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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우 Oct 26. 2015

나의 중국 생활기

살짝 미친 짓(?) 대중교통을 이용해 상해 크게 한바퀴 돌기

난 중국에서 제일 오래 산 전설의 한중 수교 이전 세대도 아니고,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하는 중국어 박사도 아니며, 중국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다는 중국통도 아니지만 거짓말 조금 보태 상해 싸돌아다니기에 10,000시간 이상을 투자했으며 운 좋게 부동산 리서치 관련 업종에 7년 넘게 종사한 덕분에 상해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다는 것 하나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처음 부동산 리서치 일을 시작할 때 만해도 한국 교민들 대부분이 외환선 안쪽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항을 가거나 그 외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외환선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최근 5년 동안 송쟝, 쟈딩 등의 지역에 교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외환선 바깥 동네에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대학시절 방학 및 휴학 기간을 이용해 길게는 한 달 짧게는 두 주 정도 무려 아홉 번이나 상해를 방문한 전과(?)가 있는데 인민광장, 난징루, 와이탄, 신천지, 동방명주 등 상해 유명한 관광지는 그야말로 질리도록  다녀본 터라 상해에 대해서는 나름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그 후 2006년 2월부터 교통대에서 중국어 연수반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상해 정착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해 어느 봄날 난 큰 충격에 빠지고 만다. 한가로운 주말 지도를 펼쳐놓고 그동안 내가 가봤던 곳에 표시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내가 살고 있던 곳(교통대 민항캠퍼스)이 아무리 찾아도 지도에 없었던 것이다. 불의는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에ㅋ 부리나케 인터넷 창을 열어 검색을 해봤는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상해가 전체 면적의 고작 1/10 정도 밖에 안 되는 곳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가보지 못했던 지역들에 대한 호기심이 마치 파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고 매주 주말 하나씩 하나씩 정복지에 승리의 깃발을 꽂기 시작했다. 상해에도 벼농사를 짓는 농촌 마을이 제법 많다는 것도, 갯벌과 모래사장이 있는 바닷가가 있다는 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처럼 큰 호수가 있다는 것도, 오후 다섯 시면 배가 끊기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 상해에 있다는 것도... 떠나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놀라운 발견들이었다. 

상해에서 8년 넘게 살면서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대중 교통을 이용해 상해 크게 한바퀴 돌기!!' 그동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또 미뤄 까마득히 잊고 있던 그 일이 제법 시간적 여유가 생긴 요즘 갑자기 떠오르게 된 것이다.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어쩌면 살짝 미친 짓일 지도 모르겠다. 송쟝, 쟈딩, 칭푸 등 상해 외곽에 있는 구들에는 한 두개씩 크고 작은 버스 터미널들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시내에서 보기 힘든 버스 노선(숫자가 아닌  'OO线'처럼 중국어로 쓰여진 버스)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각각의 교외 지역 간을 연결하는 버스들이 운행되는데 일단 버스 요금이 거리에 따라 다르고 운행 노선이 엄청 길다. 오래전부터 상해 외곽 간을 연결하는 버스를 타고 상해 한바퀴 돌기에 도전에 보려고 했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도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지난 주말에 집에서 쉬면서 내가 살고 있는 쟈딩(난샹)에서 시작해 상해 전체를 크게 한바퀴 도는 버스 노선을 검색해 보았다. 대략적으로 '쟈딩-칭푸-송쟝-진샨-펑시엔-난후이-푸동-총밍-바오샨-쟈딩' 이렇게 한바퀴를 도는 코스인데 이게 과연 하루 만에 가능할지는 떠나 봐야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밖에서 조금만 걸어도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데 체력이 과연 버텨줄지, 어딘가에 발이 묶여 노숙을 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황당한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지 살짝 걱정도 되지만 난 이 도전이 무척이나 흥분되고 설렌다. 

<계획했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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