 안일하게 주문을 내면 피라냐처럼 MEV 봇들이 거래를 뜯어먹는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2억치 스테이블코인을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꿨다가 천만원만 남은 사례도 있다.


때문에 수많은 인프라 기업들이 화이트 해커처럼 MEV 봇을 막아주는 플랫폼을 만들거나, 보안 솔루션, 거래를 숨기는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마치 예전에 모건 스탠리나 시티뱅크에서 HFT 알고리즘을 방어해주는 솔루션을 판것과 비슷하다. 역사는 반복된다.


퀀트들의 전쟁은 온체인에서도 계속 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MEV를 좀 더 자세히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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