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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n Aug 07. 2019

미남 이야기

너와 나만의 생각일지라도...

교무실은 3층, 교실은 2층 맨끝이다.

교무실을 나서서 중앙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복도에 발이 닿기도 전에 두성, 복성 다 써서 온몸으로 냅다 지르는 미남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아아아~!!

내지르는 소리가 복도 끝에서 복도 끝까지 공기를 타고 쭈욱 이어진다. 미남에겐 습관이요, 취미요, 특기요, 생활이다.

-야~쫌!

하고 짜증을 낼라치면, 백 단의 눈치로,

-네! 샘! 알겠습니다!

하고 또 소리를 지른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옆 반에서 수업을 할 때도 벽을 뚫고 그 소리가 들릴 때가 다반사다.

학생들, 선생님들 사이에는 얼굴만큼 큰 목소리, 발성왕으로 이름을 날린 지 오래.

첨엔 낯설고 부담스럽던 목소리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다가, 이제는 그 목소리가 없으면 허전하다.

목소리에 정이 들었는가보다.


공부보다는 사교에 관심이 많은 친구.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신경림 ‘목계 장터’ 중


수업 시간이다.

낭송 중에 갑자기 아이들이 킥킥거린다.

킥킥은 큭큭으로, 큭큭은 키득키득으로...

영문을 몰라 눈으로 묻는 내게 미남이 어색하게 웃는다.

-샘! 물여울은 원래 모진건가요??

-크하하하!!

참았던 웃음보가 일제히 터진다.

-?

사연인즉 최근 헤어진 여자친구 이름이 ‘여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던 것.


유도를 잘하고, 목소리가 우렁찬 누가 봐도 단연코 상남자.

때로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순수의 결정을 이런 순간에 보게 된다.


-시가 제 마음을 위로하네요.

청량음료만큼 시원한 미소.

장난스레 웃는  미소가 진심으로 미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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